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골든라이언 Jun 09. 2024

우산

긴 호흡 짧은 고민

비는 맞는 게 아니야.

맞이하는 거지.


추억이 떨어진 자리는 잊는 게 나아.

비말 쫓는 흐릿함은 눈이 아니라 등 뒤가 젖는 거거든.


한쪽 어깨쯤은 맞이해도 돼.

심장이 맞고 뛰는 사이 기쁘게 마를 거야.


사방으로 옆에서 뜻하지 않게 들이닥쳐도,

그럴 수 있을까?

대를 움켜쥔 두 손만 기도하고 있으면.


비가 내릴 그럴듯한 날보다,

유난히도 태양이 뜨거운 날 가슴 시리게 내리는 비는

어쩔 수 없이 아프게 맞아야 하는 건가 봐.


맞는 비와

맞이하는 비를

마주 보는 시선이

은 새벽을 여는 걸로 믿어볼까?


비를 내리기로 했으니까.

한 번쯤은 날아오르겠지.


손잡이를 놓아야 신날까,

꼬옥 잡고 하늘로 오르는 게 자유로울까?


우산이 비를 만든 걸까,

비가 우산을 부른 걸까?


쓸데없는 남 걱정에

유난히,

라떼가 날 마시게 하고 싶은

그런 날이 우산 살 끝을 스치듯 지나간다.


비를 맞고 싶다.

오늘만큼은.






매거진의 이전글 들어봐 봐, 철이 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