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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한 Mar 09. 2023

정상에 오른 리더들의 커뮤니케이션 전략

리더십

지식의 시대에는 어느 분야에서나 아이디어가 성공의 밑거름이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나의 비전을 따르도록 설득할 수 없다면 영향력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세계 최고의 비즈니스 리더들은 커뮤니케이션을 더 이상 '소프트 스킬'로 여기지 않는다. 정상에 오르는 리더들은 효과적인 의사소통이 중요하다고 말만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실제로 쓰기, 말하기, 발표 등 모든 형태의 의사소통을 연구하며 이런 기술들을 향상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일례로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는 아마존을 빌딩할 당시 문장력을 특히 중요시했다. 2004년 여름, 그는 파워포인트 발표 금지령을 내려 임원들을 놀라게 했다. 슬라이드 대신 제목과 동사와 명사를 갖춘 완전한 문장들로 이뤄진 "서술형 줄글(narrative structured memos)"을 사용하도록 요청했다.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는 최고 리더는 베이조스뿐만이 아니다. 현재 아마존 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전 펩시코(PepsiCo) CEO 인드라 누이(Indra Nooyi)는 “쓰기와 말하기 등 커뮤니케이션 기술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메시지를 단순화해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없다면 대중이 따르도록 만들 수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필자는 집필을 위해 자료를 조사하면서 최고경영자들이 팀과 소통할 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몇 가지 전략을 발견했다. 다음 4가지 전략은 독자들도 적용해 볼 수 있다.


1. 어려운 내용을 설명할 때는 짧은 문장을 사용한다


길고 복잡한 문장은 문서로 표현된 아이디어를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다. 더 많은 정신적 에너지와 집중력이 필요하다. 긴 단어와 문장 대신 짧은 단어와 문장을 사용하면 더 많은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그의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신뢰감 있고 지적인 인상을 주고 싶다면 간단한 말을 복잡하게 하지 말라"고 말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설득력 있는 화자와 작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인지적 긴장(cognitive strain)'을 낮추려고 한다.


그래멀리(Grammarly)와 같은 소프트웨어 툴은 숫자로 나타낸 가독성 점수를 생성해 작성한 글의 질을 평가한다. 점수는 작문 샘플의 등급 수준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미국 평균 13세에 해당하는 8학년 이상의 교육을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작성된 문서는 '매우 읽기 쉬운' 문서로 간주한다. 그렇다고 8학년이 쓴 문장처럼 보인다는 의미가 아니라 글의 정교한 주장들을 이해하기 쉽다는 뜻이다. 아이디어를 이해하기 쉽다는 말은 더 설득력이 있다는 의미다.


글쓰기는 기술이기 때문에 연습을 통해 연마할 수 있다. 베이조스의 필력은 나날이 발전했다. 1997년 그가 처음으로 작성한 주주 편지는 10학년 수준으로 뉴욕타임스와 비슷한 레벨이었다. 이후 10년간 그가 쓴 편지의 85%는 8학년 또는 9학년 수준으로 작성됐다.


2007년 베이조스가 아마존에 새로 도입한 킨들(Kindle)의 이점을 한 단락으로 설명한 글은 7학년생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모르는 단어를 발견하면 단어 뜻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내가 가진 책을 검색할 수 있습니다. 여백 메모와 밑줄은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되기 때문에 잃어버릴 우려가 없습니다. 킨들은 읽고 있는 책의 위치를 자동 저장합니다. 눈이 피로하면 글자 크기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모든 언어로 인쇄된 모든 책을 60초 이내에 모두 제공하는 것이 킨들의 비전입니다.“


베이조스는 짧은 단어를 선택해 어려운 내용을 설명했다. 간소화란 내용의 단순화를 의미하는 게 아닌 경쟁에서 앞서 나간다는 뜻이다.


2. 찰떡같은 비유를 사용해 핵심 개념을 강화한다


비유는 추상적 아이디어를 친숙한 개념과 비교해주는 강력한 수단이다. 비유는 사람들이 앉은 자리에서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해준다. 재능 있는 연사이자 테드 토크(TED Talks) 스타인 캐나다의 유명 우주 비행사 크리스 해드필드(Chris Hadfield)는 절묘한 비유를 통해 사건을 묘사했다.


”발사 6초 전 갑자기 이 짐승이 불을 내뿜기 시작하는 용처럼 포효하기 시작합니다. 나는 허리케인 속에 있는 작은 잎사귀 같죠.… 엔진이 켜지면 나를 이리저리 흔들고 물리적인 힘으로 난타하는 거대한 개의 입속에 있는 것 같습니다.“


포효하는 짐승, 허리케인 속의 나뭇잎, 개의 입 등 이 모든 표현은 일생에 한 번 경험하기도 힘든 사건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된 구체적 개념들이다.


비즈니스에서 ‘비유’는 복잡한 정보를 짧고 기억하기 쉬운 문구로 전달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다. 워런 버핏은 비유의 힘을 잘 알고 있다. 비즈니스 뉴스를 듣거나 주식시장을 지켜보다 보면 경쟁 업체의 진입이 어려운 산업을 지배하는 기업을 설명하는 데 자주 사용되는 '성과 해자(moats and castles)'라는 표현을 들어봤을 것이다. 이 표현은 버핏이 1995년 버크셔해서웨이 회의에서 최초로 사용하면서 퍼져나갔다. "우리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폭넓고 오래 지속되는 해자를 갖춘 기업을 찾는 일이다. 해자는 정직한 주군(lord)이 책임지는 훌륭한 경제의 성(castle)을 보호한다."


