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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호 Dec 26. 2023

막내딸의 크리스마스이벤트

몰래 뭘 만드는 거니?

"엄마 주말에 다이소 가자."

"다이소가서 뭐 살려고?"

"생일인 친구가 5명이야"

"12월에 태어난 친구가 그렇게 많니? 생일 지난 친구는 하지 말고 다가오는 친구만 해줘"

"아니야 5명 다 줘야 해"

"그래 할머니 생신도 있으니 선물 고를 겸 갔다 오자."


친구 생일선물을 5명꺼나 사야 한다는 막내딸과 할머니 생신 선물도 고를 겸 큰 딸도 같이 동행해서 다이소로 향했다. 다이소에 도착하니 막내딸은 친구 생일 선물 고르는 데 정신이 없다.  


"할머니생신 선물 뭐 할 거야?" 대답이 없다.

"엄마가 마음대로 고른다. 나중에 엄마한테 생신 선물값 줘야 해"

"알겠어"

선물을 다 고른 후 막내딸은 "엄마 먼저 계산한다 나 지갑 가져왔어"

"얼마나 어?"

"17,000원"

"뭐 친구 선물 너무 비싼 거 산거 아니야? 비싸면 친구들이 부담스러워하니 천 원 이천 원으로 골라"

"아니 그대로 줄 거야"


친구 선물을 너무 비싼 거 고른 게 아닌지 걱정도 되고 꼭 그 선물을 해야 한다니 더는 설득 할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막내딸은 분주해졌다. 방문을 닫고 친구 선물 포장에 들어갔다.

절대로 방에 들어오지 말라고 하면서 무슨 큰 비밀이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친구들에게 편지지라도 쓰나 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엄마, 우드락 없어?"

"우드락은 뭐 하게?"

"뭐 좀 만들려고"

"베란다에 있을 거야"


우드락을 가져간 후부터 더 수상해졌다. 나올 때마다 손에는 초록색, 빨간색 사인펜이 묻혀있었다. 뭔가 재밌는 것을 만드는 것 같았다. 커터칼까지 사용하면서 이틀을 아주 조심스럽고 은밀하게 작업을 했다. 내가 들어가면 뭔가를 숨기며 방에 들어오지 말라고 한다.


크리스마스이브날 아침 눈이 내렸다. 부산에서 잘 볼 수 없는 눈이라 아이들을 모두 깨웠다.

"눈 온다 일어나"

아이들 남편까지 밖으로 나가 눈 구경을 했다. 눈을 만져보고 눈밭을 걸어보고 비록 2시간 정도 내린 후 바로 녹아버렸지만 하얀 세상을 마음껏 볼 수 있었다.                                  

그날 밤 크리스마스 아침을 맞이할 준비로 선물을 세팅했다.

부직포 트리 앞에 가족들 선물을 모두 가져도 놓았다. 눈까지 와서 정말 더 크리스마스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제는 새벽에 아이들 머리맡에 선물을 두고 산타 할아버지가 주고 갔다고 하지 않아도 될 나이가 되었지만 기뻐할 아이들을 생각하니 저절로 행복해진다.


크리스마스날 아침 일찍 일어난 막내딸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방에서 사부작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일어나면 제일 먼저 선물부터 열어 볼 텐데 방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방에서 나와서는 내 손을 잡고 같이 방으로 가자고 한다.

"무슨 일인데 여기서 얘기해?"

"짜잔"

"우와 딸이 만든 거야? 잘 만들었다. 며칠 사부작 거리더니 언니 오빠도 안 하는 걸 했네"

큰딸은 풍선을 불어줬다고 말한다.

막내딸이 우드락으로 트리를 만들고 가족들의 선물을 준비해서 깜짝 이벤트를 했다.

"뭐야? 친구 생일 선물 산다고 하더니"

"그건 거짓말이고 가족 선물을 준비했지"

"딸은  다 계획이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 늘 어린 줄만 알았는 데 크리스마스에 가족을 위해 이벤트도 할 줄 알고 많이 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골고루 아빠는 다이어리, 언니는 키링, 엄마는 포스트잇, 오빠는 지갑을 준비했다.

크리스마스에 막내딸이 가족에게 산타가 되어서 선물을 나누어 주었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더 잊지 못할 날이 되었다.

막내딸이 만든 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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