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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호 Jun 06. 2024

25년 만의 신랑과 여행

친구가 가이드 해주네

결혼 1주년 되었을 때 남편이랑 서울 여행을 가보고 25년 만에 여행을 간다.

부부동반 여행이기는 하나 아이 없이 여행을 가는 것은 25년 만에 처음이다.


명절마다 한 번씩 내려오는 친구가 있다 신랑과 나를 소개해준 친구 그동안 시댁에 붙잡여서 나는 얼굴을 전혀 볼 수 없었고 남편만 계속 만났었다.

이번 명절에는 거의 20년 만에 그 친구를 만났다. 나만 변하고 변한 게 하나도 없는 친구

20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부산을 떠나 경기도 파주에 살고 있는 친구는 우리를 초대했다.

급성사된 파주 여행이 되었다.

남편은 들떴고 나는 그저 그랬다. 너무 멀고 시어머님도 집에 계시니 1박 2일로 여행하는 거는 아이들만 있는 거보다 더 어렵다.


경기도 파주까지 어떻게 갈 건인지도 고민이다. 다른 친구 부부랑 같이 가는 여행이라 서로 맞추어야 한다.

비행기로 갈 것인지? 차로 운전할 것인지? 기차로 갈 것인지?

며칠을 고민하고 비행기를 선택했다 비용이 들기는 하지만 매일 가는 것도 아니고 25년 만인데 이 정도 지출해도 괜찮았다.

비행기를 왕복으로 예약하고 공항으로 친구가 픽업을 하기로 결론이 났다.


여행 가기로 하는 날 아침이 되었다.

차로 운전해 공항까지 가려고 보니 주차장이 만차로 계속 나와있어 택시를 타기로 했다. 10시 40분 비행기인데 친구 부부는 주차할 곳이 없을 까봐 2시간 전부터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공항에서 만나 커피 한잔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30년 넘게 알고 지냈는 데 여행은 처음 간다."

"그러게 가까운 곳에 놀려는  갔는 데 멀리는 처음이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는 비행기를 많이 타지는 않았지만 늘 불안하고 떨린다.

40분 정도 눈을 감았다가 뜨니 김포공항에 도착해 있었다.


날씨도 좋고 친구도 마중 나와 있어 모든 것이 좋았다.

친구는 헤이리예술촌 안의 피자집에 우리를 데리고 갔다. 돼지국밥을 찾던 아저씨들은 피자와 스파게티에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

예술촌을 한 바퀴 돌고 임진강으로 향했다.

처음 가보는 임진강에서 DMZ곤돌라를 탔다. 고소공포증으로 나는 또 눈을 질끈 감아야 했다.

사과가 들어갔다는 마늘빵도 먹어보고 부산촌에서 출세했다는 외치며 즐거운 시간이 지나갔다. 가보고 싶었던 제3땅굴을 운행을 하지 않아 들어가지 못했다.

이동 거리가 있어서 두 군데를 돌아보았는 데 시간은 6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숙소에 체크인하고 저녁을 먹기로 했다. 친구는 우리를 위해 일산에 숙소를 예약해 놓았다.

저녁을 먹으며 옛날 추억을 얘기하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목사님이 될 줄 알았던 친구는 학교 선생님이 되어서 잘 살고 있다.

우리 부부는 평소에 말이 없는 편이라 생각했는 데 친구 부부를 보니 너무 조용해서 우리가 서로 말을 많이 하는 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친구 부부를 통해 우리 부부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아침 눈을 뜨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숙소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조용하고 차분했다.

처음 가보는 일산 신도시는 모든 건물도로가 반듯반듯해 이상하리 만큼 적응이 되지 않았다 얼굴만 돌리면 산이 보이는 곳에 살다가 평지가 펼쳐진 곳은 낯설고 삭막하게 느껴졌다.


술이 떡이 된 남편은 세상모르고 자고 있다. 어제 남편은 술기운 지 기분이 좋은 지 가는 곳마다 카드를 꺼내 계산을 했다. 매일 있는 일도 아니라 가만히 두었다.

일어나면 자기가 한 일을 알기나 할까?  술 먹으려 여행 온 거 같은 착각이 들었다.


어젯밤에 공항에서 문자가 왔다 돌풍과 비가 와서 비행기가 결항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비가 많이 오지 않아 비행기는 뜨겠지 생각했는 데 아침 결항된다는 문자를 받았다.

일단은 일정이 예정되어 있어 서둘러 나갈 준비를 했다.


호수공원에 정원 박람회를 관람했다.

비가 쏟아지는 공원에 우산은 쓰고 박람회를 구경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빗속에 우산을 쓰고 걸으면서 비행기 결항 소식에 좀 더 빠른 시간으로 알아보고 체크인까지 했는 이번 비행기도 결행 다시 알아보니 모든 비행기가 결항이었다.

비행기 시간을 찾느라 제대로 보지 못한 꽃들을 다시 보며 비가 안 왔으면 정말 좋았겠다는 생각은 했다.

"날씨가 좋았으면 사람이 많아서 구경을 제대로 못해" 친구가 말했다.

"비가 와도 나름 괜찮네 덕분에 좋은 구경 한다."

"비행기가 다 결항이라 기차로 내려가야겠다 기차표가 있으려나 모르겠다?"


점심을 먹는 둥 마는 하며 기차표를 예매하기 시작했다. 공항으로 차를 찾으려 가야 하는 친구를 생각해서 되도록 빠른 시간을 찾았다.

"여기서 서울역까지 1시 30분 정도 생각하고 예매해야 해"

"알겠어"

다행히 표가 남아 있었다 단지 역방향만 남아있어 순방향을 찾기가 힘들었다.

"같이 앉아가기 힘들 것 같은데 따로따로 앉아야 할 듯"

"시간 되는 것 아무거나 해"

그래서 아무거나 보이는 대로 예매를 했다.

"네가 있어서 다행이다. 검색은 잘 못하겠더라고"

"나도 검색을 잘 못하는 데 어쩌다 보니 검색 잘하는 사람이 됐네"

X세대라 불리던 우리는 이제 검색이 어려운 나이가 되었다.

시대의 중간을 달리는 우리는 중년이 되었다.  


친구는 서울역으로 우리를 태워주며 1박 2일 가이드를 종료했다.

"덕분에 여행 잘했어 부산 오면 관광시켜 줄게"

"지켜본다 어떻게 해주는지  하하하"

"얼마든지 지켜보세요"


빗속에 기차를 탔더니 가족석이었다.

"마주 보고 가고 좋다."

"재밌는 여행이었어. 비행기 결항되어서 더 재밌었던 거 같다 기차도 타고 비행기도 차고 곤돌라도 타고"

"다음 달은 양산으로 가면 되지"

남편은 친구에게 다음 약속을 물어본다.

"그래 온나 장어 사줄게"

"콜"


부산역에 내려는 우리는 저녁으로 돼지국밥을 먹었다.

"역시 이걸 먹어줘야 한다니까"

돼지국밥 노래하던 아저씨들은 소원을 풀었고 택시를 타고 우리 집에 내려서 친구부부를 공항까지 데려다주고 26년 만에 여행을 끝이 났다.

26년에 둘이만 간 여행은 아니었지만 나름 재밌고 두고두고 추억으로 꺼내 볼 수 있는 여행이었다.

다음에 갈 때는 술 적당히 먹자 남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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