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ING YOURSELF
누구도 자랑꾼을 좋아하지 않는다. 자랑을 들으면 사람들이 질투, 짜증, 심지어 분노를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수많은 연구에 따르면 자랑하는 사람은 이기적이고, 불안정하고, 사려 깊지 못한 사람으로 간주된다.(그리고 실제로 그런 경우가 많다.) 자기 자신을 띄우는 사람이 겸손한 사람보다 덜 유능하게 인식된다는 연구도 있다. 자기홍보는 실제로 낮은 성과평가와 관련이 있는데, 특히 여성이 자랑을 하면 더 심한 불이익을 받는다. 미국을 비롯한 특정 문화권은 상대적으로 자기홍보에 관대하지만, 자랑의 잠재적 단점은 아마 보편적인 것 같다.
당신이 자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려고 해도 소용이 없다. ‘겸손을 가장한 자랑’(“상사가 나만 믿어서 너무 힘들어요”)이나 ‘겸양’(“내가 이 상을 받다니, 믿을 수가 없네요!”)을 생각해보라. 노스캐롤라이나대 에뷜 세저
Ovul Sezer가 진행한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SNS에 글을 쓴 사람들을 평가했다. 참가자들은 “나는 ‘아마존 올해의 10대 도서’에 선정된 책을 쓴 사람이다”처럼 직접 대놓고 말하는 사람보다 “하, 내가 쓴 책이 현재까지 집계된 ‘아마존 올해의 10대 도서’에 오른 것 같아. 별일이네”라고 말한 사람에게 호감을 덜 느끼고 능력도 떨어진다고 봤다.
그렇다면 어떻게 반발을 사지 않고 자기홍보의 이점을 누릴 수 있을까? 직장에서 불이익을 얻지 않고 자랑할 수 있는 기회는 드물기 때문에 대체로 나는 사람들에게 꾸준한 실적을 통해 인정받는 데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자라는 동안 아버지가 늘 말씀하셨듯이 “최고는 사람들이 알아보기 마련이다.”
하지만 눈에 띄려면 때로는 약간의 도움이 필요하다. 비록 자랑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일로 여겨지진 않지만, 예외가 있다. 나와 다른 학자들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불이익 없이 관심을 끌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하겠다. 이 방법들은 당신의 목표가 도구적(예컨대 보너스를 받는 시기에 당신의 기여도를 각인시키려는 목적)이든 감정적(칭찬과 인정을 받으려는 목적)이든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다.
요청을 받으면 말하라.
겸손은 존경할 만한 미덕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당신의 장점을 드러내야 하는 정보나 대답을 요청한다면 기꺼이 응해야 한다. 연구에 따르면 직접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자신이 이룬 성취를 자세히 이야기하면 다른 사람에게 나쁜 인상을 주지 않는다. 실제로 나는 에사데경영대학원의 케이트 브라즈Kate Barasz, 하버드경영대학원의 마이클 노턴Michael Norton과 함께 조사를 한 적이 있다. 조사 결과 “당신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입니까?” “어떻게 그렇게 빨리 끝내셨나요?” 같은 질문을 받아서 자랑할 기회가 생겼는데도 말을 아끼면 의심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런 질문에 대답하지 않거나 부끄러워하면 사람들은 당신을 못 미더워 하거나 비호감으로 여길지 모른다.
다른 사람이 당신에게 자기홍보를 할 수 있는 여지를 주게끔 유도하고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이른바 ‘부메랑 질문’이다. 하지만 상대가 게임에 걸려들었다는 사실을 눈치채면 이는 위험한 전략이 된다. 하버드경영대학원 라이언 하우저Ryan Hauser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대답을 듣는 게 목적이 아니라 누군가가 자신에게 똑같이 물어보기를 바라면서 질문을 하면 노골적인 자랑보다 더 나쁜 인상을 준다. 자연스럽게 질문이 나오게끔 만들고 자신의 성공을 돋보이게 할 기회를 찾으면 최대한 활용하자.
다른 사람이 말하면 이야기하라.
누군가가 당신에게 자랑이든 단점이든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면 당신도 같은 이야기를 늘어놓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실제로 동료 연구진과 나는 일련의 연구를 통해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사적인 정보를 밝혔다는 말을 들으면 동일한 방법으로 응답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게다가 하버드경영대학원 문영미의 연구는 사람들이 “잠재력의 한계를 거의 보이지 않는다” “거대한 하드디스크를 장착했다” 같은 ‘자기홍보’ 메시지를 보여준 컴퓨터와 상호작용할 때도 똑같이 반응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방 안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자기홍보를 펼치면 자랑으로 인한 불이익은 사라지는 것 같다.
