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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호 Oct 18. 2024

율무차가 뭐라고

남의 시선을 신경 쓸까

시어머님을 모시고 살면서 이것저것 살핀다. 혹시 부족한 것이 없는지, 평소 당뇨가 있으신 어머님을 위해 달콤한 것을 준비해 둔다. 어머님은 캐러멜 종류를 입에 녹여 드시는 걸 좋아하신다.

주로 땅콩캐러멜이나 호박엿을 즐겨 드신다.  


어느  날부터 주간 보호 센터에 다녀오시면, 주머니나 가방에서 사탕이 한두 개씩 나왔다. 그럼 어머님은 슬그머니 주방 식탁 위에 올려놓고 말도 없이 가버리신다.

"어머님, 이 사탕 뭐예요?"

"응 센터 할마이들이 주더라. 내는 안 먹는다. 얘들 줘라"

"얘들은 홍삼 사탕을 안 먹어요. 어머님은 안 먹는다고 받지 말지 그러셨어요?"

"주는 데 어떻게 안받노"

"그래도요. 다음에는 어머님이 안 드시면 받지 마세요. 얘들도 안 먹어요. 그럼 버리게 돼요."

"알았다 센터 선생들 줘야겠다."

주간 보호 센터에서는, 사탕을 나누어 먹지 못하게 하는데, 어르신들은 그 말을 듣기 않는다. 자주 무언가를 얻어 오시길래, 곡물 과자를 사드리며 센터 할머니들과 나누어 드시라고 했다.

"이런 거 뭐 하려 사오노, 안 나눠줘도 된다."

"그래도 자꾸 얻어오시니까 한 번 나눠 주세요."

처음에는 필요 없다고 하시더니, 아침마다 센터 갈 때 캐러멜과 곡물 과자를 챙겨 가신다. 어느 날부터는 사탕 대신 율무차와 커피 믹스를 가지고 오셨다.

"어머님 이건 뭐예요?"

"응 센터에서 한 번씩 타 먹는다. 율무차랑 커피를 타서 옆에 할마이가 먹어보라고 주더라"

"어머님은 아침에 커피 드시고 가시잖아요."

"그래도 그래 타 먹어니 맛있더라"

"커피 많이 드시면 안 좋은데..."

매일 옆에 계신 할머니 한 분이, 율무랑 커피를 같이 타서 서로 나누어 드시는 것 같았어, 별스럽지 않게 넘겼다.


어머님이 심심하다고 하셔, 마트에 같이 갔더니 무언가를 찾고 계셨다.

"뭐 찾으세요?"

"그거 율무차"

"율무차는 왜요?"

"맨달 얻어먹으니까 사들고 가려고"

율무차를 산 후, 캐러멜과 곡물과자, 율무차를 가방에 챙겨서 매일 가져가신다.

언제나 시어머님이 하시는 대로 지켜보기만 했다. 결국, 말을 하면 잔소리한다 역기시니, 크게 이상한 것만 아니면, 그냥 본다. 센터 할머니들과 재미있는 놀이하는 기분으로 다니시는 것 같다.


아침마다 물통에 물을 넣어드리는 데 그날은 물통에 무언가를 타고 계셨다.

"어머님 뭐 하세요?"

"응 커피 탄다."

"커피 방금 드셨잖아요?"

"율무차랑 커피 타 가지고 갈라고"

"그건 센터 가서 할머니들이랑 같이 드시는 거 아니에요?"

"선생들이 못 하게 해서 집에서 타 가지고 가려고, 가지고 가면 못 먹게 뺏는 데 타 가지고 가는 거는 괜찮다."

건강에 좋지 않으니 어르신들을 관리하기 위해 사탕과 음식을 못 먹게 하는 것 같았다.

"그럼 물 드시고 율무차 안 드시면 되잖아요?"

"그래도 타 가지고 가면 없는 사람으로 안 보인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맨달 얻어먹으니까 나도 살 수 있다고 보여 주는 거다."

"네? 남들에게 보여주려고 가져 가시는 거예요? 왜요?"

"할매들 먹는 거 나도 사 먹을 수 있다고"

"남들 의식은 왜 해요? 어머님 하고 싶은 로 하시면 되지요."

어머님은 연세가 있으신데도 남들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신다. 이 정도는 사 먹을 수 있다고 보여주고 싶으신 것 같다. 이젠 남들 눈을 의식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데... 그 뒤로도 종종 어머님은 율무차와 커피를 타서 들고 다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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