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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을 준비한다는 것.

다름이라는 것.

by 짜미

우린 약 세 달(?) 정도 되는 기간의 공사를 마쳤다. 공사를 마쳤을 때는 결혼식으로부터 약 한 달 정도 이전의 날이었다. 결혼식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긴장이 되고 부담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런 느낌은 전혀 없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결혼식이 다가오고 있다는 체감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다.


남은 기간 동안 주변 지인들을 만나며 인사를 나누고 밥을 먹으며 청첩장을 전해주는 시간을 가졌다. 청첩장이라는 게 참 오묘한 감정을 들게 만들었다. 주자니 부담이 될 것 같고 주지 않자니 거리를 두는 것 같아서 참 마음이 아리송했었다. 결혼식을 하고 나면 주변 관계에 대한 정리가 된다고 말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하지만 결혼이라는 공통사가 생겨서 친구들을 포함한 주변 지인분들과 조금 더 가까워지는 시기가 된 것도 사실이다. 결혼식을 함으로 인해서 너무 안 좋은 이야기들만 듣다 보니 겁이 난 것도 사실이었지만 결국 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으로 답이 내려졌고 이럴 때 나의 어릴 적을 돌아보며 친구들이나 지인분들께 인사를 할 수 있어 나름 리프레쉬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20240419_123324.jpg 신혼부부 결혼준비 결혼식 청첩장

결혼식을 하기 전에는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지만 그 속에는 참 모순적인 내용이 있다. 지인분들께 인사를 하고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정말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이 먹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의 다이어트를 위해 모두에게 모바일 청첩장만을 보낼 순 없으니 그 정도는 참으로 애매했다. 이런 감정을 느낀 건 아내를 보면서였다. 나야 다이어트에 큰 관심이 없는 상태고 다이어트보다 즐겁게 사람들을 만나고 웃고 떠드는 게 좋았지만 아내는 이미 드레스 사이즈도 정해졌기 때문에 빼면 뺐지 더 찌면 큰일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내의 지인분들을 만나러 갈 때는 대부분 간단한 점심식사와 카페에서 커피를 시켜 수다를 떠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아내의 주변 지인분들도 다 그렇게 걱정을 해주고 배려를 해주는 게 눈에 보여서 참 고마웠다. 하지만 내 지인들은.... 밝을 때 만나면 생명에 문제라도 생기듯 해가 진 후에 만났고 내일이 없다는 듯 고기와 술을 들이부으며 즐겼다. 그건 이제 이렇게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그간 학생 때 지내던 곳을 떠나 결혼할 때가 되어 다시 지방으로 내려온 나에게는 참으로 새롭고 반겨주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에 고맙고 이제야 이렇게 찾아온 것에 대한 미안함이라는 세 박자가 모두 맞아 그렇게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런 과정들을 겪으면서 아내와 내가 얼마나 다른 삶을 살아왔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이전에도 다름을 느끼지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주변 지인분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 스스로에게서 느끼는 것이 아닌 주변의 이야기로 다름을 느끼는 것이 참 새로운 감정을 들게 했다. 전에도 알고 있었던 내용들도 이런 과정을 통해 알게 되니 또 새롭게 느껴는 순간들이었다.


뭐 대단한 일 한다고 주제 하나가 던져지면 그저 즐거워 파이팅을 외치는 내 주변과 정말 큰 일을 치르는데 이렇게나 침착하고 무던하게 과정을 보내는 아내의 주변. 우리는 정말 비슷한 점이 많은데 이럴 때 보면 정말 정 반대의 삶을 살아온 것이 아닌가 싶다. 반대됨이란 정말 안 맞을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이런 모습에 매력을 느끼는 게 반대됨의 매력이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결혼식이 점점 다가오고 있던 3월의 어느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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