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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호 Jun 27. 2024

딸이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9급 국가직 공무원이 되었다.

큰딸이 공무원이 되겠다고 한 것은 대학교 3학년 때였다. 

교수님 추천으로 통계청 인턴을 2개월 다녀온 후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통계청 공무원이 되겠다고 했다. 

딸의 의견에 별 반대를 하지 않지만 의외의 결정이었다. 

"갑자기 왜?" 

"생각해 보니 나는 워라밸이 중요하고 그렇게 살고 싶어" 

"워라벨이라 공무원이 되면 그렇게 될 것 같아?" 

"응" 


원래 딸의 꿈은 어릴 때부터 연예부 기자였다. 아이돌에 한참 빠져 있을 때 그들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기자를 꿈꿨다. 또 심리학을 배워서 프로 파일러가 되고 싶다고도 했다. 

나는 딸이 어릴 때부터 국어와 언어에 뛰어나서 아나운서가 되었으면 했었다. 

대학 갈 때 까지도 기자가 꿈이라 사회학과와 신문방송학과를 지원했었다. 

아쉽게 신문방송학과는 못 가고 사회학과에 다니면서 학교 생활을 해 나갔었다. 

"엄마 기자가 되려고 생각해 보니까 너무 힘든 직업인 것 같아" 

"왜?" 

"워라벨이 없어" 

"다들 그렇게 일하는 거야" 

"아니 나는 워라밸이 중요해" 

"워라벨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워라밸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다들 워라밸 없이 살아가는 게 현실이다. 


기자가 되는 꿈 말고 딸은 돈 많은 백수가 되고 싶은 꿈도 있었다.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돈 많은 백수가 된다고 여러 번 말해 주었다. 

부모에게 기댈 생각은 하지 말라고 어릴 때부터 못을 박아 두었다. 

워라밸을 외치던 딸은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 공시생이 되었다. 


처음 시험은 접수만 하고 경험 삼아 치기로 했다. 시험도 여러 번 쳐봐야 현장 경험을 익힐 수 있다. 

두 번째 시험은 휴학하고 본격적으로 준비해서 치기로 했다.  

하루 종일 시험공부를 하는 것을 보니 안쓰럽기도 하고 굳이 힘들길을 가야 하나 싶기도 했다.

엉덩이로 공부한다는 말처럼 정말 꼼짝하지 않고 앉아서 공부를 했다. 친구와의 약속도 자주 하지 않았다. 


두 번째 시험을 치고 온날은 무척이나 억울해했다. 

"엄마 아는 문제였는 데 시간이 없었어 다 못 풀었어 찍었단 말이야" 

집에 와서 시험지를 보더니 계속 다 아는 문제를 시간이 부족해서 못 풀었다고 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더 이상 시험을 치지 않을 줄 알았는 데 한 번 더 도전해 본다고 했다. 

또다시 1년의 시간을 공시생으로 살아갔다. 


때론 공무원 월급이 작다면서 일반 기업에 취업한 친구랑 비교하면서 공부 그만하고 그냥 취업할 까 하는 소리도 몇 번씩 했었다.

그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해 봐라고 말해줬다. 해보고 안되면 다른 길을 찾으면 되는 거니 그게 꼭 정답은 아니라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시험을 쳤다. 

필기에 합격하고 면접을 보고 한 달의 시간 동안 결과를 기다렸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조마조마했는 데 이제 안심이 되었다. 

합격의 순간에 큰딸이랑 부둥켜안고 빙글빙글 돌았다. 너무 기뻤다. 

2년 6개월의 공시생 생활이 마감되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고생하고 수고한 딸에게 감사하다. 

옆에서 지켜본 나로서는 정말 도 닦는 마음으로 공부를 쌓아간 것 같다. 


이제 발령이라는 또 다른 기다림이 있지만 공무원 생활을 잘 해낼 거라 생각한다.

워라밸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회인이 되어가다 보면 알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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