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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율맘 Aug 28. 2022

지금 여기; 행복이 머무는 곳

교래리 자연휴양림 숲 체험



  매일 똑같은 생활을 반복하고 복잡한 일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날이 있다. 이런 날에는 감사한 일에 집중하며 행복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행복하기 위해서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다. 


 나의 상황을 알아챈 것은 아니지만 1박 2일로 언니와 함께 자연 휴양림에 다녀왔다. 소중한 사람들과의 1박 2일 숲 체험, 너무 좋지 않은가! 복잡한 내 마음을 일상에 남겨둔 채 행복에 집중하기에 딱 좋은 여행이었다.      

 언니와 나의 만남을 ‘김 자매 타임’이라고 부른다. 이번 김 자매 타임은 아이들과 함께했다. 언니와의 여행은 짐을 챙기는 부담도 덜하고 마음도 가볍다. 난 지금 아이들을 보살피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지만, 언니와 있을 때는 여전히 보살핌을 받는 동생이다.     

 평소보다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교래 자연휴양림으로 향했다. 마음가짐을 달리하니 모든 것이 즐거웠다. 입실시간보다 일찍 출발한 나와 아이들은 시간에 쫓기지 않았다. 아이들이 멈춰 달라는 곳마다 잠깐씩 차를 세워 구경도 했다. 땡볕 아래 풀을 뜯어먹는 말을 발견하기도 하고 여행을 온 관광객들의 모습을 보기도 했다. 제주에 살면서도 하루하루가 바쁘다는 핑계로 관광객들보다 제주 구경을 많이 하지 못했다.

“민율아, 우린 참 좋은 곳에 살고 있다. 그렇지?”

“맞아요, 선생님이 부산은 마음대로 구경도 못 한대요.”

“응?”

“마음대로 돌아다니지도 못 한대요.” 

 “아~ 부산이 아니고 북한이야. 부산에 살아도 마음대로 구경할 수 있어.”

 선생님 말씀을 엉뚱하게 들었지만, 학교에서 배운 것을 이야기해 주는 아들이 귀여웠다. 이번 여행이 아니었으면 듣지 못했을 아이들의 말에 더욱더 귀 기울여본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이런 여유로움이 좋았다.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여행지가 될 수 있는 곳에 살고 있음에 감사했다.


 교래 자연휴양림으로 들어가는 길은 일방통행이다. 입구를 지나쳐 후진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평소 같으면 ‘더워 죽겠는데 이런 것도 제대로 못 찾아?’ 하며 짜증 냈을 게 뻔하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행복하기로 마음먹었으니까.

‘시간도 많은데 다시 돌아오면 가면 돼, 괜찮아.’     

  큰길에서 차선을 바꾸고 유턴을 하여 일방통행 길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낯설었던 길이 한번 와봤다는 이유로 길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사소한 행동 하나에도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인생도 마찬가지 방황하고 헤매도 결국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거야. 나는 잘 해낼 거야.’


 “엄마, 여기가 어디예요? 아까 봤던 길 같은데?”

 “엄마가 길을 착각해서 헤맸어. 그래도 괜찮아, 이런 게 여행의 재미야. 길을 헤매기도 하고 그곳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도 하지.”     

 아이들과 함께 주변에 피어있는 꽃을 보았다. 

 “엄마, 이 꽃 이름은 뭐야?”

 “수국이야.”

 “엄마, 왜 둘 다 수국 꽃 색깔이 달라?”

 “응. 꽃은 흙의 영양분을 먹고 자라는데, 수국은 어떤 흙을 먹느냐에 따라 색이 달라진대. 그래도 모두 꽃이지.”     

 아이들이 ‘모두가 꽃’이라는 말에 <모두가 꽃이야>라는 동요를 소리 높여 부른다.      

“산에 피어도 꽃이고 들에 피어도 꽃이고

길가에 피어도 꽃이고 들에 피어도 꽃이고

아무 데나 피어도 생긴 대로 피어도 

이름 없이 피어도 모두가 꽃이야.

