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재학생 때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고 저는 어른 행세를 했던 것 같습니다. 운전면허증을 딴 뒤에는 내 차를 하루라도 빨리 사고 싶다는 막연한 욕심을 부렸습니다. 그리고, 여권을 발급받은 뒤에는 세상 어디든 갈 것 같은 허망한 꿈도 꾸었습니다. 그러면서 10대와 20대 그리고 30대를 지나온 듯합니다.
저는 운전면허증을 대학교 들어가서 바로 땄습니다. 그 당시 1종 보통 면허였는데 수동 기어를 작동해 운전하는 트럭이었습니다. 전문 학원이 아닌 면허시험장에서 필기와 실기시험을 봤습니다. 당시에는 꽤 비싼 학원비용이 부담됐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경찰관이 된 후 1종 대형과 2종 소형면허도 소지하고 있습니다. 그때가 2010년도였는데 당시 강남면허시험장에서는 직장인들을 위해 수요일과 금요일 아침 7시에 시험을 볼 수 있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 실기시험을 8번 떨어지고 9번째 합격했습니다. 매주 시험을 보고 떨어진 뒤 낙담하고 땀에 흠뻑 젖은 상태로 경찰청까지 출근했는데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합니다. 너무 힘들었던 악몽이었습니다.
그 뒤로 개인 차량은 물론이고 순찰차를 운전하면서 아직 사고가 한 번도 없습니다. 최초 면허를 딴 뒤로부터는 20년 넘게 무사고입니다. 제가 살아오면서 그나마 잘하고 있는 생활 습관 중 하나가 안전 운전이라고 저 자신을 칭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초보 운전자들과 아직도 장롱 속 깊이 잠들어 있는 면허를 꺼내지 못하고 있는 분들을 위한 제 나름의 10계명을 소개합니다.
1> 자신은 초보 운전자라고 당당하게 알려 주세요
누구나 면허증을 취득한 후 운전을 배우다 보면 자신을 초보 운전자라고 말하는 것을 꺼리곤 합니다. 괜히 다른 운전자들이 양보하기보다는 더 무시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외부로 드러내지 않으면 다른 운전자들은 초보 운전자인지 전혀 모릅니다. 자칫 오래된 운전자처럼 자신을 위장했다가 대형 사고를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처음 몇 개월 동안은 차량 뒷면에 초보운전이라는 안내 표시를 반드시 하는 것이 자신은 물론 다른 운전자에게까지 이롭다는 걸 알았으면 합니다.
2> 넓은 도로에서는 최하위 바로 위 차선을 이용하세요
예를 들어 4차선 도로의 경우에는 3차선을 이용하는 것이 운전에 편리합니다. 보통은 초보 운전자들이 최 상위 차선을 이용하거나 최하위 차선을 이용하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는 매우 위험한 운전 습관입니다. 통상 1차선(중앙선에서 가장 가까운 차선)은 추월차선이거나 좌회전을 위한 차선입니다. 그러다 보니 1차선에서는 돌발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초보 운전자들은 가급적 1차선 운행을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3> 신호등을 멀리 보세요
제가 경찰관이라 그런지 주변에서 면허를 따고 운전을 배울 때 동승을 부탁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사실 그때마다 제일 많이 하는 이야기는 "신호등을 멀리 보라"는 것입니다. 바로 앞 신호등만 보고 운전을 하다 보면 다른 차량의 차량흐름을 방해 할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바로 앞 신호만 보지 말고 자신의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신호를 운전 중에는 보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그럴 때 앞차의 급정지에도 빠르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4> 보조 백미러(뒷거울)를 달아보세요
초보 운전자들이 운전하다 보면 '사각지대'를 의식하지 못하고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흔한 사고입니다. 자동차용품점에 가면 다양한 보조 백미러가 시중에 많이 나와 있습니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제품들이 많은 만큼 최소한 운전석 쪽이라도 반드시 부착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격 또한 매우 저렴해 큰 부담이 없습니다. 여성 초보 운전자라면 더욱이나 추천합니다.
