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셋째 며느리 섭섭해요
어머님이 우리 집으로 들어오셨다.
"제일 못해주고 못 가르쳐준 니한 테와서 살게 되었네 며느리한테 미안해서 니랑 안 살라고 했는 데"
우리 집으로 들어오시면서 어머님이 하신 말씀이다.
막내아들집을 나와 지내던 6개월간의 혼자 살이를 정리하고 들어오셨다.
남편은 5형제 중에서도 큰 누나를 제외하면 4형제 중 셋째이다.
형제 중에서 남편이 가장 먼저 결혼하게 되어서 내가 맏며느리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결혼한 지 25년 어머님을 모시고 살게 되었다.
추석을 일주일 앞두고 어머님의 짐들이 집으로 들어왔다.
가구는 모두 준비되어 있어 입으시던 옷, 드시던 약, 덮으시던 이불, 소소한 주방 살림이 전부였다.
혼자 있으면서 제대로 관리를 안 해서 옷에 곰팡이가 생겨 있었다.
어머님이 오시고 3일을 옷이며 이불이며 빨래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 이제 시작인 것인가?
벌써 힘들어지면 안 되는 데 내가 모시자고 해놓고 이러면 안 돼! 나를 다독여 본다.
어머님의 물건 중에 쌀이 있었다. 냉장고에 보관하지 않아서 냄새나고 곰팡이도 생겨 있었다.
나는 쌀을 버렸으면 좋겠는 데 어머님은 가래떡을 해서 나누어 먹자고 하셨다.
"어머님, 떡국떡으로 썰어달라고 할까요?"
"아니다. 내가 썰 거다. 가래떡으로 뽑아 온나"
가래떡 5근을 뽑아와서는 가래떡 1근은 막내 동서네 집에 주고 1근을 우리가 먹고 나머지 3근을 어머님이 몇 시간을 공을 들여 전부 썰었다.
"와! 떡공장이다"
식탁 위에 썰어 놓은 떡을 말리려고 펼쳐 놓은 것을 보고 막내딸이 말했다.
이틀을 말린 후에야 봉지에 담을 수 있었다.
떡국떡 썰기와 함께 어머님과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어머님이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친근히 하고 계셨다.
"이사했다 전에 보다 더 높다 바로 옆인데 더 올라간다 추석에 방을 잡아서 논다더라 하루 밤 자고 온다 애들은 학교 잘 다니제? 대학원서 섰다고 그래 알겠다."
"어머님, 누구랑 전화 통화 했어요?"
"큰아 00어마이"
어머님의 큰 아는 큰 아주버님의 부인이다. 아주버님은 이혼하셨다.
6년 전에 요란스럽게 이혼하셨는 데 가족들은 아무도 몰랐다. 어머님을 통해서만 이혼 사실을 알게 되었고 아주버님은 이혼에 대해 말을 하지 않으셨다.
이혼 후 2년이 지난 시점부터 연락하기 시작하더니 큰 아주버님 집을 왔다 갔다를 시작했다. 당시 큰 아주버님과 같이 살던 어머님은 인사도 하지 않는 큰며느리를 마주 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보고 싶다는 핑계로 찾아오는 횟수가 많아지고 자고 가는 횟수가 길어질수록 어머님은 더 힘들어하셨다.
결국 어머님은 큰집을 나와서 막내아들집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올해 큰 아주버님은 같이 합쳤다고 같이 살게 되었다는 말을 어머님께 남긴 후부터 큰 아는 안부를 묻는 전화를 가끔 했다.
"어머님께 그렇게 대했는 데 밉지 않고 다 용서하셨어요? 전화가 오면 전화하지 말라고 말해야지요?" 내가 화가 나서 어머님께 말했다.
"갸도 불쌍하다 아니가 여자가 남편 잘못 만나가 고생한다 아니가"
"아주버님이 여자를 잘못 만난 거지요 그렇지 않나요?"
"둘 다 똑같다."
왜 안부를 묻는 전화에 내가 섭섭하고 기분이 나쁜 걸까?
좋든 싫든 간에 큰아들 큰 며느리가 더 우선인 거 같은 어머님이 모시고 있는 나의 입장에서는 신경 쓰이고 서운하고 섭섭한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