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와 마주 한 나

창경궁의 민들레

by 모닝페이지

창경궁을 도는데 노란 민들레가 피어있었다.

누군가와 함께 걷던 길, 순간 눈이 마주쳤고,

그 얼굴을 보기 위해 뒤돌아 서기를 몇 번을 했는지 모른다.


그런 널 그냥 두고 온다는 게, 너무 아쉬워

가까이 다가가 만져 보고 싶었지만

일행으로 인해 돌아서야만 했다.


작고 앙증스럽고, 눈이 아플 정도로 샛노란 빛깔이 어찌나 강하게 와닿는지

그저 이쁘기만 한 너를 만져보지도 못하고 돌아서야 했던

그 안타까움을

너는 알까.


촉감은 만져 보지 않아도, 보는 것만으로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너를 내 눈과 머리에 그리고 가슴에다 담아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날 이후 혼자 있는 시간이면

그때의 너를 꺼내 본다.

마주 했던 짜릿함,

그 샛노란 색깔은 나를 상큼한 설렘으로 이끌면서

별빛이 반짝이듯 번개처럼 지나갔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삶이란 동그란 원안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

동동거리며 하루하루 살다 보니

이제야 잊고 살았다는 걸 깨닫는다.


어쩜 너와의 그 산뜻한 눈 맞춤이 내겐 충격이었는지 모른다.

많고 많은 사람들은 스치듯 그냥 지나갔지만


목요일 아침 창경궁에서 만났던 너와의 순간

마주했던 그 눈빛은

아직도 강렬하게 남아서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다.


혼자 길을 걸을 때나 하늘을 바라볼 때면

네 얼굴이 떠 오른다.

그만큼 너를 외면하고 산 내가 또 비로소 보인다.


작고 여린 너를, 많은 사람들은 예사로이 스치듯 지나쳤지만

난 그렇지 못했다.


그건 바로 나였던 것일까

아니면 내가 나를 모르는 나와 마주함일까


돌담사이 낮은 땅 흙바닥에서

온실 속에서 영양제 먹고 자란 꽃이 아닌

세찬 비바람 맞으며

휘몰아지는 눈보라를 온몸으로 맞으며

사계절을 견뎌야 했을 너


구구절절 말하지 않아도

꼬그라지듯 비슷듬히 피어있는 네 자태만으로

그 삶이 느껴진다.


아무도 찾아주지 않은 이름의 민들레,

생각만 해도 눈물이 핑 도는

그게 바로 나였다는 것도 그때 알았다.


그 순간 느꼈던 아쉬움과 설렘은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다시 창경궁으로 가고 싶다.


돌담 사이 흙바닥에서 꿋꿋이 피어 있는 너를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만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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