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쓴 이력서 정말 기업은 싫어할까?
나에게 요즘 꽤 자주 들어오는 질문이 있다.
“AI로 이력서 어떻게 쓰면 되나요?”
이 기술적인 질문 뒤에는 늘 비슷한 망설임이 따라온다.
“그런데… AI로 쓰면 기업에서 별로 안 좋아하지 않을까요?”
어딘가 찔리는 사람처럼 조심스럽게 묻는다. 마치 편법을 쓰는 것처럼 느껴지는 모양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현직 HR 담당자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전해준다.
“HR담당자들에게 물어보면 차라리 AI라도 써서 제발 ‘정리’ 좀 해서 오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농담처럼 들리지만 의외로 진심에 가까운 말이다.
실제로 채용 현장에서 느끼는 변화가 있다고 한다.
AI가 대중화되면서 이력서의 전반적인 퀄리티가 눈에 띄게 올라갔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무엇을 했는지 모호하게 적힌 문장들이 많았다.
“oo업무를 담당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같은 표현들이 이어졌다.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 사람이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 파악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어떻게 업무를 수행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리고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는지.
문장은 훨씬 또렷해졌고 구조도 정리되어 있다.
읽는 입장에서도 훨씬 편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담당자들은 꼭 이런말을 붙인다.
“대신... AI로 쓰는건 다 비슷비슷해요.”
그래서 한번 이렇게 물어본 적이 있다.
“그럼 차라리 AI를 안 쓰고 쓴 이력서가 더 눈에 띄지 않나요? 진정성 있어 보일것 같은데... ”
그러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눈길은 가죠. 그런데 또 이런 생각도 들어요. ‘요즘 같은 시대에 AI도 활용 못 하나?’”
결국 이력서도 어느 정도 상향 평준화가 된 셈이다.
예전에는 경험이 조금 부족해도 글솜씨가 좋으면 유리했다.
문장을 멋지게 수식하고 경험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면 '좋은 이력서'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AI가 문장도 잘 쓰고,
구조도 잘 잡고,
경험을 정리하는 것도 능숙하게 해준다.
겉으로 보면 대부분의 이력서가 그럴듯해 보인다.
그래서 이제 이력서의 '포장지'는 더 이상 경쟁력이 되기 어렵다.
HR 담당자들도 AI를 활용해 이 포장지를 벗겨내고 알맹이를 본다.
제출된 이력서를 다시 분석해 보면서
경험이 과장된 것은 없는지,
말은 그럴듯하지만 실제 경험이 빈약한 것은 아닌지,
이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해왔는지,
우리 조직과 맞을 사람인지 단서를 찾는다고 한다.
AI로 작성된 이력서를 AI로 다시 들여다보는 셈이다.
이른바 '창과 방패'의 싸움 같기도 하다.
AI를 이용해 자신을 그럴듯하게 숨기려는 사람은 생각보다 빨리 들통난다.
하지만 AI를 돋보기 삼아 자신이 해온 일과 성과를 차분하게 정리한 사람은 오히려 더 또렷하게 드러난다.
AI 덕분에 이력서를 쓰는 일은 예전보다 훨씬 쉬워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력서로 속이기는 더 어려워졌다.
문장을 꾸미는 기술은 평준화됐고 포장은 더 이상 경쟁력이 아니다.
그래서 이제 이력서에서 가장 먼저 들키는 것은 경험의 부족이 아니라 거짓말이다.
AI 시대의 이력서는 결국 이것을 묻고 있는지도 모른다.
당신은 실제로 무엇을 해본 사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