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막얼음 Aug 05. 2021

동선과 흐름이 엉킨 요시고사진전

YOSIGO: Holiday Memories 사진전의 솔직한 후기

요시고 사진전: 따뜻한 휴일의 기록

Photographs by YOSIGO: Holiday Memories

2021.06.23 - 2021.12.05

그라운드 시소 서촌



스마트폰으로 수만 번의 셔터를 눌러왔을 한국인이라면 가고 싶어 할 만한 요즘 핫한 전시 '요시고(YOSIGO) 사진전'을 다녀왔다. 평화로운 사진 감상을 위해 사람이 덜 몰릴 것이라 예상한 평일에 연차를 쓸 만큼 큰 기대를 안고 한 달 전쯤에 티켓을 끊었다. 인터넷과 SNS상으로 미리 염탐했던 아름다운 색감이 어우러진 휴가철 해변 풍경의 사진과 건축물의 패턴이 담긴 사진들을 실물로 볼 생각에 입장 전부터 기분이 들떴다.


앞서 전시 소감을 말하기 전에 요시고에 대해 설명을 덧붙인다. YOSIGO(본명 Jose Javier Serrano)는 스페인 출신의 그래픽 디자인 전공자이며 SNS상으로 평범한 풍경과 장소 사진 작품을 올리기 시작해 전 세계 사람들이 몰리며 인지도를 얻은 유망한 아티스트이다. 


디자인 전공자인 나는 타 예술 전공자들과 비슷하게 살면서 다양한 전시를 봐왔고 이런 문화생활을 스스로 찾아 나서고 즐기는 편이다. 담백하고 솔직한 후기를 말해보려 한다. 일단 전시는 그라운드 시소에서 개최되었고 그 장소가 처음 건축되었을 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갈 기회가 없어 이번에 처음 방문하게 되었다. 도착하자마자 입구로 보이는 곳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직원이 익숙하다는 듯 안쪽의 별관 같은 곳에서 티켓을 먼저 발권해 와야 한다고 안내해줬다. 이렇게 무더운 날 그 직원도 백이면 백 우리같이 헤매는 사람들을 위해 그 자리에서 같은 말만 반복해야 하는 것이 조금 안타까웠다. 안내에 따라 안쪽의 작은 공간에서 티켓을 발권하니 앞에 웨이팅이 4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요즘 시대에 걸맞게 카톡으로 입장 전 알림을 받는 시스템인 것에는 찬사를 보낸다. 그라운드 시소는 중간이 뻥 뚫렸는데 뚫린 공간 아래로는 자그마한 연못과 나무가 어우러져 자연과 콘크리트의 조화를 이룬 건축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곳이다. 


그라운드 시소 건축물 자체로도 이뻐서 사진을 찍는 동안 웨이팅은 금방 빠졌고 큐알 체크, 체온 체크를 하고 전시장에 본격 입장했다. 코로나 시대에 관람 인원을 적절히 제한하는 줄 알았으나 막상 입장하고 보니 사람이 예상보다 매우 많았다. 안 그래도 공간이 협소한데 입장한 인원이 작품 앞에서 사진 찍겠다고 시간을 끌어 퇴장을 안 하는 모양인 건지 시스템을 어떻게 관리하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일단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인원이 바글바글했다. 솔직히 말해 여기서 코로나 확진자가 안 나온다는 게 신기할 지경일 정도였다. 하지만 내가 원해서 온 것이니 마스크를 좀 더 타이트하게 조여 매면서 작품 설명글과 사진을 관람했다.


사람마다 작품을 관람하는 스타일이 있는데 나는 작품 하나하나를 몇 분씩 자세히 보는 편은 아니다. 마음에 들면 잠시 멈춰있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쓱 둘러보는 편인데도 사람이 붐벼서 더 빠르게 볼 수밖에 없었다. 특히 전시 동선에 대해 큰 실망을 했는데 본래 전시목적이 아니었던 건물에서 전시를 개최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관람객의 디테일한 동선을 신경 못쓴 듯했다. 중간이 뚫린 원형의 바깥 라인을 따라 길쭉한 실내 공간에 많은 작품을 걸고 싶었는지 가벽을 세웠고 작품이 빼곡했다. 가벽을 세운 것 자체는 괜찮으나 가벽의 퀄리티가 너무 낮아 작품 자체가 돋보이긴 힘들었다. 관람객들 모두가 동선이 엉켜 저리 갔던 사람들이 이리로 왔다 다시 저리로 가는 등 약간의 카오스를 경험할 수 있었다. 되려 인원수를 제대로 제한해서 공간이 여유롭였다면 동선 문제는 생각이 덜했을지도 모르지만 그게 아니니 동선에 심혈을 기울였어야 한다고 본다. 간단한 싸인이나 표지판만 추가했었어도 좀 더 쾌적한 관람환경이 되었을 것이다. 그게 부족하니 직원들이 직접 말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고 퇴장할 때 조차도 길을 잃어 직원이 직접 길을 안내해주었다. (평소 타 전시 관람 시 이런 적은 없었다.) 친구와 나는 약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요시고의 사진 작품들은 지구의 다양한 도시들의 경관과 바닷가의 풍경으로 잠잠했던 여행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휴가에 대한 갈망을 하게 만들었지만 작품의 프레임과 에워싼 아크릴이 완성도가 낮아 우는 경향이 있고 자연광이 반사되어 작품을 온전하기 힘들어 안타까웠다. 값싼 재료로 완성한 미숙한 졸업 전시 같은 느낌이었다. 혼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함께 전시를 관람하던 내 친구도 같은 말을 해서 조금의 객관성이 생길 수 있었다. 


사진 작품 그 자체로는 색감, 구도, 빛과 그림자의 조화를 잘 이루어내 매우 아름다웠고 패브릭 포스터를 사고 싶을 정도였다. 전시 관람을 끝내면 마지막에 굿즈를 파는 샵이 있는데 사고 싶었던 패브릭 포스터는 역시나 품절이어서 그냥 나왔다. 이렇게 요시고 전시 관람은 끝이 났다.


만약 주변 사람들이 전시가 어땠냐고 물어보면 이와 같이 대답할 것이며 전시의 퀄리티와 붐비는 사람들 때문에 개인적으로 추천하진 않을 것 같다. 작품 자체는 좋지만 전시가 별로 인 것이니 차라리 인터넷과 sns로 사진들을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 모든 것은 개인적인 관람 후기이므로 나와는 달리 좋은 평을 주는 사람들도 많을 테지만 이 글이 그저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하늘을 볼 수 있는 자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