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이 책을 써서 얻고자 하는 것

by Yoni Kim

사실 이런 개인적인 글을 기획하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첫 번째로 친한 이들 외에 나의 가족에 대해 이야기할 용기가 필요했고

두 번째로 나의 두려움과 마주할 용기

세 번째로 매주 그 두려움과 마주해야 한다는 용기가 필요했다.


앞서 언급한 두려움은 특히 부모님에 대한 두려움인데, 그저 트라우마 같이 불쑥불쑥 떠오르는 엄마의 울음소리는 나에게 불안반응을 일으키고 그 공간에서의 아빠는 부재했다. 나는 그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우울의 강도는 점점 심해졌다. 곧이어 정신적 아픔이 신체적 물리적 아픔으로 오기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심할 땐 먹지도 못하고 잠만 자는 바람에 몇 주 사이에 6-7킬로가 빠진 적도 있다. 나의 방의 불은 항상 어두웠고 햇볕에 깨어있을 땐 고통스러웠다.


나는 엄마에게 말했다. 제가 많이 힘들어서 그러는데 정신과에 다녀도 될까요?

엄마는 내게 말했다. 내가 더 힘든데 네가 왜 힘들어?

나는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

엄마도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누군가 드디어 내 방문을 두드렸을 땐 이미 모든 걸 포기한 상태였다. 삶을 지속하게 해 준 원동력으로서의 미술도, 독일로 날아가 미술을 더 공부하고 싶다는 꿈도, 함께 하기로 약속한 지금의 남편 그 당시의 남자친구와의 연애도. 그냥 힘들어하는 엄마의 모습에 적당한 곳에 취직해서 엄마 옆에서 살아야겠다는 결심도 했다.


문을 두드린 사람은 아빠였다. 아빠는 얼굴이 기억나지 않을 때쯤 집에 들어온다. 다 나 좋으라고 일하는 것이다. 돈을 벌어 우리 가족 맛있는 음식과 예쁜 옷을 제공하기 위해서 하는 일. 병원비 등록금 걱정 덜기 위한 일. 머리가 좀 큰 후엔 아빠가 그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왔을 때 보통 우린 대면하지 않았다 인사정도만 하고 방에 들어갔다.


아빠는 나와 친해지려 노력했다. 나는 항상 아빠가 존재함에 감사했지만 아빠의 부재가 지속될수록 나에겐 그저 어색한 아저씨에 불과했다. 그 아저씨가 문을 두드려 내 방에 들어와 방의 불을 켰다. 그저 누워있는 나를 불렀다. 그는 엄마는 자기가 책임질 테니 나에겐 원하는 대로 살아달라고 했다. 처음으로 아저씨가 아빠 같아 보였다. 그리고 아빠는 일을 좀 쉬엄쉬엄 하며 엄마의 옆에 있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 일 이후 나는 독일로 이주했고 독일에서의 삶은 2년 반이 지나고 있다. 지금은 독일에서 좋은 친구들도 많이 만나고 대학에서의 공부도 재미있어 잘 지내고 있지만, 처음에 특히 독일어를 잘 못할 땐 정말 너무 힘들었다. 외로움이 컸던 것 같다. 이미 삶이 힘든 엄마와 아빠에게 기대고 싶지 않았고 직장이나 학교에 속한 곳이 없었으며 결혼도 전이었기에 모든 게 불안했고 외국인으로서의 고립감도 한몫했다.


그 외로움은 나를 위한 시간을 많이 만들어냈다. 그러니까 생각할 시간이 많았다. 그 시간 동안 나의 힘들었던 시간은 무한 재생되었고 부모님과는 내가 연락하지 않으면 연락이 되질 않아 소통의 빈도도 점점 줄어들었다. 나는 나의 트라우마가 무한 재생되는 시간의 고리에 나를 가둔 것이다.


그런 나에 옆에서 가장 힘들었을 사람은 지금의 나의 남편이다. 그럼에도 남편은 내가 나를 아끼는 것 보다도 나를 아껴줬다. 나의 남편은 내가 좋은 이유가 나의 사랑의 크기가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내가 나의 기억에서 벗어나 부모님을 용서하고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을 거라 믿어줬다. 그리고 남편은 나에게 거대한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돛단배에 우리 둘만 있는 그림을 자주 그려줬다. 그리곤 나와 함께 있으면 어디든지 두렵지 않다던지 좋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덕분에 나는 점점 건강해졌고 남편은 나에게 조언을 했다. '생각이 많을 땐 글을 써라'


글을 쓰고 나니 무언가 완결된 느낌을 받았다. 나의 기억을 하나하나 끄집어내고 보니 생각보다 짧았다. 나는 그동안 그토록 짧았던 나의 이야기를 머릿속에서 반복하고 또 반복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이 글들은 곧 텍스트로서만 존재하지 않고 나의 미술작품이 되어가고 있다. 삶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게 나는 내가 스스로 치유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의 목표로는 1년. 1년이라는 기간 동안 매주 월요일 총 52편의 글을 통해 나의 트라우마와 나의 부모님을 진정으로 마주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노력을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을 더 사랑하기 위해서. 또 표현이 서툴렀고 삶이 힘겨웠던 나의 부모님을 이해하고 용서하기 위해서. 부모님을 떠난 나의 죄책감을 덜기 위해. 나 스스로 건강해져서 엄마가 될 용기를 얻기 위해. 미래에 언젠가 나에게 찾아올 생명에게 다정한 가족을 만들어주기 위해.


주로 에세이. 가끔은 산문시를 써보려 한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