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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승일 Dec 13. 2021

다래끼가 가져다 준 선물

'빛이 들어오는 저 넘어를 본다'

지난 주말의 일이다. 어제(토) 오후부터 왼쪽 눈 밑이 가렵고 따끔거려 여러 번 비볐다. 별일 아니겠지 하고 새벽까지 영화를 보다 잠들어 아침 11시에야 눈을 떴다. 늘 그렇듯 휴일의 끝자락에서는 최대한 이불속을 사수한다. 그러다 배가 고프면 마지못해 일어나 식사를 한다. 오늘도 그랬다. 

    

그렇게 점심이 다 되어서야 일어나 샤워를 하다 거울을 보고 놀랐다. 아니나 다를까 왼쪽 눈 밑이 부어올랐기 때문이다. 아마도 십수 년 만에 다래끼가 생긴 것 같다. 짜증을 내며 아침 겸 점심을 먹으며 고민에 빠졌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진료하는 병원도 찾기 쉽지 않을 텐데 내일 병원을 갈까? 아니다 더 심해지기 전에 병원을 빨리 가야 한다.’라는 생각에 갈팡질팡했다.     


그리고 나 자신과 타협한 것은 일단 병원은 내일 가고 오늘은 약국에 가서 더 심해지지 않도록 응급처치를 해보자는 것이었다. 인터넷에서 ‘휴일 지킴이 약국’을 검색해 동네 가까운 약국을 찾았다. 개포역 6번 출구 뒤쪽에 있는 삼*약국이었다. 전화를 걸어 운영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방문했다.    

 

“선생님, 어제저녁부터 간지럽고 해서 몇 번 눈을 비비고 잤더니 아침에 더 부었습니다. 병원은 내일 갈까 하는데 오늘만 먹을 수 있는 약이 있을까요?”라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눈이 많이 부었네요. 병원 처방전이 없어서 일반의약품으로 줄 수는 있는데 요즘은 백신 접종 등으로 진료하는 병원이 많으니 처방전을 받아서 약을 드시는 게 어떨까요?”     


“오늘 일요일인데 가까운 곳에 진료하는 병원이 있을까요?”라고 물었고 약사님은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약국 내 사무용 컴퓨터로 무언가를 검색하는 듯했다. “대치역 농협 뒤쪽에 한*가정의학과가 지금 진료하네요. 거기서도 처방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라며 친절하게 말해 건넸다.  

   

나는 고맙다는 말과 함께 “약국에 온 김에 영양제라도 구입하겠다”라고 했지만 “빨리 가서 진료나 받고 약 드세요”라는 답변을 듣고 발길을 돌렸다. 사실 약국에 입장에서는 ‘다래끼’ 약을 팔면 더 이득일 것이다. 그곳에서 꽤 거리가 있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아야 한다. 그럴 때 어찌 됐든 약을 팔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병원에서 진료를 잘 받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무래도 그 약사님의 친절이 너무도 고마워 다시 찾아가 비타민제를 사고 감사 인사를 건네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에 왔다.  

   

오늘의 소소한 일이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따지고 보면 다래끼는 그냥 놔둬도 완치는 된다. 설령 그렇지 않는다고 해도 동네 안과만 가도 금방 치료가 가능한 일이다. 단지 내 눈에 띄고 남들 시선을 의식해 호들갑을 떨며 사방팔방을 뛰어다닌 자신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그렇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건강에 해로운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며 스트레스를 받고 몸속 어디선가 아픔을 호소하고 있지만 정작 들여다보지 않고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은 아닌가 싶다. 

    

오늘 일을 겪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당장 눈에 보이는 작은 몸의 상처보다 눈에 띄지 않는 훨씬 더 크고 소중한 내면의 건강에 신경을 써야겠다고 말이다. 그래야 내 몸도 고마워하지 않을까 싶다. 

     

참으로 기분 좋은 하루다. 비록 지금 이 순간에도 눈은 조금 따끔거릴지라도 고맙고 친절한 약사님 덕분에 기분이 꽤 좋았고 치료도 잘 받고 나름의 소중한 ‘깨달음’이라는 큰 선물도 받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오늘 월요병은 없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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