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없는 고독한 자리를
네가 시집 오는 날/박미희
연분홍 복사꽃으로
연지곤지 바르고
아들과 짝이 되었지
그때부터
아들은 남이 되었고
너는 내 딸이 되었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네가 해 준 일들 되돌아보니
화장품이 떨어질 때면
어찌 알고
미리 준비해 주었고
지방 출장에서 돌아올 때도
특산물을 챙겨주었지
하와이 신혼여행에서도
내 가방 사준다며
수십 번 사진을 보내며
남들이 부러워하는
가방을 내게
안겨 주었지
사소한 일에도
아기자기 챙겨주던 너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생일이면
온갖 이벤트로 기쁨을 주던
그 고운 마음이
살며시 스며들어 와
딸 없는 고독한 자리를
채워 주었지
너를 만난 건
어쩜
행운인지 몰라
전생에 복을 많이 지었는지
이쁘고 참한 네가
우리 집에 시집와서
딸 하나 없는 삶에
너라는 봄이
나에게
찾아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