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귀로 흘려듣기

by Yoni Kim

우리들의 대화

입만 조잘조잘


너와 내가 가진 귀가 네 개라 다른 귀에게 듣기를 미루는 걸까

아무래도 대화라기 보단 각자 말하기에 가까운 듯 한가

자기 전 침대에서 너와의 계절을 회상하다 잠에 든다.


다음날, 늘 그랬으니까 의무감에 한 전화

한쪽 귀로만 네 목소리를 듣는다


거대한 공허는 나 그리고 너의 귀와 스피커 사이 진공상태로 존재한다.

맞아 그렇기 때문에 듣지 못하는 거다.

단지 입이 움직이는 이유는 늘 그랬듯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그래서, 그래서 그런 거다.


사랑. 사랑하니까 사랑해




언제는 시부모님이 옷을 사주셨다고 너무 감사하다고 사주신 옷을 보여주며 엄마에게 이야기했다.

엄마는 시니컬한 목소리로 나도 너 옷 사줬는데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엄마는 제가 좋은 시부모님을 만난걸 다행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라 물었다.

난 네가 시부모님 얘기할 때마다 억울해.

나는 적잖이 당황하며 답했다. 왜요..?

질투나 널 뺏기는 기분이야. 다음부턴 시부모님 얘기하지 마.


엄마는 그 뒤로 웃으며 분위기를 풀려고 했지만

나는 그 대화에서 일종의 폭력성을 느꼈다.

싸운 사람은 없지만 맞은 사람만 있는 느낌

그 뒤로 나는 시부모님 이야기를 꼭 필요한 것 외에 하지 않는다.


또 언제는 남편 얘기를 했다.

남편이 나에게 해준 음식에 관한 이야기였다.

맛있었고 고마웠다고 엄마에게 이야기했다.

엄마는 또다시 질투했고 토라졌다.

그 뒤로 나는 남편이야기를 꼭 필요한 것 외에 하지 않는다.


조금 과거로 돌아가 나는 어린 시절에도 종종 친구 얘기를 엄마에게 했다.

엄마는 조금이라도 내가 정성을 쏟는 것 같으면

친구에게 하는 정성을 좀 더 본인한테 쏟으라 했다.

그 뒤로 나는 친구들에게 쏟는 정성을 숨기기 시작했다.


대화가 재미가 없다. 할 수 있는 말이 별로 없다. 하고 싶은 말이 점점 사라진다.

그저 일종의 보고가 되어버린 대화. 영양가 없는 나의 말들은 그렇게 엄마의 귀에서 미끄러진다.


나 또한 그렇게 점점 궁금하지 않게 된다.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 대지만 마치 돌을 가져다 댄 것처럼 귀를 막아버린다.


사랑 사랑하니까 질투도 나는 거겠지

사랑 나를 사랑하는 걸까

사랑은 뭘까

나는 사랑을 받는 걸까

아, 사랑받고 싶다.

점점 주지도 받지도 못하는 엄마와 나 사이의 사랑

흐릿해져 간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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