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GDP
얼마 전 지인의 회사에 희망퇴직 바람이 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목표 감축 인원은 전체의 30%.
한꺼번에는 아니지만, 그 자리를 AI로 채울 준비를 회사가 이미 하고 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생각이 많아졌다.
경제학에는 오래된 믿음이 있다.
기술이 일자리를 없애도, 결국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는 것.
틀린 말은 아니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방직기가 직공을 밀어낼 때 공장 관리자가 생겼다. 자동화가 조립 라인을 대체할 때 엔지니어가 생겼다. 그 빈자리를 채운 건 화이트칼라였다.
AI는 그 화이트칼라를 대체하고 있다.
블루칼라 다음 화이트칼라까지. 이제 정말 사람이 노동시장에서 설 자리는 없어지는 걸까.
얼마 전 미국이 사상 최대치의 GDP를 달성했다는 기사를 봤다.
노동 시장의 실체인 노동자들은 줄어드는데 GDP는 올라가는 현상.
이걸 유령 GDP라고 부르는 이들이 있다.
이제 GDP는 사람의 손으로 올리지 않는다.
과거의 기계는 인간의 육체를 대체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지적 노동의 자리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범용 AI는 그 지능의 영역마저 채우고 있다.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 지성의 프리미엄이 소멸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혹자는 AI를 기술이 아니라 문명이라고 표현한다.
기술은 선택할 수 있지만 문명은 선택할 수 없다.
피할 수 없이 닥쳐온 문명 앞에서, GDP의 생산자로서의 역할을 잃은 우리는 어떤 미래를 준비해야 할까.
아직 잘 모르겠다.
다만 요즘은 그 미래를 생각하면 서늘하게 무서워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