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표현하는 로고 디자인

나 다움을 담은 워드마크와 심볼 디자인

by 이윤재

나를 위한 명함 디자인 두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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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맥락의 시각화


출처 www.nydailynews.com


처음 막연하게 명함에 적용될 로고를 생각했을 때, 신문 헤드라인에 있을법한 디자인을 상상했다. 명함을 건네받는 순간이 곧 신문을 펼쳐 첫 페이지를 마주하는 것과 같은 강한 인상이길 바랐다. 이는 앞서 정의했던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직관적인 상상이었지만 맥락과 이어지는 접점이 있을까 싶어 가장 먼저 스케치를 시작했다.


첫 번째 시도


글자 폭을 좁게 하여 높은 주목성과 함께 명함에서 비중 있는 공간을 차지하도록 하고, 가로세로획 두께의 약간의 차이를 두어 광고용으로 쓰이던 러프한 질감이 매력적인 19세기 산세리프의 특징을 묘사했다. 미묘하게 세리프의 특징이 섞인 e와 획의 방향에 따라 끊어져 있는 스텐실 포인트를 통해 로고가 너무 투박해 보이지 않도록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디테일을 더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중성적(Neutral Creater)이면서 긍정적인(Positive Thinker) 인상을 전달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두께감 있는 좁은 폭과 디테일이 많은 형태는 개성이 너무 강했고,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았다. 개인적인 욕심에서 비롯한 시안이었지만 앞서 정의한 맥락과 이어지지 않았다. 아쉽지만 더 나은 결과물을 위해 새로운 구상을 시작했다.


두 번째 시안


두 번째 시안은 eeooae가 층을 이루는 구조를 구상했다. 대소문자가 섞여있지만 높이를 맞추어 단단한 골격을 구축하고, 둥근 원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형태로 기분 좋은 인상을 전달하도록 의도했다. 전체적인 어울림을 위해 Y, N, J를 직선보다 곡선이 느껴지는 형태로 디자인하고, 층을 이루는 로고의 균형이 흔들리지 않도록 앞글자의 너비를 맞추었다.


동글동글한 조형미가 특징인 로고는 긍정적인 인상은 느껴지지만 중성적으로 보이진 않았다. 역시나 개성이 강하게 느껴졌다. 조금 더 중성적인 형태를 위해 Y, N, J를 직선으로 이루어진 형태로 변형해 보았으나, 완성도와 균형이 아쉬웠다. 새로운 접근이 필요했다.


세 번째 시안


글꼴의 형태를 분류하는 복스분류법에서 Neo Grotesk Sans라고 불리는 산세리프 종류가 있다. 산세리프 중에서도 가장 단순하고 정제되며 비례와 비율이 일정하다. 서체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기능적인 부분이 강조되어 가장 현대적인 인상을 가진다. 잘 알려진 Helvetica도 이에 속한다. 이번 시안은 중성적인 인상을 강조하기 위해 Neo Grotesk 계열의 소문자 형태에서 출발했다.


소문자로 된 로고는 e와 o, a와 같이 둥글고 곡선이 많은 형태에서 자연스레 발산되는 부드러운 인상이 있다. 그리고 l과 a의 꼬리를 강조하고, 둥근 형태의 Y를 통해 유쾌함을 더했다. 개성이 너무 강하지 않으면서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가 모두 느껴지는 로고였다. 마음에 드는 시안이 나온 듯했다.



다음 단계로 명함 디자인으로 넘어가려는 찰나, 아쉬운 부분들이 보였다. 첫 번째로 로고를 명함의 가장 상단에 배치할 계획이었는데, 그럴 경우 소문자 로고는 적합하지 않았다. l의 윗공간과 yj의 아래로 생기는 비는 공간이 아쉬웠다. 비어있는 그 자체로 자연스러운 멋일 수도 있지만 내가 원했던 방향은 아니었다. 명함 안에서 여백이 흔들리는 소문자보다 단단한 공간을 잡아주는 대문자 로고의 필요성을 느꼈다.


두 번째로 조금 철 지난 표현으로 엣지가 부족했다. 디자인이 다소 무난하게 느껴졌다. 중성적인 태도와 다양한 관점을 가진 Neutral Creater의 의미가 자칫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는 방어적인 태도의 디자이너처럼 보일 여지가 있었다. 단순하지만 조금 더 위트가 느껴지는 로고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종 디자인


이번에는 초성인 YJ를 특별한 형태로 만드는 방식을 구상했다. YJ와 다른 글자들의 이질적인 대비를 통해 누가 봐도 의도가 느껴지는 디자인으로 보이길 바랐다. 워드마크의 기본 골격은 마찬가지로 가장 중성적으로 보이도록 글자의 너비, 두께를 일정하게 맞추어 그렸다.


이번 시안의 가장 큰 고민은 YJ의 형태였다. YJ에 Positive Thinker를 상징하는 의미를 담아야 했다. 앞선 시안에서는 주로 곡선이 주는 부드러운 인상에 추상적인 개념으로 Positive Thinker를 상징화했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메타포를 찾아보기로 했다.


미소를 닮은 YJ, 나의 생년월일 값으로 기울기를 주었다.


추상적인 Positive Thinker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정답은 멀리 있지 않았다. 구글이미지에 positive를 검색했을 때 정답에 가까운 메타포가 보였다. 바로 미소였다. 미소는 기분 좋은, 유쾌한 등의 밝고 긍정적인 의미를 모두 내포한다. 미소를 닮은 경쾌한 두 개의 곡선으로 Y를 그렸다. 그중 하나의 곡선은 자연스럽게 J로 쓰일 수 있었고, Y와 연결해서 YJ 초성 심볼까지 만들 수 있었다. 곡선의 각 끝부분에는 나의 생년월일(95.11.29) 값의 기울기를 적용해 나만의 이야기를 더했다. 단정하고 유쾌하면서 풍성한 의미를 갖춘 로고였다.


명함에 적용될 목적으로 만들어진 로고는 명함 사이즈에서 가장 이상적으로 보여야만 했다. 마지막 단계로 완성한 로고를 다양한 두께로 변주를 주고, 실제 명함 사이즈에 적용하여 비교하는 과정을 거쳐 최적의 형태를 도출했다.


로고 디자인 마무리 단계, 최적의 두께 찾기






평범해 보이는 워드마크 속 장난스러운 YJ의 대비가 돋보이는 로고는 중성적인 태도를 지닌 디자이너와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을 표현한다. 동시에 진중하지만 경직되지 않은 사람, 무던하지만 자신만의 주관이 있는 사람을 내포한다. 나 다움이 담긴 로고였다.



다음 이야기


1. 명함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2. 나를 표현하는 로고 디자인

3. 나만의 스테이셔너리 디자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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