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을 인정하는 법.
이제 꽤 유행이 지난 것 같지만 아직도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면 아이스 브레이킹엔
"MBTI 가 어떻게 되세요?"
만한 게 없다. 목욕으로 주제를 잡은 이상 어떻게든 MBTI와 목욕을 엮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려 나의 소중한 16명의 구독자에게 심심한 사과를.
나의 MBTI는 ESFP이다. I 가 나오기 위해 수차례 테스트를 다시 진행해 보았지만 꿈쩍도 안 하는 저 네 글자.
자유로운 연예인. 춤추는 그 여자 캐릭터도 싫어.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기쁨도 잠시, 2번째 목차였던 목욕 스타일로 알아보는 MBTI를 쓰기 위하여 친구에게 상의했는데 E는 신발장에서부터 옷을 벗고, I는 락카문 뒤에서 숨어서 벗는데.. 그리고 P는 옷을 아무렇게나 락카에 넣어두고 J는 옷을 잘 정리해 둔다는 소리를 듣고 이미 이 주제는 포기하게 되었다.
10년 차 리테일러는 아주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일하고 헤어지고를 반복하였는데 같이 일하는 팀원 중 유독 말을 차갑게 한다고 느꼈던 적이 있었다. '아니 좀 따뜻하게 말해주지!'라고 생각하고 나랑 안 맞는 사람이라고 단정 짓고 멀리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일의 해결방안은 대부분 그 사람을 통해서 나왔고 엄청 빨리 효율적으로 일했던 장점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사람의 말의 온도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았다. 그냥 나랑 다름에 불편했던 내가 마음대로 단정 지었을 뿐. 그때의 나는 인간은 A, B, O, AB 네 가지 유형만 있는 줄 알았기 때문에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법을 몰랐고 그렇게 쉽게 포기해 버린 소중한 인연들이 많았다. 후회를 잘하지 않는 성격인데 이렇게 연말이 되면 나의 손절 역사를 되돌아보게 된다.
쟤는 I라서 그래. 난 E라서 그래. 됐고, 그냥 V 나 할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남지만 이미 지난 일.
그 이후에도 어느 날 친한 친구랑 대판 싸우고 혼자 목욕탕에서 사진 속 안유진처럼 울면서(?) 인간관계에 대한 고찰을 한 때가 있었는데 내가 내린 결론은 더 이상 나의 소중한 사람을 포기하지 말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상대도 부단히 노력 중.
어떤 사람들은 MBTI가 사람을 알아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쉽게 상대를 파악하려는 편법이다, 16가지 유형으로 어떻게 사람을 나누눌 수 있냐라고 하지만 나는 이 또한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법을 잘 몰랐던 사람들에게는 최소한의 노력이라고 생각이 든다.
친구도 연인도 동료도 심지어 나의 가족도 나와 다름을 갖고 있다. 심지어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도 다르다.
맞고 틀린 것이 아닌 오늘도 다름을 인정하는 법을 배운다.
모두 행복한 연말 보내고 내년에 한층 늙은 모습으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