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야 이리 와봐라."
"네 왜요?"
"센터에서 봤는데 집에서도 하네"
텔레비전을 보고 계신 어머님이 부르셔서 방으로 가보았다.
"저거 바르면 다리가 안 아프단다."
방에는 홈쇼핑 광고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쓱 바르기만 해도 아픈 다리가 다 낫고 팔팔해진다고 광고를 하고 있었다. 나도 보고 있으니 꼭 사야 할 것만 같이 광고를 하고 있다.
"어머니 저거 가짜예요. 다 낫는 파스가 어디 있어요?"
"봐라 금방 팔팔해지잖니"
광고는 광고일 뿐이지 거기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씀드렸다.
예전에 친정엄마도 텔레비전에 광고만 나오면 괜찮아 보인다고 주문해 달라고 했었다. 그때마다 살 때뿐이고, 사고 나면 효과는 없었다. 이젠 시어머님이 그때와 똑같이 보이기만 하면 말씀을 하신다.
주간 보호 센터에서 텔레비전을 보시다가 광고에 나오는 걸 보시고, 집에서도 나오니 말씀을 하셨다. 나도 한 번씩 갖고 싶은 게 있으면 몇 번은 생각하고 그 물건을 집에 들이는데, 어머님도 갖고 싶을 거라 생각하니, 그냥 넘겨 버린 게 무척 신경이 쓰였다. 며칠이 지나고 혹시 그 광고가 다시 나오면 그때 말씀해 달고라고 했다.
"그 안 있나, 털이 요렇게 나가지고, 목에도 털이 있고 따시 보이던데."
"뭐 말씀하시는 거예요?"
"털 달린 조끼, 그거 센터에 나오던데"
"센터에 할머니들 중에 입으셨어요?"
"아니 텔레비전에 나오던데"
주간 보호 센터에서 조끼 광고를 보신 것 같았다. 그전에 일이 생각이 나서 무슨 광고 인지 모르니, 선생님들께 부탁해서 전화번호를 적어오라고 말씀드렸다.
며칠 후 급하게 나를 부르셨다. 방으로 가보니 조끼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
"집에서도 하네, 센터에만 하는 줄 알았는 데…"
꽃무늬가 그려진 털 조끼를 파는 홈쇼핑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 색깔은 노랑, 파랑 두 세트에 29,000원이었다. 가격은 괜찮았다.
"어머님 할머니 옷 같은 데 입으시게요?"
"내가 할맨데 따시 보이지 않나?"
"주문해 드릴까요?"
"시장에 가면 팔 거 같은 데 함 가볼까?"
"홈쇼핑에 있는 거는 시장에 없어요. 주문해 드릴게요."
그전에 파스가 생각이 나서 주문해야 할 것 같았다. 앱에 들어가서 간단하게 주문할 수 있었다.
며칠 후 조끼가 와서 어머님께 전해 드렸다.
"어머님 조끼 왔어요."
"조끼 주문했었나?"
"어머님이 사달라고 하셨잖아요"
"야야 본다고 다 사나 꼭 사달라는 거는 아니었는데‥"
꼭 사달라는 거는 아니지만, 말씀을 하시면 사 달라는 건데 한 번씩 헷갈릴 때가 있다. 조끼를 번갈아 입으시고 어느 색이 더 괜찮냐고 물어보신다. 이거는 꼭 사달라는 게 맞는 거 같은 데, 입고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사는 게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도 광고만 나오면 나를 부르신다. 결코 꼭 사달라는 거는 아니다 하시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