봄에 피어도 꽃이고 여름에 피어도 꽃이고

몰래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노래를 신나게 부르고 있던 딸이 벌을 발견했다.


 “엄마, 벌이야 무서워.”

 “서율아, 사람이 벌을 공격하지 않으면 사람을 먼저 공격하지 않는데, 오빠가 지켜줄게.”

 동생을 안심시켜 주는 오빠의 모습에 뭉클했다. 동생을 지켜주려는 오빠의 모습과 오빠에게 의지하는 동생이 모습이 너무 예뻤다. 

 ‘둘 낳길 잘했어. 여기 오길 잘했어.’

 아이들의 쫑알쫑알하는 대화들에 귀를 쫑긋 세워 들어보면 행복해진다. 집에 있으면 살림하느라 바빠서 듣지 못했을 사랑스러운 대화들을 들으며 한마디 한마디가 귀했다.     

 햇살은 무척 뜨거웠고 우리가 머물 공간까지 300m는 더 가야 했다. 남편 없이 아이들과 짐까지 챙기려니 힘이 들었다. 어쩔 수 없이 언니가 올 때까지 짐을 차에 두고 숙소가 있는 곳까지 걸어가 보았다. 숲으로 들어가 보니 더위는 온데간데없고 시원함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여름에는 물놀이지’라는 생각이 쏙 들어갔다. 

 ‘이래서 무더운 여름에 시원한 숲을 찾는구나! 그래, 어릴 때도 여름이면 나무 그늘 아래 모여 앉아 놀았지’ 

 어릴 적 생각도 나면서 지금은 많이 사라진 나무의 소중함을 느꼈다. 나무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아이들도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     

 기다리던 언니와 조카가 오고 숙소로 향했다. 아이가 둘에서 셋이 되니 더 신이 났다. 아이들끼리 잘 놀아주는 날에는 엄마의 관심이 조금 다른 곳에 가도 상관이 없다. 몸과 마음의 자유로 행복은 배가 된다.      

 숙소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큰 창문으로 바라보는 바깥 뷰는 힐링 그 자체다. 울창한 숲, 자연의 초록이 나의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음악을 틀지 않았는데도 클래식이 울려 퍼지는 느낌이 든다. 초록을 닮은 아이들과 숲이 주는 초록이 음악과 어우러져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었다.     

 비눗방울 놀이, 물총 싸움, 곤충채집 등 자연을 벗 삼아 놀았다. 대낮에 숲은 초록을 선물해주었다면 한밤의 숲은 곤충의 비밀을 선물해주었다. 어둠에 대한 무서움을 잊은 채 양손에는 손전등과 채집통을 하나씩 챙겨 나섰다. 

 “야간 곤충 탐험대 출발.”

 한껏 용기를 장착하고 길을 나서자마자 뱀을 발견했다. 사슴벌레를 꼭 잡고 말겠다는 아이들의 대단한 각오가 뱀의 무서움도 순간으로 넘길 수 있었다. 손전등으로 나무 사이를 비출 때마다 책으로만 보았던 곤충의 모습이 그대로 있었다. 특히 매미의 우화 과정을 두 눈으로 앞에서 보니 참 교육이 따로 없었다. 매미의 성장 과정을 하나하나 발견할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아이들은 곤충 박사가 되어 곤충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사슴벌레, 장수풍뎅이, 하늘소, 풍뎅이 그리고 뱀, 플라나리아, 달팽이 등 평소에 흔하게 볼 수 없는 자연의 생명이 천지에 있었다.


 야간 채집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니 나방과 풀벌레가 빛을 좇아, 커다란 통유리 창에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야간 채집의 흥분이 가라앉기도 전에 등화 채집이라며 흥분했다. 올망졸망 모여 있는 아이들을 보며 또다시 행복을 느끼고 일상으로 돌아갈 힘이 났다.      

  좋은 것만 생각하고 즐기기에도 아까운 시간, 오늘 하루 모든 것을 잊고 행복하기로 마음먹길 잘했다. 힘든 일이 있고 벗어나고 싶을 때 행복을 찾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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