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지대

by 너이

점선을 찍다가 나도 모르는 새에 손이 미끄러져 실선을 그었다. 이틀 후, 불완전한 선들을 가만히 내버려 둘 수없던 나는 침대 아래를 배회하던 뭉툭해진 분필을 꺼내 들었다.

자, 이제 무엇을 할 거지?

대답은 누구의 예측도 빗겨나가지 않는다. 바닥에는 파란 색깔이 나뒹굴고, 나는 손에 잡힌 하얀색 분필로 그 위를 덧칠했다. 조금 더 꼼꼼한 사람이었다면 눈에 불을 켜고 파란색 분필을 찾아 나섰겠지만 빨간색이 아닌 것이 어딘가 하는 마음이었다. 빨간색과 파란색은 영 조화롭지 않다.

파란색 점선들 사이는 네가 나를 욕심내어도 좋다는 일종의 발칙한 유혹에 가까웠다. 그러한 생각이 나의 손아귀를 움직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다시 점선 사이를 메꾸었다. 모순적인 나는 그럼에도 너의 신체 한 구석이 비집고 들어올 틈을 남겨둔 것이다. 네가 오지 않을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렸나 보다.

이튿날을 꼬박 새웠다. 짙은 쌍꺼풀이 내려앉았는데도 나의 얼굴은 더욱 볼품없다. 해가 중천에 뜨고 나서야 스멀스멀 뒤통수를 타고 새끼 방울뱀 하나가 내 머리 위에 안착했다. 네가 내게 올 생각은 않고 뱀 한 마리를 척 던져주고 간 것이었다. 마냥 미끌거리지만은 않은 표면이 목뒤를 기어 다니니 한기가 올랐다.

그래서 나는 결심한 것이다. 무엇이든 좋으니, 어떠한 색이 엉키더라도 불평하지 않을 테니 저 흉측한 점선들을 모두 메워버려야겠다고. 쿰쿰한 비린내를 사방으로 퍼뜨리는 이 새끼 방울뱀 같은 너를 막아서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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