마찬가지로 구직면접처럼 사람들이 보통 자신의 성공담을 이야기하는 상황에서는 자랑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한 연구에서 연구진은 구직자 106명을 관찰해 인터뷰를 녹화하고, 자기홍보를 얼마나 했는지 측정했다. 면접관들은 자신의 강점, 경험, 업적을 충분히 설명한 구직자가 별로 자랑을 늘어놓지 않는 구직자보다 업무에 더 적합하고, 회사가 눈여겨볼 만하다고 평가할 가능성이 높았다.(그렇다고 ‘질문하기’처럼 매력적인 행동까지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 런던경영대학원의 댄 케이블Dan Cable과 노스캐롤라이나대의 버지니아 케이Virginia Kay가 연구에서 이 위험을 지적한 바 있다.)
이런 효과는 자기홍보가 만연한 링크트인이나 의사, 변호사, 기타 전문가들이 환자나 고객들에게 자신이 적임자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흔히 졸업장과 인증서를 걸어 놓는 사무실에서 볼 수 있다. 간단히 말해, 다른 사람들이 자랑할 때 자기홍보를 하면 비호감을 사거나 이기적이거나 경솔하다는 인상을 주지 않고 자신의 성취를 훌륭하게 전달할 수 있다.
중개인을 찾아라.
운동선수, 뮤지션, 배우들이 홍보 담당자와 에이전트를 고용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사람들은 중개인이 덜 이기적이고 객관적이라고 생각한다. 비즈니스 환경에서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스탠퍼드대 제프리 페퍼Jeffrey Pfeffer는 일련의 연구에서 신입사원 연봉 결정을 맡은 참가자들에게 인터뷰 기록 두 개 중 하나를 보여줬다. 첫 번째 기록에서는 지원자가 자기 입으로 “함께 일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저를 타고난 리더라고 말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 기록에서는 채용담당자가 “함께 일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를 타고난 리더라고 말할 겁니다”라고 홍보해줬다. 중개인을 통해 자랑한 지원자는 자기홍보를 한 지원자보다 더 호감을 샀고, 더 유능해 보였고, 연봉을 더 많이 받았다. 또 다른 연구는 간접적 자랑이 질투와 짜증 같은 부정적 감정을 일으킬 가능성이 낮다고 말한다. 간접 자랑의 효과는 매우 강력해서 예컨대 헤드헌팅 회사가 신입사원 연봉의 일정 비율을 받는 등 노골적으로 이해가 상충해도 중개인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물론 인사평가 자리에 에이전트를 데려오는 사람은 없다. 당신을 지지하는 채용담당자가 면접에 나오는 경우도 드물다. 하지만 당신은 동료, 상사, 멘토, 후원자를 비롯한 중개인을 찾을 수 있다. 정중하게 요청한다면 그들은 기꺼이 당신에게 힘을 실어 줄 것이다. 중개인 찾기는 생각보다 쉽다. 코넬대 바네사 본스Vanessa Bohns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다른 사람이 도와주려는 의향을 50% 정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도움을 준 사람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 ‘긍정적 가십’에 대한 연구를 보면, 다른 이들에 대해 자랑하는 사람은 그 자신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 말은 곧 당신도 다른 사람들의 성취를 칭찬해야 한다는 뜻이다. 칭찬은 친절하고, 사기를 높이고, 즉각적인 보답을 이끌어낼 수 있다.
참고 사항: 누군가가 당신을 공개적으로 칭찬한다면 겸손하게 별 일 아닌 듯 대하지 말자. 미소를 짓거나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만 해도 충분할 것이다.
균형을 유지하라.
자신의 성과를 강조할 수 있는 확실한 기회가 보여도 침착해야 한다. 연구에 따르면, 성공만 논하기보다는 균형 잡힌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때 다른 사람들에게 더 믿음직스럽고 상냥한 인상을 준다. 특히 지위가 높은 사람은 공적과 더불어 실패와 허점을 인정해야 한다. 솔직함을 칭찬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건방지고, 불쾌하고, 질투심이 이는 느낌을 줄 가능성을 줄이기 때문이다. 이는 심지어 브랜드에도 적용된다. 연구결과 마케터가 제품의 장점을 설명하면서 사소한 단점을 언급하면(예컨대 “두 가지 색상밖에 없다”고 말하면) 소비자의 구매 의향이 실제로 높아진다.
