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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호 Feb 22. 2024

뭐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집을 계약했다.

내 발등 내가 찍는 걸까?

어머님이 독립하신 지가 1주일째 되었다. 

일을 하신다는 목적으로 일터 근처에 방을 얻고 생활을 시작하셨다. 

"어머니, 혼자 사실만 하세요?" 

"혼자 살만한지 안 한지 놀러온나" 

그렇게 들으면 혼자 사시는 게 아직은 괜찮은 것 같기는 한 데 막상 가서 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대충 들어도 어떤 집일지 짐작이 되어 가서 보고 오면 마음이 더 편하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가봐야 할 것 같아서 1주일 만에 마음을 먹고 남편과 같이 가봤다. 

일주일 동안 나에겐 불편하다는 전화는 없었다. 

고모에게만 전화를 해서 이러쿵저러쿵 얘기를 하셔서 고모가 계속 들어다 보고했다.

고모도 어머니가 신경 쓰였는지 밤낮으로 전화하고 걱정을 했다. 


어머니가 사시는 집을 허름한 스레트 집으로 5평이 될까 말까 했다.

사람이 다니는 골목길에 위치해서 거동이 불편한 어머님이 다니기에는 괜찮아 보였다.  

안을 들어가니 고모가 손을 많이 봐 두어서 그런대로 볼 만을 했다.

하지만 특유의 곰팡이 냄새는 없어지지 않았다. 이런 집에 정말 이러고 사시는 게 맞는지 자식 된 도리에 마음이 무거웠다. 


"계속 이러고 사실 거예요?"   

"안 살아 봤으니까 한번 살아보자. 적응하면 살아지겠지"  

"몇 개월만 살고 내가 가고 싶은 데 갈게"   

"어디로 가고 싶으신데요"  

"큰아들은 살아봤고, 막내도 살아봤으니까 셋째 하고도 살아보고 싶네, 딸 집에 가면 더 좋기도 하고" 

어머님의 일터에 일거리가 없어지는 가을쯤에 들어오신다는 말씀이다. 그때면 혼자 사시는 게 좋아서 누구 집에도 들어가지 않을 거라고 하실 것 같다. 


어머님 말씀을 듣고 우리는 집을 이사하기로 했다. 지금 있는 집도 나쁘지는 않지만 어머님이랑 같이 생활하기에는 적합하지 않고 방도 없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내 발등을 찍는 거는 아닐까? 왜 혼자 고생을 사서 해야 하는지 모르겠고 왜 이런 결정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후 어머님과 합의한 이후로 계속 집을 보러 다니고 있다. 

아이들의 학교와 멀지 않고 지금 생활하는 곳과 많이 벗어나지 않은 곳으로 찾으려고 하니 선택지는 몇 군데 되지 않았다. 

동네가 크기 않아서 고만 고만한 아파트들이 많다. 

우리 형편에 맞는 곳을 찾으려니 딱 한 군데로 좁혀진다. 

마침 그곳에 적당한 집이 나왔다. 

1층으로 앞에 놀이터도 있고 주차장도 넓고 막혀 보이지 않아서 괜찮다. 

지금 보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해서 아이들이 다니게 불편한 것 같아 고민이 된다. 

얼마나 가격을 낮추어 주실까? 

부동산 친구의 말이 ‘먼저 마음에 든다고 표시하지 마라. 마음에 들어도 생각해 보고 할게요’ 해야 파는 쪽에서 마음이 급해서 가격을 더 내릴 수 있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큰 딸의 시험도 있고 이사를 빨리 서두를 필요는 없다. 생각해 보니 큰 딸의 시험도 있고 이사를 빨리 서두를 필요는 없다. 

어머님 생각만 하고 급하게 서둘렸는 데 딸의 시험이 더 중요하다. 

7월까지는 움직여서는 안 된다. 결과가 발표날 때까지는 신중해야 한다. 

1년을 준비했는 데 망쳐서는 안 된다. 


