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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호 Nov 22. 2024

시어머님의 외출

며느리가 집에 없으면 생기는 일

금요일 저녁이면 큰딸이 지방에 근무하다 주말에 집으로 쉬로 온다. 딸이 집에 들어서면 어머님은 제일 크게 환영해 주신다. 딸도 먼저 할머니께 인사를 드린다. 어머님에게 큰 딸은 첫 번째 친손주이다. 그래서인지 딸이 가고 난 월요일 아침이면 큰 딸을 걱정하는 말씀을 하신다.


"집에 있다 혼자 아침에 밥 챙겨 먹으려면 그렇겠다."

"누가요?"

"00이"

"아, 괜찮아요 아침 잘 안 먹어서 알아서 할 거예요."

"아직 애 같은데 잘하겠나?"

막내딸에게는 전혀 그런 말씀을 하지 않으신 데 늘 큰 딸이 어린아이로만 보이시는 것 같다


일요일 오후이면 이것저것 챙겨서 딸을 지방으로 데려다준다. 가는 길에 바람도 쐴 겸 어머님께 같이 가자고 했다. 안 간다고 하실 줄 알았는 데 따라가신다고 했다.

1시간 30분을 달려 도착했다. 바로 숙소에 들어 보내지 않고, 저녁을 먹어서 보내야 할 것 같았다. 시간도 남아 근처에 진주성이 있어서 구경하고 가기로 했다.

가을이라 나무도 단풍이 들어가고, 풍경도 좋아 걷기에 좋았다. 어머님은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걸으시다가 다리가 아프다면서 앉아서 기다릴 테니 한 바퀴 돌고 오라고 했다.


"어머님 힘들면 휠체어라도 빌려올까요?"

"아니다 아직 걸을 수 있다."

"그럼 천천히 걸어가요"


진주성 안에 박물관이 있었다. 그곳을 어머님은 다리가 아프다고 들어가지 않고 잔디 마당에 햇빛이 좋아서 남편과 어머님은 의자에 앉아 쉬기로 했다.

아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도 좋을 것 같아서 딸들과 나는 박물관을 구경했다. 뉘 욱 뉘 욱 해가 지고 있었다. 딸이 따뜻한 국물이 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고 해서 감자탕을 먹기로 했다.

어머님은 많이 걸어서 밥맛이 좋으신지 평소 먹는 양 보다 많이 드셨다.


숙소에 도착했다. 짐을 내리고 있는 데 어머님도 가본다고 하셨다.

손녀의 숙소가 궁금하고 같이 사는 룸메이트도 궁금하신 모양이다. 이층이라 괜찮겠다고 했더니 갈 수 있다고 하신다. 천천히 걸어서 올라갔다.

룸메이트 언니에게 어머님은 집이 어디야? 몇 살이야? 호구 조사를 하고 계셨다. 어머님은 별개 다 궁금하신 것 같았다. 첫 손녀의 사회생활이 걱정이 되셨는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어머님은 걱정 안 해도 되겠다고 하셨다.  숙소가 좁아도 둘이서 살기에는 괜찮아 보이고, 룸메이트 언니도 참하니 괜찮다고 하셨다.


일주일이 지나고 딸이 내려와서 데려다 주려 가는 길에 어머님께 물어보았다.

"어머님 이번에도 같이 가실래요?"

"아니 피곤해서 꼼짝도 하기 싫다 둘이 갔다 온나?"

"그럼 집에 쉬고 계세요. 저녁은 00이랑 같이 드시고요."

"응 알았다. 신경 쓰지 말고 갔다온나"

한참을 차를 타고 가고 있는 데 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할머니 밖에 나가셨어"

"언제? 어디 간다고 하시던데?"

"20분 정도 되었고, 한 바퀴 돌고 오신다던데"

"알았다. 30분 지나도 안 들어오시면 다시 연락해"

바람 쐬려 같이 가자니 피곤하다고 하시곤 어디를 가신 건지 남편이랑 가는 길에 걱정스러운 대화를 주고받으면 갔다. '약국에 내려가셨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고 아들에게 '할머니 집에 왔어'라는 문자를 받았다. 그제야 조금 안심이 되었다. 우리 집은 입구가 오르막 내리막이 있어서 다리 아픈 어머님이 걸어가려면 가다 쉬다 가다 쉬다를 반복해야 내려갈 수 있는 곳이다.


다음날 아침 어머님께 어제 어디 다녀오셨냐고 물어보았다.

"아 우리 집 밑에 센터 친구 집에 갔다 왔지"

"만나서 놀다 오셨어요?"

"집에 없어서 못 만났다. 약국도 가보려다가 다리가 아파서 못 갔다. 가다가 좀 쉬고 가다가 좀 쉬고 겨우 집에 왔다."

"그니까 바람 쐬려 가시자니까 다른 곳에 바람 쐬려 가셨네요? 약국도 일요일은 쉬어요"

어머님이 필요한 약은 내가 다 미리 챙겨 드리고 싸드리는 데 직접 자기 손으로 뭔가를 하고 싶은 것 같았다.


어머님은 아침 일어나서 다리가 아프다고 했다.

"다리가 아파서 침이나 맞으려 갈까?"

"어제 걸어서 그렇잖아요 근육통은 며칠 지나면 괜찮아져요"

"아고 등도 아프고 왜 이런지 모르겠다."

파스를 가지고 와서 등에 붙여 달라고 하셨다.


마음은 막 돌아다니고 싶으신데 몸이 그렇지 못하니 이럴 때 안타깝고 마음이 쓰인다. 내가 집에 있을 때는 놀이터라도 가서 운동이라도 하고 오시라 하면 꼼

짝을 안 하시는 데 집에 없거나 자리를 비우면 어머님은 외출을 하던지 손빨래를 하든지 뭔가를 하고 싶은 신거 같다.

결국은 한의원에 모셔다 드려서 침을 맞았다. 맞고 나니 아픈 게 덜 하다고 하신다. 몸이 마음처럼 되면 어머님의 외출이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을 까하는 생각은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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