균형 전략은 우리가 절대적 판단보다 상대적 판단을 내리는 데 훨씬 능숙하기 때문에 효과를 발휘한다. 대체로 긍정적인 이야기에 부정적 정보가 섞이면 우리는 두 가지를 비교하는데, 이는 성취를 부각시키고 더 쉽게 받아들이게 한다. 하버드경영대학원 앨리슨 브룩스Alison Wood Brooks의 실험을 한번 보자. 실험참가자들은 (가상의) 성공한 창업자들 가운데 한 명을 제외한 모두에게 강한 질투심을 느꼈다. 그 한 명은 잠재적 투자자들에게 제안을 마친 다음 이렇게 말했다. “제가 늘 그렇게 성공적이었던 건 아닙니다. 여기까지 오는데 힘든 일을 많이 겪었죠. 회사를 창업했을 때, 저는 잠재고객들에게 저와 우리 회사의 미션에 대해 믿음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거절했어요.” 이 연구결과를 마음에 새긴 동료 하나는 심지어 대학교 홈페이지 경력소개에 자신의 성과와 함께 ‘실패 이력서’를 올렸다.
최근 동료들과 나는 특히 관리자가 사소한 약점을 드러내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작은 약점을 보이면 직원들이 더 진실한 사람으로 인식해서 신뢰가 높아지고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이다. 다만 약점이 심각한 경우(“사람들 앞에서 연설할 때 너무 긴장해서 가끔 패닉에 빠집니다”)보다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경우(“사람들 앞에서 연설할 때 긴장이 됩니다”)에만 긍정적 효과를 보였다.
유머러스한 자기 비하는 자랑을 상쇄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다. 하지만 역시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관찰자들은 자기 비하적 농담(“저는 여태껏 맡은 모든 프로젝트를 정시에, 정해진 예산 이하로 완수했습니다. 견적을 2배로 늘렸다면 말이죠!”)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자기 비하와 자랑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적당하면 득이 되지만 지나치면 해가 될 수 있다.
올바른 방법으로 축하하라.
우리는 모두 자신의 성과가 인정받고 박수 받기를 원한다. 칭찬과 인정은 사기와 웰빙을 높인다. 그리고 으스대지 않고 축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하나는 직장과 외부에서 당신이 이룬 성취를 자기일마냥 기뻐해 줄 가까운 친구 집단을 찾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절친한 친구들에게 당신의 성공에 대해 이야기하면 관계가 좋아질 수 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시카고대 엠마 레빈Emma Levine과 연구진은 보스턴마라톤대회 참가 자격을 얻은 것 같은 좋은 소식을 가까운 지인들에게 알리지 않으면 신뢰와 친밀감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소외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혼자만의 축하도 좋다. 맛있는 저녁식사를 하거나, 새 옷을 사거나, 단순히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편안한 밤을 보내라. 사실 나는 시간을 내서 당신의 성공을 정기적으로 되돌아보기를 권한다. 연구결과, 승진처럼 뭔가 큰일을 이루면 처음에는 행복감이 높아지지만 곧 시작점으로 되돌아간다. 영예에 안주해서는 안 되지만 자신이 거둔 성공을 되돌아보며 오래도록 곱씹는 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생각에 입각해 나는 두 가지 일을 한다. 첫째, ‘칭찬’ 이메일 폴더를 보관한다. 누군가가 내게 칭찬하는 메시지를 보낼 때마다 나는 나중에 피로회복제용으로 다시 보기 위해 저장해 둔다. 둘째, 매해 마지막 날 남편과 나는 그해 최고의 순간 10가지와 최악의 순간 10가지를 쓴 다음 서로 공유한다.(두 개를 비교하며 더 많은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최악의 순간 10가지부터 먼저 하기를 추천한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성취를 스스로 알리는 게 어려운 일일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자랑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 둘 중 어느 쪽이든 지금까지 내가 설명한 과학적 전술을 사용하면 다정함과 유능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직장에서 효과적으로 자기홍보를 할 수 있다. 언제 어떻게 자랑해야 하는지, 또 언제 자제해야 하는지 아는 것은 커리어를 개발하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다.
Havard Business Review 12월호 발췌
저자 : 레슬리 존(Leslie K. John)- 하버드경영대학원 경영학과 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