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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호 Jan 09. 2024

독감보다 엄마의 직감이 맞다

엄마말을 잘 듣자

"엄마, 왜 허리가 아프지"

점심을 먹을 후 아들이 핸드폰을 들어다 보며 허리가 아프다고 말을 했다.

"하루종일 핸드폰만 하니까 허리가 아프지 좀 그만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마트에 다녀왔다.


"엄마 열나" 큰 딸이 나를 불렀다.

"열이 난다고 열이 몇 도니?" 아들이 열이 났다.

"38도"

"다른 곳은 아픈 데는 없니?"

"발목이랑 머리가 약간 아프고 어지러워"


열나고 머리 아프고 몸살이면 독감인데  방학식날 반 친구들 절반이 독감에 걸려 학교에 오지 않았다고 하더니 아들도 독감에 걸린 것 같다.

오늘은 12월 31일 일요일이고 시계를 보니 3시 30분 문을 연 병원이 있을까? 일요일 진료하는 병원을 찾아 사람이 많으면 응급실에라도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집을 나섰다.

다행히 소아청소년과에는 대기가 많지 않아 빠르게 진료할 수 있었다.


"언제부터 열났어요" 의사 선생님이 물었다.

"조금 전이요 3시쯤부터인지 그전부터 인지 모르겠어요"

"상태도 나쁘지 않고 열 난지 얼마 되지 않았어 독감 검사해도 결과가 안 나올 수 있으니 오늘 약을 먹어보고 열이 많이 나면 내일 검사하는 게 어떻겠어요?"

"내일은 1월 1일인데 공휴일이고 병원은 안 하잖아요?"

"저희 병원은 내일 정상진료 합니다"


그래도 이왕 병원에 왔고 내일 다시 검사를 하느니 지금 검사를 받겠다고 했다.

검사 20분쯤 후 결과가 나왔다. B형 독감이다. 검사 안 하고 그냥 갔으면 아들을 고생시킬 뻔했다. 아이 셋을 키우다 보니 증상과 상태를 보면 어디가 아픈지 엄마의 직감으로 알 수 있다.

약을 처방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이젠 타미플루를 5일 동안 시간 맞춰서 먹어야 한다. 타이플루를 1알 먹은 날 밤은 열이 39도까지 올라가고 다음 날부터는 37.5도 정도의 열이 이틀 정도 가더니 3일 정도 되었을 때는 콧물과 기침을 조금씩 하면서 아들 독감은 조금씩 좋아지고 있었다.


아들은 독감으로 격리 생활에 들어갔다. 우리 집에는 6 식구가 함께 살고 있고 그중 시어머님이 있어서 더욱 조심해야 한다. 어머님이 독감에 걸리면 지병이 있어 위험하다.

격리 생활 이틀쯤 되었을 때 남편이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직감적으로 남편이 독감에 걸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얼른 병원에 가라고 했지만 그냥 종합 감기약 먹고 자면 된다고 고집을 부렸다.

다음날 남편은 기침을 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제 발로 병원을 찾아갔다.  집에 온 남편에게 독감 검사 했냐고 물어봤다더니 열도 안나는 데 무슨 독감이냐고 검사 안 해도 된다고 한다.

"열 안 나도 검사해 달라고 하지 내일 병원 다시 가서 검사받아" 돌아오는 말은

 "약 하루도 안 먹었다 약 먹으면 괜찮겠지 일이 밀려 있는 데 무슨 병원은"

독감을 해본 적이 없는 남편은 타미플루를 먹지 않으면 더 심해진다는 걸 알지 못하는 것 같다.

결국 기침 시작 3일 만에 남편은 37.5도 열이 났다. 평소 남편의 체온은 36도를 넘지 않으니 고열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열이 나니 아침부터 일찍 병원에 가서 검사를 했다. 남편은 A형 독감으로 아들은 B형 독감인데 어디서 옮겨온 것일까? 남편은 늦게 들어오고 일찍 나가고 같이 밥도 잘 먹지 않는 데 말이다.

남편은 타이플루처방을 주사약으로 맞는 것을 선택했다. 주사약이 비싸기는 해도 일을 해야 하는 남편에게는 타이플루를 5일 먹는 것보다 빠른 효과를 가져다줬다.

아들의 격리 해제와 동시에 남편이 격리에 들어갔다. 하루정도 기침은 하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기침이 조용해졌다. 비싼 주사약이 효과 좋기는 하다


격리 하루 되던 날 아침을 먹고 나더니 남편 몸에 두드러기가 일어났다. 약부작용인가 음식을 잘 못 먹은 것인지  몸이 안 좋아서 그런가 여러 가지 생각으로 남편을 일찍 병원에 내려주고 돌아왔다.

집에 들어서는 데 어머님이 "빨리 왔네 의사가 뭐라던데?"

"네? 의사 안 만나고 병원 앞에 내려주고 왔는데요"

"의사 만나 가지고 왜 그런지 좀 물어보고 하지 매정한 사람"

"어머님 애도 아니고 혼자서 할 수 있어요"

나는 매정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 혼자 갈 수 있는 데 병원에 내려주고 왔건만 집에 할 일도 태산 같은데 걱정하는 맘은 알지만 어머님 자식이지 내 자식이 아니라 남편이다.

병원이 끝났다고 해서 다시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주사를 맞고 나니 알레르기는 싹 없어졌다.


다음날에 되어서 알레르기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 남편이 아침에 우유를 먹고 나니 알레르기가 일어났다.


알레르기가 일어나니 작년 가을의 막내딸의 일이 생각이 난다.


