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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호 Feb 29. 2024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어렵게 생각하면 어렵고 쉽게 생각하면 쉽다.

어머님이 독립 선언을  하고 혼자 사신지 3주째 접어든다.

그럭저럭 잘 적응하고 계신 거 같다.

혼자 밥도 잘해 드시고 정리도 하시고 일도 하러 가시고 나쁘지 않다.

일단 목소리에 힘이 생기고 활기차지셨다. 물론 일도 해서 돈도 벌고 친구들도 있어 더 기분이 좋아 보인다.


보지 않고 말만 들으면 스스로 다 잘하고 계신 듯한 데 보고 오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더니 안 보면 편하고 보고 오면 신경이 쓰인다.

우리 집에 오는 것이 기정사실이 되고 집도 이제 곧  계약을 하려고 한다.

혼자 자유롭게 잘 살고 계시는 데 괜스레 우리 집에 와서 스트레스받는 것은 아닌지 하고 생각이 들고

팔십삼 세 노인 혼자 빨래하고 청소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건 아니다는 생각도 들고 하루에도 열두 번도 마음이 변하는 것 같다.

이제 집을 계약하면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한다.

이젠 물릴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다. 더 좋은 집이 나와도 할 수 없다.

이젠 그 집에서 10년을 살아야 한다. 어머님이 오지 않더라도 우리 가족끼리 살아야 한다.

내가 선택한 길 누구도 원망하고 섭섭하지도 않다.

하다가 안되면 다른 방법이 있을 것이고 그럼 또 다른 방법을 찾아 그렇게 하면 된다.

미리 걱정을 앞세울 필요는 없다. 잘될 것이다.


어머님과 통화하지 않은 지 3일이 지나간다.

혼자 잘 적응하시는 것 같기도 하고 전화해도 딱히 할 얘기도 없으니 점점 전화하는 횟수가 줄어든다.

어머님도 이젠 적응을 어느 정도 하셨는지 전화하지 않고 별말씀이 없다.

처음 어머님이 독립을 하셨을 때는 걱정도 되고 불안해서 매일 전화를 드렸다.

이젠 평소의 나로 돌아왔다.

나는 애교스럽거나 살가운 며느리가 아니다. 그냥 무뚝뚝하고 퉁명스러운 며느리이다.

친정엄마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애교가 넘치는 그런 딸과 엄마는 아니다.

어머님도 며느리가 애교 없는 걸 알고 있으면서 나랑 살고 싶어 하신다니 참으로 모를 일이다.

어제 어머님과 같이 우리 가족이 살 집을 계약했다.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쉽지 않은 결정을 어렵게 내렸다.


계약하며 돌아오며 남편과도 "잘될 거다"하며 긍정의 주문을 걸며 잘해보자며 걸어왔다.

아직 대출금 잔금까지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지만 하나하나 넘어가다 보면 좋은 날이 오겠지.

어머님이라는 큰 산이 남아있지만 생각하기 나름 인 것 같다.

어렵게 생각하면 어렵고 쉽게 생각하면 쉽다.

곧 같이 산다고 생각하니 어머님께 신경이 덜 쓰인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는 요즘이다.

앞으로 신경을 많이 쓸 것이라 지금 힘 빼지 않기로 마을 먹은 것도 한몫을 한다.

어머님은 왜 전화가 없니 하며 섭섭할 수 도 있지만 나도 나름 살기 위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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