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오십이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랑호 6시간전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버킷리스트 하나를 시작했다.

길을 가다가 우연히 문화원의 수강모집 현수막을 보니 기타를 배우고 싶었다.

잊고 지냈던 30년 전의 기억을 더듬어 보니 나는 음악을 좋아하는 소녀였다.


어릴 때는 피아노를 배우고 싶었지만 집안 형편으로 학원에 다닐 수가 없었다.

그 후 고등학생 때 알바를 해서 기타 학원에 등록해 6개월 정도 배웠었다.

악보를 볼 줄 몰랐지만 기타는 코드만 익히면 칠 수 있어 재미를 느꼈다.


기타를 한참 배울 때 선생님의 결혼식이 있어서 친구들과 축가를 부를 기회가 생겨서 기타 치며 공연할 수 있었다.

그때는 음악이 삶에 전부였다.  


졸업 후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결혼하며 아이를 키우다 보니 음악은 동요 듣기가 전부였다.

기타 치며 노래하던 그때의 기억은 잊어진 오래되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음악을 다시 시작하니라는 마음은 늘 간직하고 있었다.


 음악을 놓은 지 오래되었지만 아이들은 음악과 함께 살게 하고 싶어 세 아이 모두에게 피아노를 배우게 했다. 악기하나는 다룰 줄 아는 아이로 키우고 싶었다.

내가 배우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걸 아이들에게서 보며 대리만족했다. 지금도 세 아이가 피아노 치는 걸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엄마 내가 피아노 가르쳐 줄게"

막내는 꼭 엄마에게 피아노를 가르 줄 거라고 말한다.  

"엄마도 배우고 싶은 데 시간도 없고 손가락도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

"일단 피아노 앞에 앉아봐 아니 손가락을 이렇게 하라고"

막내는 엄하게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문화원에 등록을 하고 보니 가서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부터 생겼다.

젊어서는 뭐든 시작부터 했는 데 나이가 드니 시작하는 데 걱정부터 앞선다.


수업부터 지각이다 교실에 들어서니 모두 몇 개월씩 먼저 시작해서 인지 잘하는 분만 있는 듯했다.

선생님이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을 했다.

"기타를 쳐본 적 있어요?"

"고등학교 때 잠깐 쳐봤어요"

"그때면 그냥 초보라고 봐야겠네요 이 기타는 몇 년 만에 빛을 보는 건가요?"

"거의 10년이 넘은 거 같은 데요 딸이 치던 거라서요"


도레미파부터 줄을 잡는 법을 가르쳐 주셨다.

고등학교 때랑 달라서 눈도 침침하고 악보도 잘 보이지 않았다.

"일단 이거부터 연습하고 외우세요 할 수 있겠지요"

"할 수는 있을 거 같은데 오래 걸릴 것 같은 데요"

"40대랑 50대는 달라서 50대가 되면 배우는 속도가 좀 느리기는 해요"


30년 만에 잡아보는 기타 감성에 젖는 것도 잠시 손가락이 너무 아팠다.

기타 줄을 하나하나 누르다 보니 손끝이 감각이 없어지고 있었다.

'아 기타를 괜히 배운다고 했나 손가락이 이렇게 아플 줄이야'

손가락이 아파 잠시 쉬면서 기타 잘 치는 분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예전에 내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그래 연습하다 보면 손가락이 아프지 않고 저분들처럼 잘 치는 날이 오겠지

이제 시작이니 한번 해보는 거지 걱정은 접어두자 50대에 배우는 속도가 느리면 어때 조금 천천히 가면 되는 거지

다시 기타 코드를 잡고 연습해 본다. 버킷리스트 하나를 시작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머리색이 만드는 오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