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룰 통해 나를 만나는 시간
어제는 집을 나서는데 분명히 우산을 생각하면서, 약속 시간에 늦을까 봐 소지품 챙기느라 그만 깜빡하고 나가버렸어요. 사실 집에서 전철역까지는 8~10분 정도 걸어가야 하는데, 하도 호들갑스럽게 "늦었다, 늦었다!" 하고 있으니 남편이 전철역까지 태워다주겠다고 하더라고요.
평소에는 왠만하면 걸어다니자는 주의인데, 마음이 바쁘니까 어쩔 수 없이 남편 차를 타게 됐어요.
저번 주에는 지인과 함께 길을 익혔고, 어제는 혼자 가는 길이라 두 번이나 전화로 약속 장소를 다시 물어봤는데도 막상 전철에서 내리니까 또 앞이 깜깜해지는 거 있죠.
결국 또 전화해서 물어봤고, 그렇게 겨우 10시 20분까지 도착했어요. 다행히 시작은 10시 30분부터라 지각은 면했네요.저는 저번 주부터 시문학 모임에 한 번 구경 가보겠다고 다짐하고 두 번 참석했는데요,모임에서는 한 사람씩 준비해온 시나 수필을 낭송하면 교수님께서 지적과 조언을 해주세요.
그게 저에게는 정말 큰 도움이 되었어요. 배울 게 많은 저로서는, 얼마나 귀한 시간인지 모릅니다. 그래서 매주 토요일이 기다려지기도 해요.첫날에는 교수님께 너무 큰 칭찬을 받았지만, 어제는 지적도 받았어요.
그런데 오히려 마음은 더 편했다고 할까요?
처음엔 ‘큰 기대에 못 미쳐 죄송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오히려 민낯을 보여준 듯한 편안함도 있었어요.제 평소 실력이 들킨 느낌이랄까, 있는 그대로를 보여줄 수 있어서 마음이 더 놓였달까요.항상 처음 발표한 시처럼 좋을 순 없잖아요.
암튼, 저번 주부터 토요일마다 이수역 근처에서 새롭게 시를 공부하게 되었어요.다음 주 토요일에는 어떤 시를 발표해야 할까, 살짝 숙제 같은 부담도 있지만, 교수님은 정말 사람 마음을 꿰뚫어 보시는 분이세요. 첫날 발표한 시는 「어머님의 보따리 사랑」이었는데요.
“시를 읽는 데서 부지런함이 보이고, 남의 시도 읽으려는 자세가 보인다. 한이 맺힌 그리움도 느껴진다. 지금의 수준을 유지하면 좋겠다.” 그리고 “5월 백일장에 이 시를 추천하고 싶다”고 하셨어요.그러시면서 저에게 “시”에 미치라고 하셨고요.
그 다음 하신 말씀은… 너무 큰 칭찬이라 제 입으로 옮기기조차 조심스러울 정도였어요.그렇게 큰 칭찬을 받고 나니 처음엔 놀랍기도 하고, 제 마음을 너무 꿰뚫어 보시는 평가에 사실 섬뜩한 기분도 들었어요. 왠지 그분 가까이에 다가가는 게 두려울 정도였죠.
그런데 알고 보니 다른 분들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셨다고 하더라고요.누군가의 시나 수필을 듣고도, 그 사람의 현재 상태나 마음을 마치 다 알고 있는 것처럼 꿰뚫어 보시는 혜안… 놀라웠고, 당황스럽기도 했어요.하지만 배움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제대로 된 스승님을 만난 것 같아 기쁘고 설레기도 했습니다.
어제까지 두 번 참석했지만, 시와 수필에 대해 배우고 느낀 게 많아서 매우 유익했어요.정말 배울 점이 너무 많다고 느꼈답니다.그 교수님은 연세가 80이 넘으셨는데도, 모든 분들의 글을 들으시고 꼼꼼하게 평가해주시고 강의까지 하시는데, 정말 건강하시고 열정이 대단하셨어요.
시나 수필을 제대로 배운 적 없는 저로서는 매일이 설레임이요,기대이상입니다.여러가지것들을 상상 하게 되고 또 다른 세계로 날아가는 듯 한 그런 기분이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