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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승일 Dec 31. 2020

매년 연말 도전을 멈추지 않는 이유?

'8년째 매년 마지막 주에 북한산 계곡 찾아 얼음물 잠수를 하고 있는 나

어느덧 올해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누구에게나 마찬가지겠지만 내게도 찾아왔다. 올해는 다들 이야기 하듯 코로나로 시작해 코로나로 끝났다. 일반 직장인들에게도 그렇겠지만 경찰관인 내게도 나름 어려움이 많았던 한해다.  

 

올해만큼이나 내게 있어 기억에 남는 한 해가 있다. 지난 2013년이다. 당시 집안 문제와 직장 문제 등으로 스스로 이겨내기 어려울 만큼 힘든 시기를 보냈다. 지나고 보면 나름 잘 이겨낸 듯싶다. 내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당시에는 ‘내게만 왜 이런 힘든 일들이 있는 거야’라면서 세상도 원망하고 자신도 원망했었다. 


만약 그때 제대로 극복하지 못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심하게 망가지거나 쓰레기 같은 인간으로 추락했을지도 모른다. 그 당시에는 그랬다.  

  

그렇게 방황하는 내 자신을 가까이서 지켜보던 친구가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친구는 제안을 해왔다. 

   

“올 한해  고생 많았다. 안 좋았던 일들은 태평양 바다에 모두 던져 버리자. 겨울바다나 보러 한번가자. 가서 시원하게 바닷물 잠수한번 하고 오자”는 제안을 했고 나는 다소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렇게 며칠이 흐른 뒤 그 친구와 북한산으로 향했다. 사실 당시에 겨울바다를 보러 가는 것 자체가 사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북한산 계곡에 도착해 우리는 30여분 꽁꽁 언 얼음을 깨야만 했다. 당시에는 아무런 장비도 없이 달랑 수건 한 장만 가지고 갔던 터라 무척이나 힘들었다. 주변에 있는 돌멩이로 30센티가 넘는 얼음을 깨는 것 자체가 고된일이었다. 그날 기온이 영하 4도쯤 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계곡이고 바람이 불어 실제 체감 온도는 훨씬 낮았다.   

  


2013년 12월 29일 오후 2시 

   

그렇게 첫 경험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올해까지 8년째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끔 내가 한 미친 짓(?)에 대해 SNS에 업로드를 하곤 한다. 그때마다 주변에서는 “왜 미친 짓을 하고 그래?”라고 묻는다. 그때마다 내가 하는 답변이 있다. “내가 한 해 동안 했던 일에 대해 버릴건 버리고 새해 다짐을 하는것이다”라고 말한다.   

 

내 머릿속에서 지워야할 기억들. 그것들은 모두가 내가 했던 일 가운데 후회하는 것들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경험하는 일들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그렇다. 내가 경험하고 행동했기 때문에 기억에 남아있고 후회도 있는 것이다.

   

조금은 간단한 후회들도 있다. 몸으로 실천하기로 다짐 하고선 하지 않은 것들이다. 매년 1월이 되면 ‘올해의 할 일’이라는 큰 제목아래 최소 10여 가지는 계획을 세우곤 한다. 예를 들어 ‘꾸준히 운동하기’, ‘자격증 3개 취득하기’ 이런 것들이다. 누구나 다들 그럴 것이다. 그럴 것들은 못한 내게 채찍을 가하는 날이기도 하다. 아주 단순하게는 말이다.  

  

어찌됐든 내가 이 같은 도전을 계속하고 있는 이유는 단순하다.    


한 해 동안에 잘못하거나 후회할 일들은 모두 날려버리고 반성하면서 밝아오는 새해를 맞이하는 자신만의 의식인 것이다. 그런데 이 도전이 생각이상으로 많은 것들을 보상으로 돌려주고 있다. 육체적인 변화는 물론이고 정신적으로 단단해짐을 느낀다. 무더운 여름날에 그때의 영상을 보거나 생각만으로도 더위를 날려버릴 수 있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당시의 선한 고통을 생각하면 감쪽같이 사라진다. 가끔은 그런 소소한 일들이 신기하다는 생각까지 할 정도다.     


그러다보니 주변에서 해가 거듭 될수록 함께하길 희망하는 친구들이 늘었다. 어떤 친구는 ‘결혼이 하고 싶어서’, ‘아내가 건강하게 아이를 출산하기를 바라면서’, ‘군 입대를 앞두고서’ 이유도 여러 가지였다. 매년 서너명이 함께하고 있다. 한번 가본 친구는 이듬해 같이 또 하려고 한다. 이런걸보면 나름 효과가 충분히 검증 됐다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올해도 몇 사람이 함께하길 원했다. 이미 올 여름부터 준비를 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5인 이상은 모일 수 없었고 지침을 지키기 위해 결국 3명이서 함께했다.      


올해 마지막 날. 12월 31일.   

 

이 글을 본 당신에게도 자신만의 특별한 의식을 만들어 보길 적극 권하다. 조금은 무모하거나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다. 작은 것이라도 자신만의 특별한 의식을 경험해보길 바란다. 그럼 왜 좋은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감사할 이유가 생길 것이다.    


물론 당장 해야 한다. ‘내년부터 하지 뭐’라고 생각했다가는 평생 못할 것이다. 오늘도 좋고 내일도 좋다. 단지 미루지는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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