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 다니는 천사

웃고 있는 너는 수녀였다

by 모닝페이지

걸어 다니는 천사

박미희


조국산천에

걸어 다니는 천사


진흙땅 속에서도

꽃 피는 연꽃이라고

누기 말했나요


생각만큼 그렇게

순수하지 않은데 말이죠.


이슬만 먹고 자랐는냐며

코스모스에 비유했죠


잉태되는 새벽에 기도하는 소녀

아픈 내 마음을 위로해 주며

웃고 있는 너는 수녀였다고


그분이 남겨두신 시집을 보며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주신 사랑도 모른 채

그저 해맑게 웃기만 했던

어리석은 여고생


사랑한다고

눈짓이라도 했더라면


이렇게 후회가

되지 않았겠지요


그분은 시인이었어요.

하늘나라로 가면서

남겨두고 가신 시집을 보며


그때부터

시는 내 곁에 머물렀죠.


걸어 다니는 천사

그분의 부재와

내 후회가 시가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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