마음에 드는 집이 있어도 조건이 맞지 않으면  포기하고 다른 집을 알아보아야 한다. 

더 좋은 다른 집이 나올 거야 이런저런 생각으로  고민이 해결이 되지 않아 밤마다 잠이 오지 않는다.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이 들쑥날쑥 바뀐다. 

'뭐 하는 것인가 내 발등 내가 찍고 있다. 내 무덤 내가 판다 아니다 그래도 자식 된 도리는 해야 한다. 그렇게 두어서는 안 된다 내가 못 보겠다.'

뭐든 간에 결정이 되어야 안정이 될 것 같은데 책을 보아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머릿속은 더 복잡하니 정답이 뭔지 모르겠다. 

우리 집 근처에 괜찮은 방을 하나 얻어서 생활하는 게 나은 방법인 것 같기도 하고 그럼 자식들이 찾아오기 더 좋은 텐데.. 

누가 나에게 정답은 이거다라고 말해주면 좋겠다. 

아니 정답은 이미 들었다. ‘어머님이 방을 따로 얻어 사는 것이 좋겠다.’ 

정말 귀에 못이 박히듯이 들었다. 

건강하시면 방을 얻어 따로 사시는 게 정답이 맞는 데 몸이 좋지 않으면 같이 사는 게 정답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도 내 발등을 내가 찍고 내 무덤을 파는 걸까? 


어머님이 혼자 사신지 2주가 되어간다. 

혼자서 그럭저럭 적응을 잘하고 계시는 듯하다. 

불편하셔도 고모한테만 말씀하시고는 다른 자녀에게는 아무 말씀이 없으시다.

어머님이 혼자 사신다고 말을 하신 지가 오래되어 1년 전부터 집을 조금씩 알아보고 있었다. 

이제 어머님 마음이 정해져서 더 빨리 집을 알아봐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왠지 어머님을 모셔야 하는 게 내  운명인 것 같아서 받아들이려고 한다. 

서둘러 집을 본 지 며칠이 되지 않아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했다. 

올수리 되어 있고 방도 넓고 크다. 단지 지대가 높다는 것만 빼만 다 괜찮은 조건이다. 


부동산에 전화를 해서 집을 구입하고 싶다고 얘기하고 가격을 절충하기 시작했다. 

3억 3천에 나와 있는 집으로 우리는 2억 9천을 제시했다.  

생각해 보고 연락 주겠다는 집주인에게 부동산을 통해 연락이 왔다. 

3억 5백은 받아야겠다고 연락이 왔다. 나는 3억에 안 되겠냐고 물어보았다. 

다시 연락이 와서 3억 3백에 하자고 한다. 그럼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사는 사람을 더 싸게 사면 좋겠고 파는 사람은 비싸게 팔면 좋겠기에 합의점을 찾아서 다행이다. 

이 집이 우리 집이 되려고 합의가 잘 되었나 보다 생각하며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 


부동산에서 가계약금 일부로 500만 원 정도 보내줄 수 있냐고 한다. 

300만 원으로 하면 안 되겠냐고 했더니 500만 원으로 보내 주어야 한다고 한다. 

이 통장 저 통장에 있는 돈을 합쳐서 500만 원을 만들어 송금했다. 

3번을 방문하고 집을 가계약해 버렸다. 

너무 빨리 결정을 내린 거 같기는 한데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서 벗어나지 않고 돈에 맞춰야 가려다 보니 선택을 폭이 넓지는 않았다. 

잘 선택한 거라 생각한다. 이제 계약서를 쓰고 대출할 일이 남아있지만 집을 빨리 선택할 수 있어 한 가지 고민은 해결된 것 같다. 

대출도 잘되어서 수월하게 이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 집은 팔지 않고 전세를 주기로 했다. 그러면 대출을 더 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이 집에 살면서 하는 일이 모두 잘 되어 팔고 싶지가 않았다. 

잘 되겠지 잘될 것이라고 믿는 다. 잘될 거야 주문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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