성의 비유는 버핏과 그의 팀이 잠재적 투자를 평가하는 데 사용하는 복잡한 데이터 및 정보 시스템을 간결하고 짧지만 생생하게 설명해 준다.


말하는 사람이 추상적이거나 새로운 개념을 소개하면 청중은 절로 이해에 도움이 될 만한 익숙한 것을 찾는다. 참신한 비유를 들어 미리 선수를 치자.


3. 데이터의 인간화(humanize)를 통해 가치를 창출한다


인지 부하를 줄이고 데이터 포인트를 흥미롭게 만드는 비결은 숫자가 지닌 의미를 잘 풀어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도록 표현해주는 '인간화'다. 통계와 도표로 점철된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보여주면 피로감만 높아진다.


숫자를 제시해야 한다면 관심을 끌고 기억에 남으며, 궁극적으로는 설득력 있게 다가올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예컨대 과학자들은 2025년까지 인간이 연간 175제타바이트 또는 1조 기가바이트의 데이터를 생성할 것으로 예상한다. 대부분이 이해하기 어려운 너무 큰 숫자다. 그런데 만약 DVD에 175제타바이트의 데이터를 저장한다면 디스크가 지구 222바퀴를 돌 수 있다고 말한다면 어떨까? 여전히 큰 숫자이긴 하지만 그렇게 설명하면 마음에 생생한 이미지가 떠오르기 때문에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


유명한 천체물리학자이자 과학 교육자인 닐 디그래스 타이슨(Neil deGrasse Tyson)은 필자에게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비결은 "익숙한 지면에 개념을 박아 넣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바꿔 말해, 데이터를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전환하라는 뜻이다.


1997년 나사가 토성 탐사를 위해 카시니 우주 탐사선을 발사한 당시 데이터의 인간화 사례를 잘 보여줬던 유명한 일화가 있다. 회의론자들이 30억 달러에 달하는 프로젝트 비용에 의문을 제기하자 타이슨은 텔레비전 토크쇼에 출연해 탐사선 임무가 얼마나 유익한지 교육했다. 우선 비용적 측면의 충격을 완화하고자 ‘수사학’이라는 공구 벨트에서 데이터 비교를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30억 달러가 8년에 걸쳐 분산 지출될 것임을 설명하며 미국인들이 매년 립밤에 지출하는 비용이 나사가 동 기간 탐사 임무에 지출하는 비용보다 많다고 덧붙였다.


아이디어의 가치를 입증하려면 데이터의 인간화를 통해 청자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4. 조직 강령을 주문처럼 반복하며 팀을 정비한다


1957년 전력 공급 정지로 위스콘신과 미네소타 일대 많은 지역이 정전됐다. 차고에서 일하던 의료 기기 수리공 얼 바켄(Earl Bakken)은 그 사건으로부터 의료 현장에 혁신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발견했다. 정전이 돼도 작동하는 최초의 배터리 구동 심박조율기를 만든 것이다.


바로 그 순간 바켄의 삶은 단순한 기계 수리 이상의 목적을 갖게 됐다. "통증 완화, 건강 회복, 수명 연장"이라는 새로운 사명이 생겼다.


바켄은 메드트로닉(Meditronic)을 설립한 지 50년이 지난 2018년 세상을 떠났다. 그 후 회사는 많이 달라졌다. 직원 9만 명이 150개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메드트로닉 의료 기기를 사용한 치료로 1초마다 환자 2명의 삶이 바뀌고 있다. 이렇게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한 가지는 그대로 남았다. 메드트로닉 직원들을 움직이게 하는 동기는 여전히 바켄에게 영감을 줬던 ‘통증 완화, 건강 회복, 수명 연장’이다.


바켄의 역할은 회사 사명이 늘 중심이 되도록 관리하는 '반복 책임자(repeater in chief)'였다. 그리고 94세 일기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도 직원들을 위해 비디오를 찍었다. 비디오에서 그는 회사의 사명을 반복 강조하며 한 가지를 요청한다. "매일 이 사명에 따라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서랍 속에 넣어두었다 잊어버린 사명 선언문은 공통의 목적을 중심으로 팀을 정비하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존 코터(John Kotter) 교수는 리더 대부분이 자신의 비전을 10분의 1 정도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코터 교수는 그의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수백 또는 수천 명의 사람이 단기적 희생을 자주 감수하면서까지 도와주려는 마음이 없다면 혁신은 불가능합니다."


혁신적인 리더는 과도하게 의사소통한다. 사명을 자주 반복해 주문(mantra)처럼 만들어 버린다. 주문은 반복될수록 힘이 생기는 문장이나 슬로건이다. 기업의 사명이 늘 주목 받도록 해야 한다. 메모나 이메일, 프레젠테이션, 소셜미디어, 마케팅 자료와 같은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해 회사의 목적을 강조해야 한다. 회사의 사명이 의미 있다면 그 사명을 옹호해야 한다.


공동의 비전과 꿈을 열정적으로 추구하는 데 전념하는 팀이나 집단의 노력이 있어야만 성취할 수 있다. 직함 하나만으로 권력을 부여받은 리더를 따르는 팀도 있지만, 성공적인 팀일수록 영감을 주는 리더를 따른다.


원문 | https://hbr.org/2022/11/how-great-leaders-communicate 


카민 갤로(Carmine Gallo) - 2023. 2. 23 Harvard Business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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