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남이 써는 양파에 울어버렸다

by 요환

손에 잉크가 묻어 있었다

주머니를 확인해 보니 열려있는 펜

너는 계속 마음을 쓰고 있었구나


닫힌 펜은 그제야 편히 운다


선 위에 반창고 하나를 붙였다

다쳤냐고 물어서 아니라고

흉이 조금 졌다고 답하였다


흉이 져버렸다


새살이 돋아 나도 잉크는 지워지지 않겠지

잉크 냄새는 비릿하고

입술에 난 물집을 혀로 계속 건드리고


언제 너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네가 나로 이루어져 있었으면

분자 단위까지라도

너는 되물었다

나로 사는 기분은 어떠냐고


물에 녹으면 수용성이고 너에 녹으면 너용성인가?

말도 안 되는 소리에 끓는 주전자 소리

달그락거리는 마음은 나만 몰랐겠지


반신욕에 녹아버리는 상상

너를 생각하다 다시 착각


오늘 아르바이트를 하다 남이 써는 양파에 울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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