해마다 10월 말에서 11월이면 연례행사처럼 독감 예방접종을 한다. 우리 집도 매년 아이 셋 모두 접종을 했었다. 올해는 이상하게 독감 예방접종을 하기 싫었다. 막내가 여름에 독감에 걸리고 나서는 겨울에는 예방접종을 하지 않아도 될 거 같기도 하고 큰딸과 아들도 이젠 이겨 낼 수 있다고 접종을 거부했다. 막내도 덩달아 안 맞겠다고 한다. 그래 이번에 맞지 말자고 결정했다.


며칠 후 학교에서 돌아온 막내가 독감 주사를 맞겠다고 한다. 선생님이 계속 맞으라고 말하고 아침 등교하면 ‘주사 맞은 사람 손드세요’ ‘안 맞은 사람 손드세요’

안 맞은 사람은 꼭 맞으라고 강요를 한다고 한다. ‘주사가 의무도 아닌데 선생님은 애들에게 왜 강요를 하지?’


학교 엄마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보니 독감을 맞고 오면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잘했을 때 주는 점수가 있는 데 그 점수에 플러스 점수를 더 준다고 했다. 그래서 독감을 맞는다고 하는 걸까? 딸에게 물어보니 자기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다. 선생님이 설마 독감 주사에 그렇게 하셨을까?


학교에서 돌아오면

“엄마 000도 주사를 맞는 데 나도 맞아야겠어.”

“꼭 맞아야겠니? 엄마는 안 맞았으면 좋겠는데”

결국 성화에 이기지 못해서 주사를 맞고 말았다.  


토요일 오전 독감 주사를 맞고 집으로 돌아와 점심을 먹는 데 막내딸이 배 부분을 간지러운지 긁고 있었다. ‘혹 주사 때문인가? 아니겠지 그냥 가려워서 긁고 있겠지’ 별스럽게 생각 안 하고 마트에 잠깐 다녀왔다.


“엄마 얘 좀 이상해 온몸이 뒤집어졌어.”

큰딸이 급히 불렀다.

“뭐 어디?”


막내딸의 몸을 보니 배, 등, 할 것 없이 발진이 올라와 귀까지 발갛게 달아 오는 중이었다. 주사 맞은 지 3시간이 지난 후였다. 급하게 병원에 전화했다. 약물 알레르기 같은데 얼른 병원으로 오라고 했다. 다행히 병원 문이 열려 있었다. 전화를 미리 해서 선생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몸을 보더니 약물 알레르기가 맞고 보통 30분에서 3시간 사이에 일어나고 심하면 호흡 곤란이 오기도 한다고 했다. 주사 맞고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선생님도 이번 독감 예방 주사를 맞고 알레르기 온 사례는 처음이라고 하셨다.   


엄마의 직감은 언제나 옳았다. 아들이 놀러 간다고 했을 때도 속으로는 안 갔으면 싶었는데 보내주고 나면 꼭 어딘가를 다쳐서 돌아온다. 점쟁이도 아닌데 안 좋은 일이 생기는 날을 귀신같이 안다. 이번에도 끝까지 내가 우겨서라도 맞추지 말았어야 했는데 애를 고생을 시킨다, 엉덩이 주사와 약 처방을 받았다. 심하면 내일 다시 내원하라고 하셨다. 시원하게 해 주면 좋다고 해서 민소매 옷을 입히고 얼음을 대어 주었다. 다행히 약을 먹어서인지 저녁쯤 되니 알레르기가 가라앉았다. 약은 괜찮아지면 먹지 말라고 해서 저녁까지만 먹었다.


일요일 아침 알레르기는 일어나지 않고 막내딸도 잘 놀아서 집에서 지켜보기로 했다. 점심을 먹은 후 막내가 불렀다.

“엄마 다리에 빨갛게 뭐가 올라와”

알레르기가 다시 시작되었다. 약을 먹이고 병원은  닫은 시간이라 지켜보고 급하면 응급실에라도 가야겠다고 준비하고 있었다.


이번에 발진은 눈 주위와 다리 쪽에서 등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부풀어 올라오는 알레르기가 무섭고 징그러운 벌레 모양 같았다. 약을 먹어도 올라올 때로 다 올라온 다음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그라들었다.  


다음날 발진은 올라오지 않아 학교에 갈 수 있었다. 학교에서 돌아와 병원을 가는 차 안에서

“일기에 독감 이야기 적었는데 선생님이 아무 말 없어” “응 없었는데”

“000이 엄마를 만났는데 00 이는 독감 주사 안 맞았다는데, 너는 어떻게 들은 거야? 엄마가 얘기해서 000 이는 독감 주사 안 맞을 거래 제발 엄마가 하지 말라고 하면 말 좀 들을래?”


괜히 딸에게 화를 냈다. 우리 아이만 독감 맞아 고생했다고 생각하니, 마음 같아서는 선생님께 사진을 보내서 아이들에게 독감 접종을 강요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지만 요즘 교권 침해라는 말이 많이 나와서 참았다. 며칠 약을 더 먹은 후 알레르기는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머리부터 발까지 발진이 생긴 다음에 사라진 알레르기를 보니 이제 독감에 독만 들어도 무섭다.


‘엄마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말이 있듯이 엄마의 직감을 언제나 옳다. 내 생각대로 했다면 딸을 고생시키지 않을 것을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엄마가 미안하다 끝까지 우겼어야 했다. 한번 생기 알레르기는 언제 다시 발진이 생길지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


부녀지간에 알레르기 일어나는 것도 유전인가 싶기도 하고 우리 집에는 더 이상 독감은 안 걸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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