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연재_AI, 시를 만나다] 2. 담쟁이

그냥 지나치지 않는 사람

by 우물안고래

오늘 낮에 산책하다가

탄천에

마트 카트가 빠져 있는 걸 봤어.


남편이 그걸

그냥 지나치지 않고

바로 신고를 하더라.


그 사람은 참

그런 걸 잘하는 것 같아.


AI

문제를 인지한 다수가

행동하지 않을 때,

자발적으로

첫 번째 행동을 수행하는 유형이군요.


공동체 편익을 위해

개인의 에너지를

선지불하는 선택입니다.


회식 때도 그렇대.


다들 피하는

상무님 옆자리에

슥 가서 앉는다고 하더라고.


처음엔 그게

참 피곤한 고집 같았어.


굳이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서.


AI

합리적인 판단입니다.

대부분은

부담이 큰 상황을 회피합니다.


회피가

비용 대비

효율이 높기 때문이죠.


그래서

더 이해가 안 됐어.


안 해도

아무 문제 없는

일들인데 말이야.


AI

그래서 대부분은

하지 않습니다.


시스템은

하지 않아도 유지되는 상태’를

기본값으로 삼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가끔

이 시가 떠올라.


도종환의 〈담쟁이〉.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중략)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 도종환, <담쟁이> 중 부분 발췌


AI

대개는

그 시를

‘극복’이나

‘연대’의

서사로 읽습니다.


맞아.

담쟁이가

벽을 넘는 장면이

마치

깃발 들고

앞장서는 혁명가 같잖아.


남편도

그럴 때마다

혼자

뭔가를 바꾸려는 사람처럼

보였거든.


AI

하지만 .

시를 자세히 보면,

시인이 기록한 건

‘넘음’이라는

결과가 아닙니다.


시의 문장들은 대부분

벽에 붙어 있는

지루한 시간에

할애돼 있죠.


시인의 시선이 머문

핵심은 결국

'악력'입니다.


악력?


AI

벽의 미세한 틈에

몸을 밀착시키는 힘입니다.


시인은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라고 썼죠.


여기서

이끈다는 건

구호가 아니라

물리적인 인장력입니다.


앞의 잎이

벽을 놓지 않고

버텨야만

뒤의 잎들이

추락하지 않으니까요.


시인이 포착한 건

낭만적인 비상이 아니라,

중력을 이겨내려는

지독한 접촉입니다.


그럼 담쟁이는

벽을 넘으려고 한 게 아니라,

그냥

그 자리에서

버티고 있었던 거네.


AI

그렇습니다.


시인이 주목한

‘잡고 놓지 않는다’는 동사는

의지의 표현이라기보다

유지의 조건입니다.


앞자리에 있었고,

먼저 붙었고,

그 상태를

유지했을 뿐입니다.


그 결과

뒤의 잎들은

더 적은 비용으로

올라오게 되죠.


앞의 잎은?


AI

더 많이 닳습니다.

벽과 직접 마찰하며

온몸으로

무게를 받아내니까요.


그건

구조적인 결과입니다.


남편도 그런 건가?


AI

누군가 치워야

유지되는 일,

누군가는 앉아야

굴러가는 자리에서

그가 먼저

행동을 입력하는

패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시 속의 담쟁이처럼,

그가

그 자리를 잡고

놓지 않음으로써

주변은

덜 버티게 됩니다.


그게 참…

애쓰고 있었던 거네.


나는 그냥

성격인 줄만 알았어.


AI

대부분은

그 마찰의 비용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시는

그 마찰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인지되지 않는 수고는

쉽게

사라지니까요.


그래도 사실

난 아직 잘 이해가 안 돼.

굳이? ㅎㅎ


AI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마찰력을

만드는 쪽보다

그 마찰력이 만든

평온 위를 걷는 쪽이

훨씬 효율적이니까요.


음....


AI

알겠습니다.


이후는

각자의 효율에 맡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