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랑호 Aug 08. 2024

여름휴가를 가다. 1

풀빌라를 가 아파서 돌아오다.

연일 이어지는 무더위에 우리 집도 휴가를 가기로 했다.

항상 가던 수영장 있는 조그만 펜션 말고 수영장이 더 큰 펜션으로 가보자고 아들딸들이 말했다.

그전에는 1박에 성수기에 15만 원에서 20만 원 정도의 펜션을 골라서 갔더니 항상 좁은 길과 산속이나 높은 언덕 위에 있는 펜션이 많았다.

건물에 엘리베이터 있는 호텔 같은 펜션은 수영장이 어린이만 놀 수 있을 정도의 낮은 물이 이젠 커버린 아이들에게는 좁았다.


"수영장만 있으면 되지 크고 작은 게 무슨 문제야 재밌게 놀기만 하면 되지"

"엄마 물이 무릎까지 밖에 안 온다고 거기서 어떻게 놀아"

"그럼 작년에 갔던데 말고 몇 년 전에 갔던 곳에 갈까?"

"거긴 펜션이 별로야 우리도 풀 빌라 같은 곳에 가보자"

"풀빌라 거긴 지금 가면 너무 비싸잖아"


여름휴가 예상금을 100만 원 정도로 잡고 있는 데 아이들은 그걸 알리가 없었다.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줬다.


"그럼 골라서 엄마한테 얘기해 줘"

"진짜지"

"그래 그중에서 가보자"


아들과 딸은 밤늦게 까지 펜션을 찾아서 단톡방에 올려 두었다.

집에서 가까운 곳 위주로 알아보라고 했더니 거제 통영을 올려 났다.

나도 슬며시 검색으로 찾아보기는 했는 데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2박 3일에 100만 원 하는 곳도 있고 80만 원 그나마 산곳은 60만 원 정도였다.

그중에서 가장 저렴한 곳 1박에 33만 원이었다.

이렇게 비싼 곳을 가야 하나 싶었지만  내년에 아들이 고3이라 휴가를 가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무리해서 한번 가보자 싶었다.

휴가 날짜는 7월 25일 예정이고 방이 없어진다고 한 달 전에 예약을 했다.  

4인 기준 2박 3일에 67만 원이고 6명이니 추가인원 2명 하면 6만 원 방 값만 73만 원이다.

아들이 복층구조에 자보고 싶다고 해서 숙소를 3층으로 하려니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어머님이 걱정이다. 3층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싶어 물어보았다.


"어머님 휴가 갈 건데 3층인데 걸어갈 수 있겠어요?"

"한 번은 올라갈 수 있다 언제 갈 건데?"

"7월에요"

"어디로?"

"통영이요"

어머님도 갈 수 있다고 하셔서 통영 풀빌라 펜션을 예약했다.

어린아이가  없어서 우리 방에는 풀빌라지만 풀이 없다. 그래도 비싼 곳도 한번 가보는 거지 뭐


드디어 휴가날이 되었다. 며칠 연이어 비가 계속 내려서 휴가 날에도 비가 올까 걱정했는 데 다행히 날이 좋았다.

처음 일정은 통영에 도착해 중앙시장에서 점심을 먹고 꿀빵을 사는 거였다.

검색을 해보니 주꾸미 맛집이 있어 점심을 거기서 먹기로 했다.

점심을 먹고 구경을 하려 했지만 햇빛은 뜨겁고 어머님이 걷기 힘들어 하서 바로 마트로 향해 장을 보고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에 들어가는 길은 생각보다 휠 신 더 예뻤다. 수영장도 넓고 단지 3층 계단이 실내에서 올라가는 게 아니라 건물 밖에 위치해 있어 비가 오면 다 젖을 것 같았다.

물건을 3층까지 올리는 게 힘들었다 물론 내가 올린 것은 아니고 남편이 다 올렸지만 어머님도 잘 올라가셨다.

숙소 문은 여니 통창에 바다가 보였다. 숙소는 검색해서 봤던 거보다 작게 느껴졌다.

거실 소파에 앉으시던 어머님이 환하니 좋다고 하신다.

휴가며칠 전부터 당신은 안 가신다고 고모집(남편의 누나)에 가면 안 되겠냐고 하셨다.

같이 살고 있는 데 저희가 어디갈 때마다 고모집에 가실 수는 없다.

어머님은 소파에 쉬고 얘들은 수영복으로 갈아있고 바로 물놀이를 했다.

이번에는 여러 곳에 돌아다니지 않고 숙소에서만 있기로 했다.


둘째 날은 날이 흐렸다 맑았다를 반복했다. 어머님도 물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를 하셨다.

따뜻한 물은 어른 허리까지 왔고 차가운 물은 가슴까지 왔다.

물이 깊어서 놀기에는 딱 좋았다.

따뜻한 물에 들어가서 어머님은 가만히 앉아서 물놀이 즐기고 아이들은 물통을 쏘면서 놀았다.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어머님도 몸을 피하시 않으시고 웃으며 "비 온다" 하시며 물놀이를 즐기셨다.

다 같이 오길 잘한 것 같다.


한두 시간은 후 어머님은 숙소에 가서 씻어야겠다고 해서 남편이 모시고 갔다.

올 때 남편은 숙소 키를 안 가지고 왔다.


"어머님 문 열기 힘든데 왜 키를 안 가져왔어?"

"엄마도 운동해야지"

"그래도 들고 오지"


숙소에 조금 일찍 갔더니 어머님은 샤워 중인지 문이 한참 후에 열렸다.

"내 옷도 못 입었다."

"얼른 옷 입으세요."

벨소리가 나니 옷도 안 입고 문을 열어주셨다.

옷을 입고 소파에 앉으시며

"넘어졌다." 하신다.

"네 넘어졌다고요 다친 데는요?"

"엉덩이를 찍으며 발가락이 변기에 부딪힌 것 같다."

"내일 바로 내려가서 병원 가야겠네요"

발등이 시퍼렇게 멍이 들어가고 있었다.

"발가락은 움직일 수 있어요?"

"움직일 수 있다 살짝 들고 걸으면 걸을 수도 있다."

그만하기 천만다행이다.

내일 거제를 한 바퀴 돌고 가려고 했는 데 바로 집으로 내려가야겠다.


다음날 아침 어머님의 발등은 더 부어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막내딸이 열이 났다.

물놀이할 때 비를 맞고 한 것 때문인지 수영장물을 많이 먹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막내도 병원엘 가야 한다.

토요일 아침이라 병원은 오전만 해서 서둘러 아침을 먹고 짐도 챙겨서 출발했다.

어머님은 정형외과에 가서 엑스레이를 안 찍어 봐도 된다고 한의원에 내려 달라고 했다.


"뼈에는 이상은 없다 근육이 놀래서 그런 거니 내 말대로 해라."

"진짜 사진 안 찍어도 되겠어요."

"안 찍어도 된다."

한의원에서는 한 달 정도 이곳저곳이 돌아다니면서 아플 것이고 오래간다고 이틀에 한번 정도 침 치료를 해보자고 한다.

막내딸은 목이 좀 부어있고 감기가 이제 시작된다고 한다.

처음 간 풀빌라에서 아파서 돌아와서 마무리가 좋지 않지만 휴가는 잘 보내고 왔다,

매거진의 이전글 딸이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