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1년 4개월 - 안정감
2024년 4월 29일 월요일
갱년기를 겪고 있는 아내의 건강이 점차 좋아지고 있다. 꽤나 오랜 기간 아내를 괴롭히던 어깨 통증도 많이 호전되었고, 쉽게 피로함을 느끼는 날도 점차 줄어드는 느낌이다. 건강이 악화되면 정신적인 부분도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아내는 늘 밝은 모습으로 본인의 자리를 지켜주고 있다.
고등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는 큰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어느 정도 적응한 것 같다. 좋은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고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늘 걱정되고 신경 쓰이던 부분이 해소되어 마음이 가벼워진다.
공부에 관심이 없는 둘째 아이가 중간고사를 앞두고 전 과목 100점을 받아보고 싶다고 말한다. 시험 준비로 평소보다 많아진 학원 일정을 싫은 기색 없이 소화해 내고, 이틀이나 밤을 새워가며 공부를 한다. 긍정적으로 변화해 가는 아들의 모습에 기쁨과 안도감을 느낀다.
한동안 나와의 거리를 두던 막내 아이가 그 거리를 다시 좁히고 있다. 어제는 자다가 무서웠는지 내 옆에 와서 눕는다. 예전처럼 아이의 등을 두드리며 아이가 잠들기를 기다린다. 내가 만지는 것을 싫어하던 아이가 내 손길을 느끼며 어느새 잠이 든다.
이처럼 가족들에 대한 걱정스러운 부분들이 정리되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루틴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졌다. 그리고 모든 루틴 활동을 즐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투자, 운동, 독서, 글쓰기, 가사 등 모든 활동을 통해 삶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특히 투자는 생계가 걸려있는 문제라서 스트레스가 늘 있었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온전히 즐기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이번 달은 아이들 중간고사로 나의 시간 또한 덩달아 분주하게 흘러갔지만,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안정감을 찾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 안정감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 또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겠지만, 그 흔들림을 통해 안정감이 점차 깊고 넓게 뿌리내릴 것이라 믿는다.