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님의 다리가 아프기 시작 한 지는 몇 년이 되었다. 허리 협착증이 있어서 수술 말고는 답이 없다고 했다. 허리가 눌러진 상태이니 다리가 아프고 저리는 것은 당연하다.
여러 번 한의원과 정형외과를 모시고 갈 때마다, 돌아오는 답은 연세가 있으니 수술은 되지 않고, 아플 때마다 진통제 주사를 맞고 약을 먹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했다.
혼자 사실 때는 매일 한의원, 내과, 정형외과를 다니면서 진통제 주사를 맞으셨다. 우리 집에 오신 지 처음 몇 달은 가정의학과에서 주사를 맞고 한동안은 맞지 않아 다리가 아픈 걸 잘 견디고 계시는 듯했다.
어느 날 주간보호센터에 다녀오신 어머님은 화가 잔뜩 나셨다.
"센터 할매가 다리 아픈데 잘 낫는 한의원을 같이 가기로 해놓고, 안 간다고 해서 어찌나 신경질이 나는지."
"무슨 말씀이세요? 한의원을 같이 간다니요?"
"아침에 센터에서 한의원 잘하는 데 안다고, 같이 가자고 해놓고, 집에 갈 때 되어서 물어보니 안 간다고, 둘이 같이 걸어가기로 해놓고 그런다 아이가"
"거기가 어딘데요?"
"태00 한의원이라던가?"
듣고 오신 이름은 어떻게 기억을 잘하시는지, 검색해 보니 센터 근처에 있는 한의원이었다.
"두 분이서 어떻게 가신다고 그러세요? 센터에서도 두 분만 가게 두지는 않을 거예요?"
"갔다 온 사람이 다 나았다고 하니까, 나도 한번 가보고 싶어서 그렇지"
어머님은 다른 사람이 한의원에 가서 다 나았다고 하니, 본인도 가면 다 나으리라 생각하신다. 통증을 완화시켜 줄 뿐, 다리를 젊은 시절로 돌릴 수는 없다.
평소에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어머님은 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이제는 어느 병원에 가든 똑같다고 생각하는 데, 어머님은 그렇지 않으신 것 같다.
며칠 후, 주간보호센터에 다녀오신 어머님이 종이쪽지를 하나 내밀었다.
"이게 뭐예요?"
"여기다. 다 낫게 해 준다는 한의원"
한의원 이름이 적혀있는 쪽지를 보여주는 이유는 여기 가보자는 얘기이다.
"어머님 한의원이 어딜 가나 다 똑같지요. 여기는 뭐 다를 것 같아요?"
"그래도 할매들이 갔다 와서 다 나았다고 하던데"
별 반응을 안 했더니 어머님은 슬그머니 쪽지를 가지고 방으로 들어가셨다.
토요일에 아침을 드시고 나서 어머님께 한의원에 가보게 준비하라고 했다.
"니도 따라 갈라고"
"따라간다니요. 어머님 혼자 가실 수 있어요?"
"내 혼자 살살 걸어갈라고 했지"
"어딘 줄 알고 걸어가요?"
"가다 보면 있겠지"
"그러다가 길이라도 잃어버리면 어떡하려고요. 집 앞에 운동도 안 가시면서 어떻게 걸어가요?"
"아침에 니가 시간이 되나?"
"다 낫게 해 준다는 데 시간이 없어도 한 번은 가봐야지요."
예약제라 미리 전화해서 시간을 잡아 놓고 한의원에 갔다. 한의원 느낌보다 고급스러운 피부과 같은 분위기의 병원이었다. 접수하니 이것저것 물어보는 게 많았다.
진료실에 들어가니 선생님께서 물어보셨다.
"여러 가지 약 드시는 게 많네요. 어디가 제일 불편하세요?"
"왼쪽 다리만 아팠는데 요즘은 오른쪽 다리가 더 아프네요."
"일단 치료실에 가서 봅시다."
침 치료와 물리치료를 받고 나오셨다.
"언제 또 오라던가요?"
"일주일에 2번 오라던데.."
"맞고 나니 좀 어때요?"
"좀 있어 봐야지"
집에 오셔서 점심을 드시고 나서 발가락이 펴진다고 하신다. 오른쪽 발가락이 벌어지지 않았는데, 다 벌어진다고 발끝에 찌릿찌릿한 게 없어졌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한의원이 특별할 줄 알았는 데, 보통 한의원하고 똑같다고 안 가도 되겠다고 하셨다. 몇 번 다녀 보시지 왜 안 간다고 하시냐고 물어보니, 비용이 많이 나온다고 하셨다.
보통 한의원에 가면 3,000원 정도 나오는데, 이곳 한의원은 15,000원을 달라고 하니 안 가신다는 것이다. 다 낫게 해 준다는 데, 비용이 많이 나오면 어때요.
병이 나으면 되지요라고 해도 안 가신다고 침놓는 거는 똑같다며 평소에 자주 가는 한의원으로 다시 가셨다.
어머님의 바람대로 정말 다 낫게 해주는 한의원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다리가 아프지 않아서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가실 수 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