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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승일 Mar 07. 2024

경찰관인 내가 자살예방 강사가 된 까닭?

"자살, 주변에서 인지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20년부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주관의 생명지킴이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생명지킴이 교육을 통해서 자살 위험에 처한 주변인의 신호를 인식하여 지속적 관심을 가지고 그들이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이나 전문가에게 연계해 줄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사실 나는 ‘자살’이라는 단어 자체가 남의 일 이라고만 생각하고 자랐다. 그러다 경찰관이 되었고 수많은 사건 현장을 출동하면서 수사보고서를 작성할때나 쓰는 단어가 되면서 점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다 내 삶의 일부가 바뀌는 사건이 발생했다.     


벌써 10년 전의 일이다. 그 당시 나는 경찰청에 근무하고 있었다. 경찰관으로 근무는 10여년을 하고 있었고 무슨 일이든 열심히하고 싶은 욕심많은 30대였다. 사회에서 만난 동생이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 그는 대학생이었다. 군대를 다녀온 후는 학교를 졸업하고 누구나 부러워할 직장에도 취직했다. 그리고 직장생활에 대한 애로사항을 이야기 하면서 가끔 만나 술도 한잔씩 했다. 사실 그때 까지만 해도 나는 누구나 겪는 직장내 스트레스로 가볍게 생각했었다.


아마 직장 생활을 2년쯤 했을때로 기억한다. 저녁 8시 쯤 그 동생이 내게 전화를 했다. “형 뭐해?”라는 짧은 물음에 “나, 일하지. 아직 회사야. 언제 끝날지도 모르겠고, 오늘도 12시는 돼야 집에 갈 것 같은데. 왜?”라고 물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동생은 몇 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짧게 “아니 안 바쁘면 술이나 한잔 할까했지”라는 말을 했고, 나는 다음을 약속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3일 뒤 그 동생은 스스로 하늘나라로 떠났다. 당시 나는 엄청난 죄책감에 시달렸다. ‘내가 왜? 그의 힘들을 알아채지 못했을까. 내가 왜? 도와주지 못했을까. 내가 왜? 바쁜 부서에서 일을 하고 있었을까. 내가 왜? 전화를 빨리 끊었을까’ 수없이 많은 질문을 내 스스로에게 던졌다. 그럴수록 나의 대한 원망은 더욱 커져갔다.     

결국 당시에 나는 심리상담을 8차례 정도 받고서야 스스로 지고 있던 짐을 조금은 덜 수 있었고 위로도 받았다. 그 뒤로 나는 지금까지도 그 동생이 안치되어 있는 납골당에 종종가고 있다. 그러다 어느 땐가 그 동생의 어머니께서 내가 놓아둔 꽃 옆에 작은 카드하나가 놓여 있었다.

 

동생 어머니의 진심이 묻어 있는 짧은 글

‘OO이 엄마예요. 잊지 않고 기억해줘 고마워요’ 이 짧은 몇 마디가 어머니의 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지금은 자주 가지는 못하고 있다. 그래서 가끔 아직도 지워지지 않은 그 동생의 SNS에 글을 종종 남기고 있다.    

 


OO~~~     

형 보여? 나 지금 네가 쉬고 있는 곳에 있잖아. 여긴 지난주가 설 연휴였어. 형은 맛난 것도 많이 먹고 잘 쉬었어. 너 별로 꽃 좋아하지도 않았던거 같은데 네가 있는 곳에만 많네. 좋다. 많이들 널 기억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만큼 네가 잘 한 거지.     


형 지금 세 번째인 거 같은데 이제 네가 자주 생각 안 난다. 이게 간사한 인간의 모습이야. 너무 미워하지 마. 내게도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그래도 덕분에 너 자주 볼 수 있었던 거 같아. 안그랬으면 이렇게 오지도 못했을텐데 그건 감사해.     


조금 전 건너편에서 들려 온 얘긴데 “여보 조금만 있으셔. 나도 곧 갈게”라며 백발의 어르신 목소리를 들으니 먹먹해 진다. 난 그런 말 안해. 그 만큼 너 좋아하진 않아 그래도 너 나름 괜찮고 재밌는 동생이었다.     

잘 쉬렴. 2015년 2월 24일     



하늘나라로 떠난 동생의 SNS에 쓴 글




잘 있냐? 7년 전 니가 내 페이스북에 남긴 댓글이 오늘 그때의 추억이라고 보이네. 시간은 참 이렇게 흐르건만 별로 변한 건 없다. 지금 서울은 주룩주룩 비가 와. 내가 널 그리는 마음 같다. 부디 하늘나라에선 이곳보다 훨씬 더 행복하길 기도해. 안 그럼 아주 그냥ㅠㅠ.


이곳에서 더 챙기지 못한 것도 참으로 미안 해. 평생 그럴거 같구나. 보고 싶구나. 너의 말도 안되는 장난 뒤에 잇몸이 보이게 웃던 모습이……. 2019년 7월 24일     


동생의 페이스북에 쓴 글

그러다, 지난 2020년 ‘생명지킴이’이 강사가 되었다. 지난해에는 겸직을 허가 받아 교육을 원하는 기관에서 강의를 해오고 있다. 사실 나는 내가 강의를 하면서 더 많은 위로를 받고 있다. 그리고 충분히 보람을 느끼고 있다.


내게 있었던 한 사건으로 인해 또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게 되었고, 지금은 그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높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를 예방하기위한 노력은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자살예방 생명지킴이는 자살위기자를 식별하는 지식과 태도, 기술을 습득하여 자살에 대한 위험 수준을 판단하고 자살의 위험에 처한 주변 사람을 적절한 서비스에 연결해주는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또한, 훈련을 통한 지식과 인식의 변화를 통해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누구라도 나와 같은 실수를 하고 싶지 않다면 반드시 교육(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등)을 한번 받아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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