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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호 Nov 29. 2024

1년에 딱 한번 김치 담그는 날

시어머님 오시고 두 번째로  같이 하는 김장

나는 일 년에 딱 한번 김치를 담근다. 올해로 김장은 4년째 4번의 김장을 했다.

평소에는 김치를 전혀 담그지 않기 때문에 일 년에 딱 한번 11월 이면 기념일처럼 김장은 한다.

1년에 단 한번만 담그지만 할수록 실력은 늘어난다.

작년에 어머님이 오시고 두 번째 같이 하는 김장이다. 같이 한다기보다는 다 준비해 놓으면 어머님이 배추에 양념을 치대 주신다. 예전에 어머님이 다 준비해 놓으면 가서 양념만 배추에 버물러던 것처럼 이젠 입장이 바뀌었다.

김장을 같이 했지만 나는 어머님 김치를 잘 가져오지 않았다. 어머님보다 친정엄마의 김치를 더 많이 먹었던 거 같다.


몇 달 전부터 고춧가루를 구매하며 김장을 준비했다.  

일단은 김장하는 날짜를 잡고 미리 절임배추를 주문했다. 배추만 집에서 절이지 않아도 김장은 수월하다.

새우젓, 멸치액젓, 마늘, 찹쌀가루, 북어대가리, 대파, 다시팩, 설탕등 양념은 김장날에 맞추어 며칠을 시장을 보며 준비했다.


마늘을 미리 구입해서 믹서기에 갈고 있으니 어머님께서 물어보신다.

"김장은 언제 한다고?"

"11월 중순쯤에 하려고요."

"배추는 언제 오노?"

"배추는 절임배추로 주문해 놓았어요."

"절임배추로 한다고?"

"네"

"근데 김장을 너무 빨리 하는 거 아니가 12월에 해야지"

"춥기 전에 해야지요. 그리고 강원도 배추 나올 때 해야 해요."

"해남배추도 괜찮은데, 너무 빨리 한다."

"작년에도 이때 했어요. 안 빨라요."

배추를 한 포기에 얼마를 줬는지, 왜 절임 배추로 하는지, 물어보시고 김장을 빨리 한다고 계속 말씀하고 계셨다.

'제가 하는 데로 할게요'라고 하고 싶었지만 어머님도 더 말씀을 안 하셔서 더 이상 말을 안 했다.


배추 오기 하루 전날 다시물을 끓이고 찹쌀풀을 준비해서 김장할 준비를 했다.

총 60kg의 절임배추를 주문해서 양념을 넉넉히 해야 한다. 작년에는 양념이 모자라 나머지 배추를 백김치로 담았다.  

고춧가루 5근 풀고, 새우젓 2kg 넣고, 멸치액젓 2.5kg, 마늘 2kg를 준비해 다 넣었다. 양념을 섞고 있으니 어머님께서 오셨다.

"고모집에서 가서 온 젓갈도 넣어야지?

"안 넣을 건데요"

"그거 넣으면 맛있는 데"

"무는 썰어줄까?"

"양념에 무 안 넣을 건데요. 그냥 김치 사이에 끼워 넣을 건데요."

나는 김치에 젓갈 냄새가 많이는 걸 싫어한다. 그래서 딱 시판용 액젓만 사용한다. 어머님은 옆에서 계속 훈수를 뜨고 계셨다. 남편도 한 마디씩 거든다.

"양념에 무도 넣도 파도 넣고 해야 맛있지"

"해줄 거 아니면 만히 있지 나는 김치가 지저분한 게 싫거든"

양념 맛을 보며 어머님은 짜다 남편은 싱겁다고 하며 두 모자가 돌아가면서 계속 뭐라고 말을 하고 있다.

'그냥 내가 하던 데로 마음 대로 한다고'라고 속으로 외쳤다.


다음날 배추가 생각보다 일찍 와서 저녁 먹고 김장을 할 수 있었다.

김장매트를 퍼고 준비를 하고 있으니 남편이 고무장갑을 끼며 김장을 같이 하겠다고 한다. 남편은 4번의 김장을 하는 동안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김장하는 거 처음 본다면서 나도 해보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장갑 빼고 김치 담그면 통이나 바꿔주고 그냥 시키는 일만 해줘~~"

남편에게 정중히 부탁했다.


어머님은 김장을 할 때 배추를 엎어놓고 하시고 나는 속이 보이는 방향으로 한다. 누구도 김장을 어떻게 하라고 말해 주시 않아서 편안대로 한다. 어머님도 배추 방향에 대해서는 말씀을 하지 않으신다.  

어머님과 같이 해서 인지 1시간 30분 만에 김장이 끝났다. 서서해서 다리가 아프실 텐데도 끝까지 같이 해주셨다.

이렇게 1년에 한 번 있는 기념일 같은 행사를 끝내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했다.

김치냉장고에 꽉 채워놓고 나니 1년이 든든할 거 같다.

다음날 점심으로 수육과 굴을 준비해서 김장김치와 같이 먹었다. 약간 맵기는 했지만 갓 담은 김치는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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