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와의 관계
지휘관(자), 참모직책 등 나와 호흡하는 전우들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자.
용사들 같은 경우, 소대장 또는 중대장을 할 때 나와 직접적으로 호흡하는 전우들이 될것인데, 전쟁이 발발하여 돌격앞으로 했을 때 내 뒤통수를 쏘지않고, 소대장의 말만 믿고 뛰어나갈 수 있을 정도로 밀접한 관계가 돼야한다. MZ세대가 문제가 많다, 개인적이다, 상종하면 안된다 등의 부정적인 메시지가 사회적으로 많이 이슈가 되고 있는데, 정말 그럴까? 그 친구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당신이 한 일은 무엇인가? 그 친구가 무엇이 불편하고 어려운지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의 관계가 되기 위해 무엇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노력해봤는가?
사실, 계급이 오르면 오를수록 용사들과 소통할 시간이 적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창끝부대에서 시작해서 사단 및 군단으로 점점 상위제대로 근무하게 되면 용사들과 접촉할 기회는 줄어드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장기가 되고 영관장교가 되기 위해서는 지휘관(자) 일때가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녹색견장을 착용하고 있을 때, 무슨 사고라도 터져서 나의 지휘과실로 이어진다면 더 이상 군생활 하기는 힘이 들것이다. 내 병력 중에 악성사고가 터져서 나의 관리부실로 이어진다면 내가 아무리 능력이 좋고, 배경이 좋아도 더 이상 군생활 하기는 힘들다. 초군반 1등, 고군반 1등 해봐야 내 부하의 악성사고가 터진다면 어렵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용사들과는 어떤 관계가 되어야 바람직한 것일까? 내 모든 것을 그 친구들에게 갈아넣어야 할까?
나는 소대원들의 마음을 훔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었다. 외박 나온 친구들이 술을 먹고싶다하면 같이 술도 먹고, 여자친구와 고민이 있어 상담을 요청하면 들어주고, 집에 어려운 일이 생겨 집에 가기가 꺼려진다고할 때 중대장님께 얘기해서 내 휴가를 내고 그 친구집에 함께 가서 부모님을 설득하는 등 소대원의 마음을 훔치기 위해 별의별 노력을 다했던 것 같다. 소대원이 약 20명 정도 있었는데, 20명 모두에게 그런 헌신적인 노력을 했느냐? 그것은 아니다. 어려운 친구 몇 명을 성심성의껏 도와줬고, 그런 나의 모습을 본 나머지 용사들은 자연적으로 날 따랐다. 첫 자대 전입 면담부터가 시작이다. 먼저 나의 소개를 우선하고, 우리 부대의 임무와 창설배경 등을 설명해주고, 신병이 적응할 수 있게끔 충분한 시간을 주고 천천히 면담을 해야 한다. 그리고 첫 면담부터 그 친구가 마음의 문을 열것이라 기대해서는 절대 안된다. 열려고 노력도 하지마라. 강제로 열었다가 괜히 구설수만 오르고 역효과만 나타난다. 천천히 당신에게 스며들게 만들어라. 갓 전입온 친구들이 적응할 때까지 아주 세세한것부터 잘 챙겨주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렇게 나의 신뢰성 있는 행동들이 쌓이다 보면, 신병이 마음을 열고 내가 정말 믿을 수 있는 소대장님이구나 하고 생각이 바뀐다. 그때부터 소대장은 소대를 완전히 장악할 수 있다. 그렇지만 친해지고 인간관계가 형성됐다는 것과 지휘를 잘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리더십의 기본은 내가 올바른 성품을 가지고, 남들앞에 떳떳하고, 항상 당당해야 한다. 소대를 장악했다고 내가 근무시간에 슬리퍼를 신고 근무를 선다던가, 행군을 하는데 내 전투배낭은 빈 박스로 모양만 갖췄다던가, 거짓말을 하는것은 언젠가 들통나고 다 알게되어있다. 그러면 바로 신뢰를 잃고, 소대원이 따르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다 보고 있다. 정말 조심해라. 사람의 눈은 정확하고 매섭다.
내가 중대장일때 소대장들에게 늘 했던 말이 있다. "소대원의 마음을 훔쳐라. 그래야 너가 편하고, 너의 군생활이 편해진다. 인간관계에서 요령을 피우지 마라. 인간관계에서 요령이란것은 없다. 아주 작은 관심과 정성이 너희 소대원들의 마음을 문을 열고, 널 따르게 만들것이다. 너가 노력한 만큼 돌아온다." 현재 용사들과 인간관계가 어려운 간부들은 나의 태도가 어땠는지 한번 생각해보자. 어렵지 않다. 정성을 쏟고, 진심을 다하고, 눈을 맞추고, 들어줘라. 그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