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갈래의 길이 있다면
눈물 어린 기도/박미희
수녀원 앞을
지나칠 때는
당신 얼굴이
떠오르고
길 위에서
도서관에서
공원에서
마주쳤던 그 웃음은
가슴에 남아
안에서 맴도는데
그 사랑
어찌하라고
그것마저
가져가시지
흔적도, 말도 없이
떠나시다니요
가시는 걸음걸이에
눈물로
기도합니다
한때 수녀님이 되고 싶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마치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처럼
인생 이란 삶 앞에 두 갈래 길이 놓여진다면,
어쩌면 저는 수도자의 길을 선택했을지 모릅니다.
어릴 때부터 수녀님들과 가까이 지냈고
진해 바다를 함께 갔던 추억도 있으며
주일학교 교리교사로 봉사하던 시절에는
함께하던 한 자매가 수녀원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
‘나도 수녀원에 갈까’ 하고 마음이 흔들리던 때도 있었습니다.
검은 수녀복은 늘 가까이에서 보던,
저에게는 익숙한 옷이었습니다.
결혼을 하고 삶의 무게를 느낄 때면
문득 그 시절이 떠오르곤 했습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이기에 더 고귀하게 느껴졌고,
그 길을 선택한다면 후회는 없을 것 같았습니다.
수도원에서 옷을 벗고 나오신,
분에게서 심리치료와 미술치료를 공부하면서
그 세계를 조금 알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만약 다시 두 갈래 길이 주어진다면
여전히 저는 수도자의 길을 선택했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원장 수녀님과의 인연이
더 따뜻하게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따로 만난 적은 없지만,
성당을 오가던 길에서 여러 번 마주쳤고
산책하러 올림픽공원에 갔을 때도
우연히 만나곤 했습니다.
어느 날은 도서관에서 다른 자매와 함께
도서대출증을 만들고 싶다며 오신
수녀님을 만나기도 했는데요.
그때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함께 했던 자매님이 알려주신 정보를 듣고
수녀님께 여쭤본 적이 있습니다.
“수녀님, 시 좋아하세요?”
그러면 수녀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아니에요, 아니에요.”
하시던 모습도 아직 기억납니다.
기도회 봉사자들과 여러 번 식사도 함께 했고,
식사가 끝나면 마트에 들러 장을 보기도 했습니다.
하남의 한 카페에서 봉사자들과 함께 갔을 때는
수녀님과 마주 앉아 서로 휴대폰에 담긴
식물 사진을 보여주며
식물 자랑을 하던 시간도 있었습니다.
수녀님은 참 따뜻하고 포근한 분이셨습니다.
30년 넘게 기도회 봉사를 하면서
기도하러 오신 수녀님을 뵌 것도 처음이었고,
제가 율동을 할 때 맨 뒷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따라 하시던 수녀님도 처음이었습니다.
그런 수녀님께서 소임 이동에 따라
말없이 우리 곁을 떠나셨다는 소식을
지난주 기도회 시간에 들었을 때
얼마나 섭섭했는지 모릅니다.
부디 어디에 계시든,
하느님의 축복과 은총이
늘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이 마음을 담아
수녀님께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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