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시간에 누군가가 손을 들며 물었다.
“AI 도움 받아서 쓰면요, 이게 제 글인가요? 아니면 AI 글인가요?”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되물었다.
“혹시 그 글에 문제가 생기거나,
비판을 받으면 누가 감당해야 할까요?
AI일까요 아니면 선생님일까요?”
질문을 받은 분이
잠시 웃다가 말했다.
“저겠지요.”
그래서 나는 이렇게 답했다.
“그렇다면 책임은 선생님께 있는 거니까,
그 글은 선생님 글이 아닐까요?”
강의실이 잠깐 조용해졌다.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였고,
누군가는 생각에 잠긴 얼굴이었다.
생각해보면
작가들도 늘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글을 쓴다.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고,
문장을 다듬기 위해
주변의 의견을 듣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에게 도움을 받을 때는
굳이 책임을 따지지 않으면서,
AI의 도움을 받았다고 하면
우리는 왜 유독
“이게 누구 글이냐”는 질문부터 꺼내게 될까.
나 역시
글을 쓸 때
AI의 도움을 받는다.
엉킨 문장을 풀어보고,
흐름의 어색함을 다시 묻고,
넘치는 부분을 덜어낼 곳을
함께 찾는다.
어떤 날은
내가 던진 단어보다
AI가 제안한 단어가 더 근사해 보여
잠시 멈칫하기도 한다.
그렇게 한참을 고치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이 글은
내가 쓴 걸까,
아니면 AI가 쓴 걸까.
하지만 묘하게도
발행 버튼을 누르는 순간만큼은
그 질문이 떠오르지 않는다.
글이 공개된 뒤
좋은 반응이 오면 기쁘고,
따가운 비판이 달리면
괜히 문장 하나를 다시 읽으며
마음을 졸인다.
그 순간
나는 단 한 번도
AI를 떠올리지 않는다.
그 문장을 끝내 남기기로 한 것도,
수많은 제안 중 하나를 고르거나
혹은 단호히 거절하기로 한 것도,
결국은 나였기 때문이다.
수만 개의 선택지 가운데
이 조합을
나의 것으로 확정 지은
그 최종적인 판단이
나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책임에 대한
다소 무거운 문답이 오간 뒤,
누군가 분위기를 환기하듯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을 던졌다
“작가들도 주작가 ○○, 보조작가 ○○ 이렇게 쓰잖아요.
그러면 이렇게 적으면 되겠네요.
아이디어 및 선택: ○○○
편집 도우미: AI”
웃음이 흘렀지만,
그 순간
글의 아래에
어떤 이름을 적느냐의 문제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움은
받을 수 있다.
과정은
함께할 수 있다.
하지만 글이 세상에 나간 뒤,
그 문장을 설명해야 하는 순간,
그 문장을 끝까지 안고 가야 하는 순간에는
결국 한 사람이 남는다.
그래서 글의 마지막 칸,
책임을 묻는 질문 앞에서
나는
잠시 멈춰 서게 된다.
그리고
어느새
여전히 같은 이름을
적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도움은 빌려올 수 있어도,
책임만큼은
끝내
빌려올 수 없는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