5> 전조등을 켜고 운전하세요
교통사고가 가장 자주 발생하는 시간은 일몰 시각 전후입니다. 그때는 시각적으로 운전하는데 피로감을 많이 느낄 뿐만 아니라 다른 차량과의 거리감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낮에도 전조등을 켜고 운전해도 차량에 큰 무리가 가는 부분은 없습니다. 오히려 운전하는데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운전자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으니 꼭 실천했으면 합니다.
6> 운전에만 집중하세요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그러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물론 요즘은 휴대전화를 사용하거나 동영상을 시청하는 경우는 크게 줄었습니다. 그러나 옆 사람과 대화를 심하게 하거나 주변 사물들을 보다 사고가 일어납니다. 실제로 제가 사당역 부근 파출소에서 근무할 때 한 운전자가 옆 사람과 장난을 치다 커피를 쏟는 과정에서 차선을 넘어 6중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7> 차선 변경은 미리미리 알려주세요
처음 운전하기 위해 도로로 나와서는 사실 앞만 보고 운전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방향 지시등을 켜는 것을 잊고 차선을 변경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차선 변경 때 발생하는 교통사고 대부분은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아서 발생합니다. 이는 고의가 아니라 실수나 습관이 대부분입니다. 항상 차선을 변경할 때는 자신이 변경할 차선 쪽 방향 지시등을 켜는 습관이 단순하고 당연한 일이지만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그게 자신의 운전 습관으로 굳어지는 만큼 처음부터 기본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8> 운전석 쪽 백미러를 자주 보면서 운전하세요
통상적으로 조수석 쪽 백미러는 자주 보게 됩니다. 왠지 자신과 멀리 있다는 생각에 무의식적으로 보게 됩니다. 그러나 운전석 쪽에 부착된 백미러는 자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중앙에 부착된 백미러를 통해 뒤쪽을 보는 것 이상으로 중요합니다. 앞차의 이동도 중요하지만 방어 운전 측면에서 자신의 주변 차량 운행 흐름을 습관적으로 자주 보면서 운전하는 것이 안전 운전에 충분히 도움이 됩니다.
9> 운행 전 차량 상태를 확인하세요
저는 아직도 운행 전 차량을 한 바퀴 돌아보고 운전석에 앉습니다. 타이어는 정상인지 외관에 흠집은 없는지도 확인합니다. 그리고 차량에 탑승한 뒤에는 계기판에 경고등은 들어온 게 없는지도 점검합니다. 운행을 시작한 뒤 자신의 차량에 경고등이 들어온 것을 확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경고등이 무슨 위험신호인지를 알 수 있으면 좋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혼란스럽게 되면 운전에도 방해가 됩니다. 반드시 운행 전 차량과 인사(?)를 나눠 주세요.
10> 비상등 이용은 정확하게 하세요
먼저 무분별하게 비상등을 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비상등은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만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운전자들의 운행에도 크게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운전 중 차량이 갑자기 멈추어 서거나 장애물 등이 갑자기 발생하면 신속하게 비상등을 켜서 뒤따라오는 차량 등에 알려 줘야 합니다. 처음 운전을 시작할 때 비상등을 켜는 것에 인색합니다. 하지만 비상등보다 남을 더 배려할 수 있는 신호는 없습니다.
사실 누구나 처음 운전하다 보면 몇 번씩은 매우 당황하게 되거나 위험한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것은 모든 운전자에게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당황하며 우왕좌왕할 때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최대한 침착하게 대처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전문기관(보험회사 등)의 도움을 받는 여유를 갖고 운전하는 습관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만큼 초보운전 과정은 누구나가 겪게 되는 과정입니다. 그러나 처음 운전을 배울 때의 습관은 분명 평생 갑니다. 그리고 절대 바뀌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초보운전이 더욱 중요한 듯합니다.
가장 안전한 운전 습관은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 초보 운전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운전하는 것인 것을 명심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