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도 당신은 단골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다.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당신은 몸을 움츠린다. 어제 본 창밖에서 담배 피웠던 젊은 녀석이 식당 안에 들이닥쳤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다. 5명이다. 한 발 두 발 당신을 향해 다가오는 녀석들과의 간격이 좁혀지자, 당신은 숨이 멎을 것만 같다. 그들을 먼저 발견한 것은 여자 사장이다. 여자 사장이 나서자 녀석은 여자 사장의 어깨를 가볍게 밀치면서 무시해버린다. 녀석은 남자 사장 나오라고 고함을 쳐 댄다. 눈치로 보아하니 어제 남자 사장에게 사과한 것이 못내 억울해서 떼거리로 보복을 하려고 온 모양 같다. 여자 사장이 다시 그들을 막아선다. 그러자 녀석은 그녀를 향해 거침없이 쌍욕을 해대기 시작한다. 만일 남자 사장이 나오지 않으면 가게를 다 뒤집어 엎어 놓고 가겠다는 기세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손님들은 슬슬 눈치를 보면서 식당을 빠져나간다. 그러다 보니 정작 손님 중에서 남은 사람은 당신뿐이다. 그때 당신의 오지랖이 발동한다. 당신은 구경꾼에서 자발적인 관찰자로 신분을 바꾼다. 여자 사장이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치켜세워 볼에 대고 전화하는 제스처를 취한다. 경찰에 신고해 달라는 것이다. 부지불식간에 새 사명을 부여받은 당신은 최소한의 연대감을 느끼며 경찰에 전화를 건다. 이제 당신은 관찰자에서 신고자로 신분이 바뀐다. 그때 남자 사장이 주방에서 나오다 말고 그들을 보며 멈칫한다. 여자 사장은 고개를 돌려 남자 사장을 발견하자 다시 들어가라는 신호를 보낸다. 일이 커질지도 모르니 나오지 말라고 애타게 손짓을 보낸 것이다.
그런데 그 순간, 다시 녀석들과 같은 일행으로 보이는 한 명이 식당 안으로 들어오다가 당신과 눈이 마주친다. 한눈에 보기에도 당신의 아들이다. 녀석은 당신과 눈이 마주치자 멈칫한다. 당신은 잠시 멍한 눈으로 당신의 아들을 바라본다. 아내가 당신의 아들이 요즘 나쁜 아이들과 어울린다고 했던 말이 떠올라 당신은 말문이 막힌다. 그러는 사이 당신의 아들은 슬금슬금 뒷걸음치더니 가게를 서둘러 빠져나간다. 그때 뒤에서 그릇 깨지는 소리가 당신의 정신을 일깨운다. 뒤돌아보니 녀석이 당신을 보며 씩 웃더니 이내 눈을 부라린다. 그렇게 경고하는 눈빛을 보며 녀석들의 야성이 서서히 깨어나고 있음을 당신은 느낀다. 당신은 숨을 고른다. 그 순간 스페인 가이드가 했던 말들이 당신의 뇌리에 되살아난다. 죽기 바로 직전 투우장의 소는 투우사와 최종 일전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힘을 모읍니다. 경기장 안 자신만의 장소에서 말이죠. 그게 케렌시아입니다. 거기 서면 마치 뒤에 벽이라도 있는 것처럼 급격하게 안정감을 되찾는답니다. 가이드의 말을 떠올리면서 당신은 당신에게 벽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차라리 녀석들이 당신의 급소에 일격을 가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럼 투우장의 소처럼 편해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녀석들의 거친 숨소리가 당신을 미치게 하려는 순간, 당신의 감정의 칼이 날카로워지려는 순간, 여자 사장이 비명을 지르는가 싶더니 픽 하고 쓰러진다. 몸싸움을 벌이던 녀석이 여자 사장을 마침내 밀어버린 것이다.
그 후 녀석들은 더욱 사나워지기 시작한다. 고삐 풀린 미친 소처럼, 무법자들처럼 더욱 날뛴다. 그들은 의자를 툭툭 걷어찼고, 가게 안에 있던 그릇들을 손에 잡히는 대로 모조리 바닥을 향해 내던지기 시작한다. 남자 주인이 말려 보지만 그들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그는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짚으로 만든 인형처럼 흔들거릴 뿐이다. 삽시간에 음식점은 지옥 같은 광란의 현장이 되고 만다. 지옥 같은 시간은 경찰이 도착하고서야 간신히 수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