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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호 Aug 23. 2024

여름휴가를 가다. 3

폐렴으로 병실에서 휴가를 보내다.

통영으로 옥과로 물놀이 여행을 갔다 온 후 딸은 하루는 열이 났다 하루 내렸다를 반복했다. 

여름휴가물놀이를 후유증이라 생각했다. 

옥과를 다녀온 후로 해열제를 먹어도 열이 내리지 않았다.  

옥과를 다녀온 다음날 바로 아동 병원으로 갔다. 

접수를 하고 제일 빨리 진료가능한 선생님께 했다. 


"선생님 열이 하루 났다 안 났다 한지가 4일 정도 된 거 같아요." 

"일단 엑스레이 찍어보고 다시 봅시다."

엑스레이 사진을 찍고 기다렸다. 

"어머님 폐렴입니다. 입원을 하셔야겠는데요" 

"네 그냥 통원 치료는 안 되나요?" 

"안 돼요 그럼 치료 기간이 너무 길어지고 고생합니다." 

"네 바로 입원할게요" 

수액만 맞고 가려고 했는 데 입원이라니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막내딸은 입원을 매년 했었다.

학교 다니며 코로나로 마스크를 쓰기 시작하면서 입원하지 않았고 감기도 자주 걸리지 않았다. 

이번 여행이 막내딸의  몸에 무리가 온 거 같았다. 


입원약정서를 쓰고 접수를 했다. 

"어머님 다인실은 508호에 병실이 있는 데 괜찮으세요?" 

"1인실은 없나요?" 

"네 현재 1인실은 없고 병실이 나면 옮겨 드려도 괜찮을까요?"

"네" 


수액을 꽂고 입원실로 올라왔다 5인실에 퇴원하고 1명이 남아있고 딸이 들어가서 2명이 되고 시간이 지나니 병실은 5명으로 가득 찼다. 

모두 기침을 막내딸처럼 쉴 새 없이 했다. 5살, 6살, 11살, 12살 모두 남자아이였다. 

열이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했고 해열 주사를 맞으며 입원 생활이 시작되었다. 

5인실 병실에는 간이침대가 없어 보호자들은 아이와 같은 침대에 자거나 바닥에 자야 했다. 

구석자리였으면 바닥에 잤을 건데 막내랑 같은 침대에 좁게 자게 되었다. 

간호사가 올 때마다 1인실에 나면 꼭 옮겨 달라고 얘기를 했다. 


막내가 마르기는 했기만 키가 155cm나 되니 좁은 침대에 구석에 붙어서 몸을 최대한 웅크려 딸이 편하게 자도록 했다.

수시로 오시는 간호사선생님과 엄마 엄마를 찾는 다른 침대의 아이로 인해 잠을 편하게 잘 수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온몸이 찌뿌듯하고  특히 골반 뼈가 너무 아파왔다.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 옆이 침대라 얼른 받았다. 

"간호실인데 00 어머니 계세요?" 

"네" 

"1인실이 나서 옮겨 드릴 건데 병실을 같은 층으로 해도 될까요?" 

"네 상관없어요" 

"그럼 502호로 옮겨 드리고 병실료는 오늘부터 23만 원 발생합니다." 

"네" 

병실료가 23만 원이라니 몇 년 전의 10만 원 금액을 생각하고 1인실로 옮겨 달라고 했다 어떡하지 옮기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잠을 못 자니 일단을 옮기고 생각하자 

대충 5일만 입원해도 110만 원이 넘는다. 병실료 너무 비싼 거 아니야 펜션 하룻밤 자는 거보다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 엄마 엄마랑 둘이 펜션에 놀려온 거 같아" 

침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는 던 딸이 동선이 넓어지고 엄마랑 있으니 너무 좋아서 하는 말이다. 

"근데 병실료가 너무 비싸 다시 옮겨 달라고 해야겠어" 

"그냥 있자 엄마" 


실비에서 병실료는 전액 지원해 주지 않기 때문에 병실료가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여러 명이 같이 있다 다른 병이 감염될 것 같기도 하고 같이 침대에 자면 딸도 불편하고 나도 불편하다  

며칠 있어보고 입원기간이 길어지면 그때 옮기기라 생각했다. 

딸과 있으니 비록 병원이지만 또 다른 휴가를 보내는 것 같았다. 

딸은 종일 텔레비전과 핸드폰을 보고 나는 못썼던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여유로운 생각도 잠시 간호사 선생님이 오셨다. 

어제 검사해 놓은 피검사 결과를 얘기해 주셨다.

"어머님 다른 바이러스는 없고요 마이코플라스마 내성균이 나왔어요 이균은 센 편이라서 아이 등을 많이 두드려 주셔야 해요 그래야 빨리 퇴원하실 수 있어요." 

엄마손 팜컵을 처방해 주면서 등을 많이 두드려 주라고 올 때마다 얘기를 한다. 


오랜만에 보는 등을 두드려 본다. 어릴 때 독감, 폐렴, 모세기관염으로 입원을 많이 해서 정말 많이 두드려 주었다. 

30분 간격으로 5분씩 등을 두드려 주는 병간호가 시작되었다. 


예전에 막내딸이 한 달 되었을 때 모세기관염으로 입원했던 대학 병원에서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가 하던 등 두드려 주던 기계를 본 적이 있다.

조끼처럼 입으면 두드려서 가래를 떨어지게 하는 의료 기기이다. 

이제 보편화가 되었는지 아동 병원에도 똑딱이라는 등 두드려 주는 의료 기기가 있었다. 

하루 한번 똑딱이를 하고 계속 등을 두드려 주어서 인지 5일 만에 퇴원할 수 있었다. 


휴가 아닌 휴가를 병원에서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니 남편은 내가 2주일은 집에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옥과에 가고 병원에 바로 입원했으니 나름 공백이 안 생기게 집과 병원을 왔다 갔다 하면서 반찬거리하고 집안일도 틈틈이 했는 데

큰딸도 엄마가 없어서 할머니 식사 챙기고 집안일하고 있는 데 아무것도 안 한다고 아빠가 잔소리해서 힘들었다고  하소연을 한다. 

큰딸을 위로해 주며 한마디 했다.

"엄마가 왔다 갔다 힘들었는지 살이 2kg 빠졌어"

막내딸은 입원 2일 정도 지나면서 컨디션이 좋은 지  먹어서 살이 2kg이 쪄서 퇴원을 했다. 

아직 잔기침을 하지만 컨디션을 최고인 거 같다. 


긴 휴가를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이번 여름휴가는 다양한 경험으로 보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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