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나만의 명함 제작기

by 이윤재

나를 위한 명함 디자인 첫번째 이야기



1 나를 위한 명함 디자인


내가 일했던 첫 번째 디자인 회사는 과거 대통령의 명함과 청와대에서 쓰인 스테이셔너리를 디자인하고 제작했던 곳이다. 20여 년 동안 브랜드 디자인을 비롯해 대기업 회장님들이 사용하는 명함과 메시지 카드, 다양한 기업 행사에 필요한 스테이셔너리를 디자인하고 제작하고 있는 회사이다. 나 또한 브랜드 디자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테이셔너리 디자인을 경험했다.


다양한 물성을 가진 종이와 후가공을 다루고 높은 감도의 스테이셔너리를 디자인하는 것은 화면 속을 벗어나 만지고 느껴지는 아날로그의 매력을 알려주었다. Ai가 도래한 디지털 세상 속에서 아날로그한 매력의 명함과 스테이셔너리 디자인을 접한 것은 디자이너로서 흔치 않은 특별한 경험이 되었다.


퇴사 후,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나만의 명함을 만들기로 했다. 이직을 준비하던 나에게 명함 디자인은 일종의 졸업작품이자 스스로를 돌아보는 일이었다. 명함을 만들기 위해 내 이름의 로고 디자인이 필요했고, 로고 디자인을 위해 먼저 나에 대해 정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이고, 어떤 생각을 가진 디자이너인지 돌아보며 자신에 대해 선명하게 생각해 보는 것, 앞으로의 방향성을 설정하기 위한 나 다움을 찾는 일과 같았다.






나를 정의하는 한 문장


브랜드에는 브랜드의 철학이나 가치관을 정의하는 단어나 문장이 존재한다. Brand Essence, Brand core values, Brand Vision, Brand Mision 등 자신들만의 언어적인 자산을 가진다. 이는 브랜드가 행하는 모든 활동의 중심이 되는 기준이자, 방향성이 된다. 나 또한 나만의 가치관이 담긴 명함을 만들기 위해 나를 하나의 브랜드로 바라보고 사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람으로서, 디자이너로서 나는 어떤 문장으로 정의될 수 있을까.



디자이너로서 나

Neutral Creater


대학생 때는 자신만의 뚜렷하고 특별한 스타일을 가진 그래픽 디자이너들을 동경했다. 디자이너라면 자신만의 디자인 스타일이 명확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시절이었다. 당시에 뉴트로(New + Retro)가 유행했던 시절이라 나도 나만의 디자인 스타일을 가져야 한다는 고민이 깊었다. 하지만 브랜드 디자인 전문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하고 다양한 실무를 경험하면서 나의 디자인 가치관은 변화해 갔다.


늘 다른 분야의 브랜드를 만나는 실무에서는 프로젝트에 맞게 변화하는 태도가 필요했다. 2022 카타르월드컵 당시 진행했던 한정판 맥주 패키지 디자인에서는 세계인의 축제 다운 생동감이 넘치는 그래픽 디자인이 중요했고, 모 대기업의 외빈 맞이용 사내 파인다이닝 브랜딩 프로젝트에서는 그래픽 디자인보다 소재와 방식, 물성을 통해 럭셔리를 전달하는 방법이 중요했다. 자연스럽게 나는 다른 맥락 속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되는 브랜드 디자인을 이해하고 배웠다.


나는 나만의 디자인 취향을 앞세우기보다 각 브랜드에 가장 어울리는 시각언어를 고민하는 디자이너로 성장했다. 좋아하는 디자인 스타일이 있지만 이를 내려놓고 프로젝트의 본질을 바라보려는 태도가 브랜드 디자이너의 중요한 자질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디자이너로서 나는 특정 디자인 스타일을 지향하기보다는 다양한 맥락 속에서 유연하게 해석하고 표현하는 "Neutral Creator"로 정의했다.


첫 회사 Kelita & Co, 이 곳에서 디자이너로서 정체성이 만들어졌다.



사람으로서 나

Positive Thinker


과거 미대입시를 준비하며 수능을 봤을 때 예상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좋은 성적으로 상위권의 대학에 지원할 수 있었지만 실기에서 아쉽게 떨어졌다. 당시 탈락한 결과를 확인하며 들었던 생각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아쉽지만 다시 해야지."였다. 그리고 재수를 했지만 원하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아쉬운 결과 속에서도 나는 즐거운 대학생활을 마무리했고, 후회 없는 경험을 쌓았다. 아마도 그때부터 나는 낙관적인 태도를 가졌을지도 모른다.


나는 긍정적인 태도를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한다. "반 밖에 안 남았네"가 아닌 "반이나 남았네"와 같은 사고는 삶의 질을 높인다. 이는 마음에 여유를 가져다주고, 가까운 이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준다. 퇴사를 결정하고 이직을 준비하며 겪었던 다양한 어려움도 딛고 일어설 수 있었다. 나는 단단한 내면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여긴다. 사람으로서 나는 "Positive Thinker"라 정의했다. 나를 가장 잘 나타내는 문장이었다.






나만의 명함 디자인을 위해 Neutral Creater와 Positive Thinker라는 언어적 정의를 만들었다. 이제 문장으로 된 맥락을 시각언어로 표현하는 단계로 넘어갈 차례다. 디자이너로서 가장 어렵지만 동시에 가장 즐거운 시간이기도 하다.



다음 이야기


1. 명함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2. 나를 표현하는 로고 디자인

3. 나만의 스테이셔너리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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