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자연을 온전히 느낀 시점은?

‘왜 사는지’보다 시급한 문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5)

by 김경현

인류의 기원을 둘러싼 이야기들, 창조든, 진화든, 심지어는 외계 고등생명체의 실험체(?)... 는 잠시 접어두자. 어차피 하나는 분명하다. 우리는 자연의 품에서 숨 쉬고 있다.


그의 연장선상에서 생각 하나가 불현듯 떠오른다. 우리는 ‘충분히 자연적’인가? 마지막으로 자연을 제대로 느껴본 적이 언제지? 우리는 자연을 너무 인간적으로만 해석하고 있지 아니한가? 자연을 어떻게 하면 인간들의 편의를 위해서 조정할지로만, 인간들의 일상 하나하나에 스며든 자연의 영향을, 자연과의 타협 없이 인간끼리의 궁리로만 환원하여 해결하고자 하고는 있지 않은지.


영어는 대자연을 ‘Mother Nature’라고 표현한다. 꽤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자연은 어머니의 품과 같다. 그 품이 없으면 우리는 살 터전조차 없다. 숨 쉴 공기도, 마실 물도, 발 디딜 땅도 모두 그 품에서 나온다. 그런데 우리는 마치 완전히 독립한 것처럼 행동한다. 부모의 집을 떠나 자취를 시작한 청년이 ‘나는 이제 혼자 힘으로 산다’고 선언하지만, 실은 여전히 중력이 발을 붙들고 있고, 대기가 폐를 채우고 있고, 태양이 하루를 열어주고 있는 것과 같다.


그런데도 그러한 사실 자체를 잊어버렸다. 우리 인간 아이들끼리의 다툼은 언제나 더 급하고 더 직접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자연 바깥에 따로 세계를 만들었다. 우리만의 도로, 우리만의 도시, 우리만의 문화. 우리끼리 소통하고, 우리끼리 문제를 만들고, 우리끼리 그 문제를 해결한다. 그렇게 쌓아 올린 인간 세계의 문제는 점점 복잡해졌다. 경제, 정치, 관계, 커리어, 건강, 노후. 그중 하나만 붙들고 있어도 하루가 모자라게 되었다. 아니, 이젠 하나의 삶으로는 부족할 지경이다.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것은 환경보호에 관한 글이 아니다. 우리가 너무나 쉽게 잊고 지내는 중요한 사실 하나를 지금 이 기회를 빌어 떠올려보자는 이야기다.


인간 사회가 발명해 낸 민주주의가 왜 아직까지는 합리적인가. 인간은 각자 하나의 두뇌를 가지고 태어난다. 개체당 사고력이 일정하게 배분된 존재이기에 머릿수로 세는 것이 가장 공정해 보이기 때문이다(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 한 사람, 한 표. 이보다 더 생물학적으로 정직한 정치체제가 있는가. 현대의 법률도 마찬가지다. 법은 과학 기술과 긴밀하게 결부되어 있고, 과학 기술은 결국 자연의 물리법칙을 번역한 것이다. 이러한 옮김이 부정확하면 법은 현실을 담아내지 못하고, 담아내지 못한 영역은 곧 방임이 된다. 당장 도로 위의 속도 제한만 봐도 그렇다. ‘시속’이라는 단위 자체가 운동의 물리량이다. 인간의 규범이 자연의 운동계를 벗어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필자가 법학도인 까닭에 하나만 더 보태자면, 완벽히 인간 사회의 산물로만 보이는, 기밀 정보 누출 금지, 기업 간 투자 맥락의 내부자 거래 규제, 징역이나 벌금 같은 형벌 강도의 설계 등이 있다. 이 수많은 의무와 제재가 왜 존재하는가. 인간이라는 종이 내재하고 있는 방탕함이, 자연계가 그들에게 부여한 중력의 궤도를 단번에 이탈할 위험을 항상 품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이 연령별로 내용이 달라지는 것도, 영유아기, 초등, 중등 단계가 나뉘는 이유는 인간의 뇌가 단계별로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발달하기 때문이다. 그 뼈대는 결국 생물학이 정해준 순서를 따르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한번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나의 하루가, 나의 고민이, 나의 관계가,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이, 모두 자연의 품 안에 있다고. 그렇게 떠올렸을 때 무언가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이 올라오는가? 편안해지는가, 오히려 더 복잡해지는가? 여전히 일상을 ‘잘’ 살아야 한다는 강박이 먼저 치밀어 오르는가?


답을 내리지 않아도 된다. 굳이 ‘강박적으로’ 결론을 지을 필요가 없다.


다만, 이 글을 읽고 보다 자연계에 밀접한 해석학에 조금의 흥미가 샘솟았다면, 그것도 그것대로 좋다. 그 흥미 자체가 이미 당신 안에 스며든 자연을 당신 나름의 방식으로 감지한 것이니까. 한번 느껴보고, 심호흡 한 번이면 충분하다.


우리는 우주가 정해준 지구의 자전 속도보다도 훨씬 더 빠르게 달리려 하고 있다. 하나하나 천천히, 다시 한번 우리 자신을 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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