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마다 임플란트를 심다

사형장에 들어가는 기분이에요

by 모닝페이지


"사형장에 들어가는 기분이에요!

죽는 것만큼 치과 오는 게 싫어요."

그렇게 말했을 때



"다른 사람들은 교수형에 처하는 기분이에요.

얼마나 아프고 큰 통증 느끼는 줄 아세요?

다른 사람들은 고생을 많이 한단다.



그만하면 당신은 아프지 않고

양호한 거예요.



그리고 치과 오는 게 제일 싫다는 말

의사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에요."



"아, 그래요?

다른 사람들은 교수형에 처하는 기분이고

저보다 더 아프고 더 고통스러워한다고요?


아, 그렇군요. 알겠어요. 죄송해요."


그 말을 듣는지 마는지

화난 듯 무심한 채 안으로 들어간다.

내가 다니는 치과 의사와의 대화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곰곰이 생각해 본다.



"어머, 그렇게 무서우세요?

많이 아프셨어요?

그 정도로 무섭고 두려우세요... 어떡하죠...

뭐라고 할 말이 없네요..."



그 한 마디 해주면 좋지 않았을까?

난 그 말이 듣고 싶었는데

그런 말은 듣지 못했다.



그때부터

의사와 나와의 실랑이는 끝이 났다.

지금은 약속 날짜가 아니어도 조금만 이상이 생기면

먼저 찾아간다.



그게 작년부터 치과를 대하는 달라진 행동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한 번도 제날짜에 가 본 적 없다.

늘 빠지고 빠지다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서야 할 수 없이

찾아갔던 곳이 치과였다.




사순절이 되면

꼭 치과에 갈 일이 생긴다.



제일가기 싫은 치과

사형장에 들어가는 기분으로 들어간다.



한 번 심은 임플란트를 빼고 다시 심기를

벌써 세 번째다.




작년에는

왠지

오래 못 살 것 같다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주위 사람 몇 명에게 그런 말을 했었다.

"나 오래 못 살 것 같아... 왠지, 잇몸 때문에~~



그 말을 들은 주위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한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기본이 100살이라고



데레사도 이 한 개로

장황스럽게 구구절절 위로의 말을 하는데

마음에 남아 있는 건 하나도 없다.




내가 돌보는 아이는

죽으면 안 돼요.라고 말한다.


슬픈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엄마보다 더 나를 따랐던 아이는



치과에 갔다 오면

또 못 박았어요?라고 묻는다

절대 못 박지 말라고 한다.


어떻게 안 박을 수 있나?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3년 전인가?

오전에는 학교에서

오후에는 지역아동센터에서 했던 일이

내게는 좀 무리였던 것 같다.

그때 왕창 무너지기 시작했으니까



내 잇몸이 왜 이렇게 약해졌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30대 초반 천식으로 입원했을 때가 떠오른다.

그때 만나는 사람들의 인사는 몸은 어떠냐?

환자 취급 당할 때다.


그 소리를 7년은 들었던 것 같은데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으니까



애들 큰아빠가 약국을 한다.

아주버님이 많은 양의 스테로이드를 주셨다.



많이 흡입해서 그런가

그때는 숨 쉬는 게 우선이었기 때문에 숨만 쉴 수 있다면 하는

마음으로 쉽게 흡입을 한 것 같다.



나중에서야 설명서를 읽고 알 게 되었지만

스테로이드를 흡입하고 나면 반드시 양치를 해야 된다는 걸.

그때는 설명서를 읽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의자에 앉아

마치를 하고 나면

앉아 있는 의자가 침대처럼 누워지면서

의사가 들어온다.

그리고 드릴로 내 잇몸을 뚫으려고 신호를 준다.



징~~~


조금씩

조금씩

들어갈 때




예수님이

손과 발에 못 박히는 장면을


꽝꽝.



드릴로

윙~


조금씩 조금씩

더 깊게 들어간다.


그럼 나는 공포에 질려 손에는 땀이 삐질삐질 나면서


마음에서 울려 나오는

으응~~ 끙끙

몸 안의 소리가 새어 나온다.




머리로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심을 상상한다.


아프지 않아도

아프다고 의사의 소매를 붙잡고

아~아!(아파요..)

엄살을 부린다.



애교는 없으면서

엄청 엄살이 심하다는 거

나도 잘 안다.



느낌만으로 이미

엄살에 엄살을 떤다.



그리고 호들 갑스레 호들갑을

공포에 와들와들 떨고 있다.


내 손은 파르르 떨면서

그런 모습을 보고 의사도 많이 긴장을 한다.



그래서 의사의 마음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환자를 잘 만나야 의사도 편한데

겁 많은 환자를 만나 의사도 마음고생이 심하다.




부딪치는 쇳소리와 드릴 소리

생각만 해도 아프다.

그래서

남들보다 더 아프게 느끼는지 모른다.



작년에도

재 작년에도



사순절이 되면

나는 치과를 간다.

피하고 또 피하다가

결국은 마주해야 하는 자리를



나는 그 자리에서

내 잇몸을 통해

예수님의 못 박히심을

느낀다.


그것도

아주 진하게



그게

나의 사순절이다.



처음에는 성경 책을 펼쳐 놓고 임플란트 시술에 임했습니다.

그리고 그다음은 묵주를 돌리며 기도로 그 시간을 함께 했죠.

매번 사순절만 되면 예수님의 십자가 지심을 온몸으로 묵상합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귀의 귀고리도

사라진 지 오래되었습니다.




몸 가운데 가장 취약한 부분이 치아인 것 같다

늘 잇몸이 붓고 피가 나고 그래서 치과를 순례하듯

이곳저곳을 헤매고 다녀었다.



근데

십여 년 전에 여러 개의 임플란트를 심은 적이 있다



그때

의사와의 교감이 얼마나 중요한 깨닫는 계기였다

이 의사 선생님은 젊은 나이지만 나와 잘 맞았다


두려움과 겁이 많은 나는 성경을 침대 옆이나

무릎 위에 펼쳐놓고 임플란트 수술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며칠 후 내방해야 할 날짜에

한 번도 제날짜에 방문한 기억이 없다





그만큼 치과에 가는 게 제일 싫었고

이런저런 핑계로 미루고 미루다

다급해서야 마지못해 갔던 치과



왜 늦게 내방하느냐고 물어보시면

기분 좋게 쉽게 치과에 가는 사람 있는 냐

반문해도 마냥 받아주는 의사다


그전 순례하던 치과보다는 연세하랑 치과의사와는 잘 맞는 것 같아

10년이 다 되어간다


치과 순례는 끝이 나고

연세하랑 치과만 다니고

내 치아들의 보모이자 주치의다



"치과에 갈 때마다

내 몸의 소리를 듣는다


내가 관리를 못해

너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구나

몸에게 미안해한다


그러면서 또한

감정의 소리도 들린다


느낌도 알아챈다

미세한 목소리


머리에서

온몸으로 말을 하는데

평소에 안 들리는 소리가

왜 치과에만 가면 들리는 걸까?


외면할 수 없어 고스란히 들어야만 하는 소리

집에 돌아오면 언제 그랬냐 하얗게 잊어버린다


그리고 또 치과에 가면 몸의 소리가 말을 한다

병원에 입원한 사람이 떠 오르고 그래서 아픈 사람의 입장이 되어본다



그들의 처지에서 나를 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

그때야 주위 아픈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진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면 또 언제 그랬냐..... "



제가 다니는 연세사랑 치과에서 느낀 점을 공유해 봤습니다.

-202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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