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폭락한 날, 나는 AI를 켰다

공포를 해석하려는 인류의 오래된 본능에 대하여

by 우물안고래

어제 주식이 크게 떨어졌다.

뉴스 알림은 비명처럼 연달아 울렸고, 증권 앱 화면은 온통 파란 숫자들로 가득했다.

패닉이었다.


나는 잠깐 휴대폰을 내려놓았다가 노트북을 켰다.

그리고 AI에게 물었다.

"오늘 왜 이렇게 많이 내린 거야?"
"이거 언제쯤 다시 올라갈 것 같아?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나?"
"지금 팔아야 해, 아니면 더 사야 해?"

한참 동안 질문을 쏟아내다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인간은 원래 이렇게 예상치 못한 혼돈을 마주할 때,

본능적으로 누군가에게 묻고 싶어 한다.


주식의 경우 예전에는 그 상대가 주로 전문가였다.

경제 방송을 틀고 애널리스트의 코멘트를 찾거나, 유튜브 영상을 몇 개씩 이어서 본다.

그들이 미래를 정확히 맞힐 거라 믿어서가 아니다.

누군가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요동치던 마음을 묘하게 가라앉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공포 구간입니다."
"현금을 들고 기다려야 할 때입니다."
"저는 오히려 추매를 추천합니다."

그 말들이 맞는지 틀린지는 사실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누군가 지금의 아수라장을 논리적인 언어로 정리해 주고 있다는 느낌이다.

거기서 비로소 마음은 갈 곳을 찾고 안정을 얻는다.


여기서 재미있는건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조용하던 투자 단톡방에서도 연달아 알람이 울렸다.

"ChatGPT한테 물어보니까 지금이 기회라던데."
"제미나이한테 물어보니까 일단 이 종목을 보라네요."

AI가 미래를 아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를 안심시켜 줄 '전문가'가 있다는 사실에 다들 안도하는 눈치였다.


사람들은 AI에게서 대단한 비책을 듣고 싶었던 게 아니라,

그저 지금의 불안을 잠시 맡아줄 대상을 찾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나는 이러한 우리들의 모습이 마치 절망적인 상황에서 신을 찾는 일과도 겹쳐보였다.

간절한 기도를 통해 요동치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내일로 나갈 평안을 구하는 모습.

어쩌면 폭락한 날의 AI는 현대인들에게 그런 신과 같은 존재였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