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랑호 Aug 30. 2024

글쓰기 강좌를 신청했다.

각자의 삶이 글이 된다.

글을 쓰다 보면 소재가 고갈되고 내가 쓰고 있는 이 글이 잘되어 가고 있는 지를 모르 때가 있다. 그럴 땐 조금의 도움을 받으면 더 잘 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글쓰기 강좌를 검색하던 중 우리 동네 아닌 다른 동네 구청 평생학습관에서 창작 수필 교실 강좌가 개설되어 수강생을 모집하는 걸 봤다. 일단은 몸이 먼저 움직여 신청을 했다.


몸이 먼저 신청한 후 머리는 고민이 시작되었다. 괜히 신청했나? 왔다 갔다 이동시간에 책상에 앉아 글 쓰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우리 구도 아니고 다른 구까지 가서 강좌를 들어야 할까?

나는 늘 사소한 것으로 고민이 많다. 지금도 고민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신청했으니 첫 수업만 들어보고 갈지 말지를  머릿속 생각이 결론을 지었다.


처음 들어선 교실은 조용한 분위기였다. 5060 강의 여서 인지 나이들이 다 있어 보였다.

선생님의 소개가 이어지고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이 되었다.

다른 강좌들은 보통 자기소개는 이름 정도와 사는 곳을 얘기하고 간단하게 끝난다.


선생님이 자기소개에서 해야 할 말들을 적어 주었다.

'에세이 수업강좌를 선택한 이유', '수업을 통해 바라는 점, 수업 목표', '어떤 글 에세이를 쓰고 싶은 가?(개인적/사회적)

순서대로 이름이 불리고 자기소개가 이어졌다.

다들 말도 많지 않게 얌전하게 생기신 분들이 하나둘 일어나 인사를 시작했다.

처음분은 어린 시절 두메산골에 살 때 자동차를 처음 보았고 진달래가 지천에 피면 따로 다녔다고 그런 이야기를 담고 싶다고 했다.

그분 이야기를 들으면서 각자의 인생이야기가 있구나 이분의 이야기는 좋은 글감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분은 강아지랑 살고 있는 데 아들이 강아지를 좋아해서 가지고 왔다가 키우지 못해서 자신에게 주면서 강아지 데리고 있으면 엄마를 자주 보려 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키우고 있다고 하셨다.

강아지 이름이 커피라며 예쁘다고 말씀하셨다.

한분은 평소에 배우는 걸 좋아해서 이것저것 하신다며 시를 낭송해도 되겠냐고 물어보았다.

선생님이 하셔도 된다고 하니 '심순덕 님의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를 낭송해 주셨는 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 얼른 닦았다.

긴 시를 외워 낭송하는 모습을 보니 암기력이 대단하신 것 같다.


글을 끄적이다가 수필 강좌를 들으려 왔다는 분도 있고 독서 모임을 만들고 싶은데 주변에는 책 읽기를 좋아하지 않아서 혹시 독서모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오신 분도 있었다.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이 많은 데 죽음에 대해 더 많은 비중으로 고민한다는 선생님도 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왔다가 입담 좋은 분들의 말씀을 듣고 마음이 무거워지고 일기와 에세이가 어떻게 다른 지 알고 싶다는 분도 있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우울증이 와서 극복해 보려고 오셨다는 분은 인생 이야기가 너무 길어서 중간에 선생님이 간단하게 해달라고 말씀하셨다.

다양한 자기소개가 글쓰기를 배우로 오신 분들이 아니라 말씀 대회에 나온 것처럼 입담들이 너무 좋았다.


내 순서가 되어갈 때는 입담이 다들 좋아서 긴장도 되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리가 하얘졌다. 이게 뭐라고 살짝 떨리면서 소개를 했다.

지금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는 데 내가 쓰고 있는 글이 부족하고 글쓰기를 더 알고 싶고 그렇게 해서 수필 5편 정도를 적어서 공모해 보고 싶다고 했다.

브런치가 뭐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어 선생님은 브런치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을 해 주셨고  다음에 브런치 글을 하나 보여달라고 하셨다.

글을 쓰고 있으면서도 늘 부족한 부분이 많아 부끄럽다고 말씀드렸다.


그래도 글을 한 번도 쓰지 않았을 때와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강의를 들으면 가슴에 와닿는 것들이 달랐다.

강의를 해준 신 선생님 말씀처럼 체험을 많이 해야 하고 관찰이 필요할 것 같다.

수업을 마무리하면서 선생님께서는 과제를 내주셨다.

"다음 주 과제는요 이번주에 뭐 했는지 질문하면 뭐 했다고 대답해 주셔도 되고 1줄에서 2줄 정도로 적어오셔도 돼요. 부담 갖지 마시고 다음 시간에 안 오시면 안 돼요"

"네 수고하셨습니다."

다음 시간에 이분들이 어떤 이야기를 꺼내게 될지 기대가 된다.

한 번만 들어보고 더 이상 안 오려고 했던 글쓰기 강좌를 계속해서 올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