이게 뭐라고 이렇게나 열심히였었다.
공사가 끝이 났다.
늘 들어오던 시간에 똑같이 들어왔는데 할 일이 없으니 뭔가 마음이 허전했다. 마땅히 할 것도 없고 그저 멍하니 앉아만 있었다. 그러다 우리는 처음에 우리가 찍었던 사진이랑 비슷한 각도로 찍어서 공사 전후 비교를 해보자며 사진을 찍었다. 한 명은 예전에 찍었던 사진을 보고 한 명은 카메라를 켜서 최대한 비슷하게 찍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우리는 거실에 앉아서 무언가 끝이 났을 때의 공허한 마음을 한참 동안 말없이 즐겼다.
그날 저녁 집에서 전후비교사진을 붙여가며 사진 편집을 했다. 정말 너무나 고생했어서 엄청나게 바뀌었다고 생각을 했지만 구도가 바뀌지 않아서 그런지 크게 와닿진 않았다. 하지만 분명 달라졌다. 처음 들어왔을 때의 그 퀴퀴한 냄새는 사라졌고 우리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던 그런 마감들이 자리를 잡았다.
유독 머리를 많이 쓰고 손이 많이 간 곳이 현관과 화장실이지 않나 싶다. 좁은 공간에 너무나 많은 가능성이 있어서 요리조리 어떻게 구워삶을까 고민을 많이 했었던 것 같다. 현관은 단순히 신발만 신고 벗는 곳이 아닌 문을 열어줄 때의 반가움과 나가기 전 심호흡을 하는 공간이기에 나는 참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아기자기(?)한 현관이 그런 컨디션을 잘 지켜줄 수 있기를 바라본다.
작은방이나 큰방 등은 가구의 배치나 소품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기존에 누렇게 색이 바랜 벽지에서 하얀 벽지로 바뀐 느낌이다. 물론 이 속에도 많은 노고가 들어있지만 한편으로 '고치지 않고 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과거로 돌아가서 살아볼 순 없지만 아마 큰 무리 없이 똑같이 잘 지내지 않을까?
이렇게 공사를 하고 볼 때마다 즐거운 건 집이 이뻐져서라기보다는 우리가 함께 공사를 하며 땀을 흘리고 서로 웃고 떠들면서 생긴 추억들 덕분이지 않을까 싶다. 벽지나 소품들은 오래되면 색이 바래지고 부식되지만 우리가 함께 웃고 울고 힘썼던 그 추억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선명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다.
이런 게 애착이라는 걸까. 그저 업체에 비용을 주고 맡긴 후에는 어디 잘못된 곳 없는지만 살피는 그런 시선이 생겨버리니까.
아내는 혼자만 사용하는 개별 화장대는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냥 작은 선반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하지만 화장대는 여자들에게 중요한 곳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집이 그리 넓지 못하기 때문에 크고 널찍한 화장대를 해줄 순 없지만 앉았을 때 늘 기분이 좋은 화장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내와 함께 콘셉트를 찾아 돌아다니던 중 괜찮은 콘셉트를 발견하고 매장에서 견적상담을 받았었다. 그리고 우리는 큰 충격을 받고 그 콘셉트는 포기를 했다. 그리고 집에 들어가서 나는 어떻게 그 콘셉트를 우리가 직접 구현해 낼 수 있을까 고민을 했고 결국 우리는 절반 정도의 금액으로 해내고야 말았다.
골머리를 앓았던 곳 중 하나인 욕실이다. 욕실은 정말 손이 많이 가고 신경도 많이 쓰였던 곳이다. 욕실 청소를 할 때 물이 새면 어쩌나, 변기 물을 내리는데 물이 새면 어쩌나, 손을 씻는데 물이 새면 어쩌나 온통 그런 생각들 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물은 새지 않았다.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는데 그건 샤워하는 곳 앞 바닥 타일에 물이 고인다는 점이다. 나름 바닥타일을 기울기를 생각하며 잘 붙였다고 생각했는데 그 기울기가 너무 약했던 탓인지 내 실력이 너무 없었던 탓인지 배수구로 온전히 들어가지 못하고 물이 고이는 사고가 생겨버렸다. 물이 고이면 줄눈 사이로 물이 들어가서 아랫집에 물이 새진 않을까 걱정을 정말이지 많이 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물이 샌 적은 없다. 마치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기분이지만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물이 새면 그때 뜯고 다시 시공을 할 계획을 가질 뿐이다.
나는 짐을 많이 쟁여두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필요한 물건들만 잘 정리해 두자는 입장이 강하다. 하지만 아내는 마음이 여리고 추억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물건은 버리지 않고 모아둔다. 하지만 그런 아내에게서 상부장을 없애겠다는 충격적인 선택을 들었을 때 나는 놀라기도 놀랬지만 속으로 쾌재를 외쳤다. 정말 괜찮겠냐고 열 번은 더 물어본 것 같다. 하지만 아내의 의견은 같았다. 그리고 이유는 안 그래도 좁은 주방에 상부장까지 빼곡하게 놓여있으면 더 답답해 보일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주방에서 요리도 하고 생활할 일이 많은데 답답한 마음이 생기면 들어가기 싫어질 것 같다는 것 같았다. 나는 거기까지 생각한 아내에게 새삼 대단함을 느꼈다. 쾌재를 외친 내가 조금 한심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집이 기존보다 한 층 밝아졌다. 밝은 색 벽지를 사용하고 문틀을 얇게 하니 괜스레 더 넓어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거실은 줄어들었다. 우리는 거실을 조금 양보해서 신발장을 넓혔기 때문이다. 좁아졌다는 걸 느끼진 못했지만 소파를 놓은 후 좁긴 좁구나 하는 생각을 한 번 했었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아무 무리 없이 오히려 양쪽으로 선반을 두고 편안하게 잘 사용하고 있는 중이니 잘못된 선택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가장 많이 바뀐 것 같은 곳은 베란다다. 베란다에는 창호, 벽, 바닥이 전부인데 창호도 바꾸고 벽도 칠하고 바닥 타일도 바꿨으니 정말 다 바뀌었다. 그리고 옛날 알루미늄 창호로 되어있던 곳 하부에서 누수가 있어 물이 졸졸 흘렀는데 이제 그런 일이 없다. 정말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큰 문제없이 잘 버텨줬으면 좋겠다.
리모델링 브런치북은 이번화가 마지막 화입니다.
그동안 글재주 없는 제 글에 관심 가져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