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rtine sk Mardres Nov 12. 2023

#17 20231111

어쩌다 샌디에이고 Ep.4

칼라베라-스페인어로 해골이란 뜻이지만 '망자의 날'에 알록달록하게 색칠을 해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설탕 해골을 일컫기도 한다. 죽은 조상이 남은 가족을 방문한다는 '망자의 날'은  디즈니 영화 '코코'에서 잘 묘사되어 있듯이 엄숙한 제사라기보다는 핼러윈처럼 해골분장을 하고 동네방네 들썩거리며 다 같이 즐기는 축제에 가깝다.  


멕시코와 국경을 인접하고 있는 샌디에이고는 여기저기 스페인 영향을 받은 멕시코 풍의 건물과 실내장식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관광객뿐 아니라 현지 거주민에게도 인기 있는 방문지인 '올드타운'은 화려하게 꾸며 놓은 멕시코풍 민속촌이라고 보면 될 듯했다.


아직 영화 '바비'가 극장 상영 중인지라 홍보의 숟가락을 살짝 올린 분홍 카트리나, 해골여인의 바비 버전이 눈길을 끌었다. 주변이 망자의 날을 떠올리는 상징적인 이미지 중 하나인 메리골드, 금잔화로 장식되어 있긴 하지만 역시 카트리나는 영화 '코코'에서 죽은 이 중 한 명으로도 등장하는 멕시코 국민 화가 프리다 칼로를 떠올릴 검은색, 금색과 원색의 강렬함이 섞여야 제대로 어울리는 것 같다.  


알록달록한 이국적인 색의 조합에 스페인 식민지 풍 건물과 사막의 선인장이 같이 하는 풍경은 앵글을 대충 잡아도 흡족하게 예쁜 사진이 나왔다.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볼거리를 제공해 합법적으로 주머니를 털겠다는 의도가 너무 빤하게 보이는 거 아니냐며 시니컬하게 입을 삐죽거리기엔 사방팔방 사진명소가 너무나 널려 있어 잠시 생각 따위는 접어 두고 바쁘게 셔터를 누르고 이리저리 좀 더 나은 구도와 예쁜 그림을 담겠다는 의지로 가득 차 정신줄을 놓아버렸다.


 종료 시간 30분여를 앞두고 잰걸음으로 둘러본 박물관은 그 당시 권세가의 실 주거지로 쓰이던 주택이었다는데 여전히 지금도 멀쩡해 보이고 예쁘기까지 한 옛날 세간살이와 손때 묻은 반질반질한 오래된 가구를 보자니 눈을 떼기 힘들었다. 사람 손으로 정성껏 만들어 오래 두고 쓰다가 손때 묻은 가구는 걸작에 가깝다. 가성비 따지며  대중적인 디자인으로 대량 생산해서 직접 조립해 쓰는 수명이 짧은 가구에 둘러 쌓여 있다 보니 시대극에 등장할 법하지만 아직도 멀쩡한 그 시절 살림살이와 손으로 잘 만든 가구에 마음을 뺏긴다. 그러고 보니 올드타운 전체가 무슨 영화 촬영장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상점가까지 그럴싸하게 빈티지한 멋스러움이 배어 나와 눈이 즐거운 아이캔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자연사 박물관도 좋지만 이런 아기자기한 민속 박물관은 사람들 사는 거 예나 지금이나 싶은 마음에 참 정겹고 마음이 간다. 남의 집 구경 재미있게 하는 기분에 좀 더 둘러보고 싶었지만 폐장시간을 알리는 안내방송에 쫓기듯이 서둘러 나와 해변의 일몰을 놓칠세라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번 여행에서 산이며 바다 위에서 타들어 가는 듯 붉은 일몰을 벌써 여러 번 즐겼던 터라 뿌연 하늘과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 해가 그렇게 아쉽지는 않았다.


이런 일몰도 있고 저런 일몰도 있으니 오늘의 일몰이 평소와 다르다고 실망할 필요까진 없지 않은가. 일몰 후 스산해진 관광지를 뒤로 하고 또다시 길거리 파티로 들썩거리는 게스트하우스로 혼자 돌아와 피곤한 몸을 기대고 나서야 집에서 엄마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아이들과 남편이 생각났다. 밥은 먹고 다닐까?  

작가의 이전글 #16 2023110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